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클래스를 바탕으로 한 SUV, 메르세데스-벤츠 G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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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클래스를 바탕으로 한 SUV, 메르세데스-벤츠 GLC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4.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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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 같은 편안함을 자랑하는 SUV를 원했다. 그래서 GLC에 거는 기대가 컸다. 시승의 끝, 마음 뺏기기 직전까지 갔다

시승 시작 전부터 호감을 느낀 차의 결말은 둘 중 하나다. 맘에 쏙 들거나, 좋긴 한데 맘에 쏙 들지 않거나다. 시승 시작 전부터 기대가 커서 그럴지 모른다. 큰 기대를 충족하는 차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우니까. 그런 의미에서 GLC는 조금 별난 차였다. 평생 SUV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았는데, C-클래스를 닮은 디자인 때문에 끌렸다. 제대로 말하자면 C-클래스에 대한 호감이 GLC로 옮겨간 것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세단을 바라면서도 SUV를 산다. 취향은 편안한 세단이 좋은데, 아이를 키우고 야외활동을 할 때는 SUV만 한 차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내심 세단만큼 편안한 SUV가 나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SUV를 찾아보긴 어렵다(있긴 하지만 너무 비싸다). 세그먼트가 완전 다른 차니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긴 말이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벤츠가 GLC를 공개했을 때 살짝 기대를 걸었다. ‘C-클래스와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데, 혹시 승차감이 C-클래스 급이라면 정말 좋겠다’란 생각과 함께.
 

이름을 GLC로 바꾸고 C-클래스의 디자인과 실내를 더한 것은 벤츠의 절묘한 한 수. 우선 그간 쉽게 알아보기 어려웠던 벤츠 SUV 라인업 체계가 쉽게 정리됐다. 그리고 C-클래스에 호감을 느끼면서도, SUV를 원해 애써 외면했던 이들에겐 절묘한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GLC를 C-클래스 SUV로 받아들이게 됐으니.
GLC의 디자인 또한 의도적으로 C-클래스의 디자인을 SUV에 맞게 재구성했다. 헤드램프와 그릴의 구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보닛, 차체 옆면 등 곳곳에 그은 캐릭터라인이 눈에 띈다. 벤츠의 설명에 의하면 스포티한 감각을 부추기는 요소라고. 눈으로 보기에는 차체 곳곳의 면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모습이지만, 손으로 쓸어보면 부드럽게 꺾인 곡선의 연속이다. 입체감을 더해 차체를 더욱 매끈하게 보이는 디자인 수법을 사용한 결과다. 오프로드 감각을 더해줄 알루미늄 부품도 앞뒤 범퍼 아래, 사이드 스커트 아래 달았다. 그래도 도시형 SUV의 감각이 좀 더 묻어나는 듯하다. 
 

실내 구조는 C-클래스와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를 공유한다. 대시보드, 센터 페시아, 도어트림 등 틀린 부분을 찾기 어렵다. 분위기는 고급스럽다. 나무 트림과 앰비언트 라이팅의 조화가 멋스럽다. 손댈 부분은 별로 없지만. 센터 페시아 윗줄의 조작부는 에어컨 공조기 조작부. 그 아래는 CD 플레이어 및 다른 기능을 조작하는 데 쓴다. 볼륨 조정 및 주행 모드 조정은 센터 터널의 컨트롤러 옆 부분에 몰아 달았다. 다만 커맨드 시스템의 구성이 좀 더 세밀하고 직관적이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HUD 설정은 컨트롤러가 아닌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만 조작 가능하다는 점이 그렇다. 

 

뒷좌석 다리 공간은 키 180cm 성인이 앞뒤로 앉았을 때 적당한 수준. 널찍하게 느껴지는 편은 아니지만, 차급을 고려하면 적절한 수준은 된다. 휠베이스 공간은 2,875mm로 C-클래스에 비해 35mm 더 길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50L로, 2열 좌석까지 접었을 때 1,600L로 늘어난다.

GLC 220d 4매틱의 엔진은 직렬 4기통 2.1L 디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낸다. 최고출력을 앞세우는 요즘 경향과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다루기 편하다는 것이 최대 이점. 최대토크를 1,400rpm부터 2,800rpm까지 유지하는데, 이는 주행 대부분에서 최대토크를 계속 유지하고 달릴 수 있단 이야기다. 여유롭게 달릴 때면 2,000rpm을 넘길 일이 없었다.
 

자동 9단 변속기 덕분이다. 1단부터 9단까지의 기어비 격차를 최대한 촘촘하게 잡은 것이 특징. 그 결과 가속은 아주 부드럽고, 낮은 속도에서도 고단 기어를 맞물릴 수 있어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낮출 수 있다. 여유롭게 달릴 때 그 매력이 더욱 드러난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그랬다. 9단 기어비(0.60, 종감속은 3.07)를 계산해보면 시속 115km에서 1,500rpm, 시속 150km에서 2,000rpm의 낮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할 수 있다. 주로 8단과 9단을 오가며 여유롭게 달렸다.
 

몰아붙일 때는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높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GLC 220d 4매틱의 최고출력은 3,000rpm부터 4,200rpm까지 계속 유지되는데, 이는 최고출력을 계속 유지한 상태로 변속하며 달릴 수 있다는 것. 0→시속 100km 가속 8.3초의 성능은 충분한 수준이지만, 속도의 기쁨은 크지 않다. 엔진 질감이 투박한 것도 있지만, 여유로움을 중시하는 벤츠 특유의 성격 때문이다. 한 군데도 날 선 데가 없다. 운전의 재미는 희미하다. 시종일관 적절한 반응성과 안락함으로 다가온다. 운전의 재미는 AMG에서 찾아야 한다.

승차감은 좀 더 부드러워졌다. 물론 SUV답게 약간의 딱딱한 부분은 남아 있지만, 거칠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기존 모델에 비하면 큰 진보다. 충격 흡수력이 좋아졌다. 옵션인 에어 서스펜션을 달면 더욱 좋아질 것이란 생각이다. 고속 안정성 또한 뛰어나다. 하부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부드럽게 끊어내기 때문이다. 충격을 되돌리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코너링은 민첩하기보다는 정확하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만큼 정확히 움직인다. GLC 220d 4매틱은 생각보다 무거운 차다. 공차중량이 1,985kg에 달한다. 차체를 잡아줄 네바퀴굴림 구동계가 필요한 이유다. 앞뒤 구동력 배분은 45:55. 안정성 위주의 세팅이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몰아붙일 때는 차체 안정프로그램이 개입해 차체를 다잡는다. 아주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약간 언더스티어 성향이 나다 오버스티어로 바뀐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앞바퀴에 계속 구동력을 전달하다보니 자세 잡기가 쉬워서다.

포장도로를 넘어 흙길로 나섰다. 사실 도시형 SUV의 대부분은 험로에서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GLC 220d 4매틱은 다르다. 오프로드 성능도 충분히 갖춘 차다. 지난번 벤츠 SUV 드라이빙 행사 때 덕유산에 놓인 철제 구조물을 느릿하게 타고 넘으며 신뢰를 쌓은 적 있다. 그러다보니 흙길, 진흙탕 길은 만만하게 느껴진다. 바퀴가 슬쩍 헛돌다가도 금세 접지력을 찾아 성큼 넘는다. 최저지상고는 181mm. 옵션으로 고를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에 오프로드 패키지를 더하면 최대 227mm까지 높일 수 있다. 굳이 옵션을 고르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험로는 충분히 통과할 것이다.

슬슬 이정도면 괜찮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GLC 220d 4매틱을 살 수 있는 형편은 아직 아니지만, 마음속의 목표로 삼는 것은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마음을 완전히 뺏긴 것은 아니다. SUV로는 상당히 좋고, 부드러운 매력까지 갖췄지만, 어디까지나 SUV라는 생각이 거둬지지 않아서다. 달리기는 C-클래스 이상으로 매끄럽지만, 승차감이 더 단단하다는 핑계를 속으로 댄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에어 서스펜션 패키지를 옵션으로 단 차를 시승해봐야겠다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GLC, GLE, GLS 등 신작 SUV를 연달아 내놓아 2016년 SUV 판매고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확언했다. GLK에서 GLC로 탈바꿈하며 얻은 매력적인 구성으로 봐서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은 BMW X3, 아우디 Q5 등 쟁쟁한 경쟁자가 가득하다. 이들의 크기, 성능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 하지만 GLC는 경쟁자들보다 65mm 이상 더 긴 휠베이스와 고급스러운 실내, 새로운 이미지로 승부를 건다. 여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GLC를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GLC는 훌륭한 차고,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마음을 뺏을 치명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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