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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토카 코리아 편집부
  • 승인 2016.04.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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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드라이버로 세계랠리선수권대회(WRC)에서 4회 우승한 토미 마키넨이 토요타의 WRC 복귀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WRC 복귀를 준비 중인 토요타 본부를 찾아가는 건 꽤 고된 일이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핀란드 중부에서 무언가를 찾는 건 상당히 어려워진다. 이곳의 겨울은 어둡고 길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지난 1999 시즌을 끝으로 WRC에서 공식 철수했다. 당시 WRC 활동은 독일 쾰른에 본부를 둔 ‘토요타 팀 유럽’ 주도로 이뤄졌다. 지금은 ‘토요타 모터스포츠 GmbH’(TMG)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이다. TMG는 토요타에서 모터스포츠 부문을 맡고 있는 자회사로, 일본 본사와 독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세계내구경주선수권대회(WEC)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개발 시설 가운데 하나를 갖고 있다.

핀란드 이위베스퀼레(Jyvaskyla·헬싱키에서 북쪽으로 270km 정도 떨어진 중부 도시)는 쾰른 같지 않다. 어둠이 물러가자 ‘토미 마키넨 레이싱’(TMR) 건물이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냈다. WRC에서 4연승(1996년~1999년)을 거둔 월드 챔피언인 토미 마키넨(Tommi Makinen)은 지난 2003년 은퇴 후, TMR을 설립하고 스바루 임프레자 그룹 N 경주차를 제작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네바퀴굴림 GT86 원오프 모델을 만드는 일을 계기로 토요다 아키오 사장과 친분을 쌓았다. 이들은 함께 이 차를 몰고 핀란드에서 호주까지 월드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열정적인 아마추어 랠리 드라이버이기도 한 토요다 사장은 토요타가 WRC 무대에 돌아오도록 이끈 장본인이다. 토요타는 1년 전 WRC 복귀를 공식 선언했고, 이제 복귀전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전처럼 쾰른에서 WRC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TMG 역시 같은 예상을 했고, 자체적으로 야리스를 기반으로 한 WRC 경주차 개발계획을 추진했다. 그 무렵 TMG와 토요타 본사 사이에 불화가 증대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TMG가 2017 시즌 WRC 경주차를 제작하지 않게 됐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렇지만 TMR이 토요타 WRC 본부가 됐다는 소식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2년 전 WRC에서 은퇴한 마키넨은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었다. 현역 시절 그는 매 질문마다 심사숙고한 뒤 신중하게 대답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태도는 지금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좋은 질문이다.” 토요타 WRC 팀이 핀란드에 본부를 두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곤 잠시 말을 멈춘 뒤 입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차례 논의했다. 우린 물류운을 포함해 비즈니스 측면에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매우 달랐다. 핀란드에 본부를 두더라도 시간과 경비 측면에서 아주 약간의 추가 비용만 발생할 뿐이었다.”

TMR이 위치한 이위베스퀼레는 핀란드 중부 최대 도시이자 핀란드 랠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공장 바로 앞에는 아주 훌륭한 테스트 장소가 펼쳐져 있다. 덕분에 부품을 만든 다음, 차에 달고 바로 다음날 환상적인 도로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다. 나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마키넨의 말이다.
 

분명 독일 중부보다는 이위베스퀼레가 WRC 경주차를 연마하기에 훨씬 좋은 장소다. “쾰른으로 (본부를) 옮길 계획은 전혀 없다.” 마키넨이 잘라 말했다. 그는 “TMG는 현재 엔진 개발에 매달려 있다”며, “TMR 엔지니어들도 쾰른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작업이 목표를 향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목표란, 내년 1월에 열릴 WRC 2017 시즌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의 우승이다. 아직 제대로 된 엔진이나 섀시 하나 없는 팀에게는 원대한 꿈이다. 엔진을 쾰른에서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형 WRC 경주차를 위한 각종 부품은 유럽 전역으로부터 공급된다. 댐퍼는 보스(Bos) 엔지니어링, 브레이크는 알콘(Alcon), 변속기는 엑스트랙(Xtrac)에서 공급받아 TMR에서 최종 조립한다. 1분기가 끝나기 전에 첫 프로토타입이 완성될 것이다. 마키넨은 “재능 있고 의욕 넘치는 사람들이 뭉쳤다”며, “그들을 보면 아주 자신 있다”고 말했다.
 

마키넨은 미쓰비시 드라이버 시절, 팀원들과 굳게 단결한 덕분에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당시 미쓰비시 WRC 팀을 이끌었던 앤드류 코원은 아주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 누구보다 WRC 세계를 잘 아는 마키넨은 코원의 미쓰비시 팀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 현재 40명인 팀원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2배로 늘어나게 된다.

다시 어둠이 깔리자 건물 외부에 불이 들어왔다. 토요타 WRC 팀은 향후 1년간 실내등을 끌 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TMR 건물이 어둠 속에서 거의 형광색처럼 밝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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