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 DB10, 제임스본드를 위한 스페셜 모델
애스턴마틴 DB10, 제임스본드를 위한 스페셜 모델
  • 오토카 코리아 편집부
  • 승인 2016.03.21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스턴마틴 DB10은 과연 007 사상 최고의 차일까?

테스트 모델 : DB10 

● 출력 : 430마력 
● 토크 : 49.9kg·m 
● 0 → 시속 97km : 5.8초 
● 시속 48km →113km 가속 : 8.1초 
● 연비 : 7.3km/L
● CO₂ 배출량 : 기밀
● 시속 113km → 0 감속 : 49.1m 

We Like 
● 악한을 죽인다
● 위협적인 마스크
● 역할에 딱 어울린다 

We Don't Like 
● 물에 뜨지 않는다
● 청량음료를 넣어둘 곳이 없다
● 보기만큼 빠르지 않다
 
 

먼저 내가 누구인지를 밝혀두는 게 독자에 대한 예의일 듯하다. 간단히 말해 007 제임스 본드. 나의 내력은 앞으로 이 글 속에서 차차 드러난다. 최신작 <스펙터>(Spectre)에 등장하는 DB10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한다. 애스턴 마틴 DB10은 지금 로마의 티베르 강바닥에서 쉬고 있다. 그래서 그 차를 가능한 한 빨리 끌어올린다면 위대한 로마 당국은 고마워할 게 분명하다. 사실 그들은 끈질기게 그러라고 요구했다.

애스턴 마틴이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었다. 영국정부가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정보원 MI6이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 상상력이 풍부했던 전임자들이 ‘정상적인 첨단장비’를 완전히 들여놓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로터스 에스프리와 같은 수중 능력을 갖췄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제임스 본드가 잠수정 웻넬리를 병참장교 부스로이드 소령에게 돌려줬을 때처럼. 물론 지독한 정어리 냄새를 빼고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DB10은 재규어 C-X75를 따돌릴 능력조차 없었다. 때문에 전투기 조종사처럼 비상탈출장치를 작동해(감촉은 좋았다) 튀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DB10은 자연스런 궤적을 따라 티베르 강 물속으로 풍덩! 강바닥에 가라앉고 말았다.

아무튼 영국 정보국 MI6 총책 M(제임스 본드의 상관)의 비서 머니페니에게 DB10에 관한 완벽한 평가서를 요구했다. 그에 따르면 원래 이 차는 009를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나보다 지능이 절반에도 못미처 내가 훔쳐 몰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잠깐! 007 제임스 본드 영화에 009라니? 영국정보국 MI6 역사상 처음 등장하는 여성 행동대원이라고 간단히 소개해 둔다.

그럼에도 나는 제 구실을 하는 유일한 프로토타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DB5보다 제대로 복원하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왜? 로마의 수상경찰이 티베르 강을 오가는 선박을 위해 차 지붕에 구멍을 뚫고 부표를 꽂아놨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나는 광기어린 베들라마이크 사이에서 혈투를 벌여야 했다. 
 

Design & Engineering (4.5/5)
사실 내 창작자 이언 플레밍이 나를 발명한 뒤 내게 맡겨진 차는 정답고 오래된 벤틀리였다. 내 기질에 딱 들어맞아 그밖에 다른 차를 몰아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한데 애스턴 마틴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그 차를 구상했을 때 좀 멍청힌 009가 아니라 나였으면 훨씬 감동이 컸을 터였다. 혹은 작품 속의 청부살인자도 마음을 열고 감동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고전적 유미주의와 손톱이 갈라지는 공격성 사이에 절묘한 균형이 이뤄졌다. 지난날 MI6에서 쓰레기 같은 것들을 마지못해 몰고 다녔던 시절이 떠오른다. 4기통 BMW Z3? 정말? DB10은 적어도 MI6에 뭘 좀 아는 인물이 있다는 증거였다. 냉혹한 살인보다는 이 냉혹한 살인자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인정해주는 인물 말이다. 어떤 기백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주문형 애스턴 마틴은 고사하고 발터 권총을 맡겨둘 자격도 없다.
 

아울러 00 계획에 한 대뿐인 차를 주문제작하기로 한 결정에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나는 특수 제작한 3중 밴드 모랜드 담배를 DB5(5층에서 서류나 만지작거리던 내 상사는 그 차를 사무실로 보는 모양이었다) 안에서 피우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다. 그때 최악의 사태를 걱정했다. 저민 스트리트에 있는 단골 제단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딱 한 가지 이유가 있다고 내 상사 M에게 말했다. ‘기성복’이라는 말한 해도 미간에 32구경 총탄 한 발을 받겠다고 다짐했다는 것. 도대체 009가 어떤 일로 그토록 파격적인 대우를 받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가 MI6 사상 최초의 여성 요원이라는 사실과 무관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한편 기술면에서 저 우아하고 딱 벌어진 보닛 아래 최적 이하의 기통이 들어 있었으니 불만이 없지 않았다 (애스턴 디자인팀은 세계에서 결코 비밀스럽지 않은 비밀요원이 그 차를 미래의 로드카로 내세울 수호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최근 몰고 다닌 모든 애스턴은 커넥팅 로드를 완전히 갖췄다. 한데 이 차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이었다. 007이 깔끔한 정장에 어울리는 강력한 의지가 없는 동굴인이라는 인상을 심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렇다, 홀연히 깨달았다. 저 끔찍한 터보의 야심가가 아니라 정확히 90° 각도의 크랭크샤프트 V8이 나와야 나와 같은 인간에게 딱 들어맞는 무기가 될 수 있었다. 그르릉거리는 깊은 저음은 약간 노동자적인 내력을 암시했다. 아무튼 뱅크 당 2개의 오버헤드 캠샤프트가 기통 당 4밸브를 움직였다. 그에 비해 V12는 평판이 좋지 않았다. 나는 다양한 평가를 받고 때로는 자유분방하지만 결코 평판이 나쁜 인물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기어박스에 대해 한 마디. 다시 한 번 그 결정을 내린 사람에게 찬사를 보낸다. 내가 처음으로 뱅퀴시를 넘겨받았을 때 패들시프트는 새 차의 핵심이어서 00 계획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 같은 하위 공무원이 니코틴에 절은 손가락으로 패들을 조작하고 있다면 세계범죄집단이 정색을 하고 봐주겠는가? 한데 내 나이에는 이따금 과대망상에 빠질 만했다.

그때부터 나는 오직 3개 페달과 레버 하나로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허브 빌리체이즈의 얼굴을 때리듯 게이트를 짓찧었다. 
 

Interior (3.5/5) 
좀 까다로운 설명이 필요했다. 넓게 봐서 잘 처리됐지만 솔직히 상당히 실망스런 구석이 없지 않았다. 이제 나는 90대 중반(사실 아득한 옛일이라 뚜렷한 기억이 없다. 한데 가장 권위 있는 자료에 따르면 대략 1921년이다)에 들어서 내가 일종의 호사가, 소브라니를 피우는 부유한 놈팡이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와는 달리 일정한 영국 전통주의 신봉자가 되고 싶었다. 나는 가죽을 써서 그런 인상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현대적 패션감각을 살릴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내 싸늘하고 딱딱한 성격과 단조로운 생활을 탄소섬유 액센트에서 찾았다.
 

다이얼도 탁월했다. 지난 10년 동안 애스턴 마틴에는 사라진 포인트를 뒷받침했다. 다시 말해 읽기 쉬우면서 동시에 멋진 계기판을 받아들였다. 한데 나는 스티어링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림 모양과 굵기가 내 손에 꼭 들어맞았다. 그러나 스티어링에 달린 모든 버튼을 모두 없애더라도 아쉬울 게 없었다. 요즘 레이싱 드라이버로 통하는 창백한 얼굴, 파란 입술로 메시지가 붙은 가드레일을 피하느라 용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 좀 더 소박한 인상을 주는 면모를 살펴보자. 그중에도 가장 작은 문제가 기관총에 미리 장탄하지 않아 맞게 되는 거의 치명적인 결과였다. 그보다 실내에 수납공간이 부족해 더 신경에 거슬렀다. 금연 지시를 받았기에 습기유지용 담배 케이스는 없애야 했다. 심지어 돔페리뇽을 냉각시킬 장비도 없었다. 지난번 우리가 이 문제를 논의할 때 차가 720° 회전해도 샴페인에 거품 하나 일지 않는 첨단 냉장고를 달겠다고 한 약속을 잊어버렸나? 아니, 차 안에 컵홀더 하나 달지 않았다니 기가 막혔다.
 

끝으로 창문을 살펴보자. 어느 천재가 열리지 않는 창문을 달려는 아이디어를 내놨을까? 현장에 나갔을 때 이따금 궁지에 몰릴 경우가 있었다. 한데 악명 높은 로마의 교통체증 속에서 벌어진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 바로 옆에 섰던 캄테일 1750 알파 스파이더의 아리따운 여성에게 말을 걸기 위해 망할 도어를 열어야 했다. 그녀는 은근히 나를 비웃었지만 그녀를 비난할 처지는 아니었다. 

Performence (4/5)
이따금 나는 기적을 맞았다. 내가 절대로 시승할 기회가 없으리라 믿고 내 심기를 건드리려고 DB10은 0→시속 97km 가속시간 3.2초라는 말을 퍼뜨렸다. 나는 흥분했지만,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했다. 한데 트랙에서 기록은 어땠을까? 그렇다, 5.7초. 아득한 옛날의 시트로엥 2CV라도 내리막에서 그보다는 빨랐으리라 생각한다.

솔직히 그 테스트는 이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조건에서 실시됐다. 보통보다 큰 덩치의 기술자 2명이 부실한 회전계와 약간 미끄러지는 클러치로 허둥대고 있었다. 게다가 그 차를 파손했다가는 유명한 자동차 주간지에 대서특필된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상적인 조건이라면 적어도 기본형 V8 밴티지와 맞먹는 4.6초를 낼 수 있다고 추산했다. DB10은 V8 밴티지의 속살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데 3.2초에 도달하려면 보이지 않는 뱅퀴시처럼 대단한 상상력의 도약이 필요했다.

그러나 4.7L 엔진으로 그처럼 인상적으로 폭넓은 토크밴드를 제공한 애스턴 제작진에 찬사를 보내야 마땅하다. 언제나 사정이 긴박한 정보요원에게는 최고 출력 직전에 이론적으로 그보다 높은 토크를 반짝 보여주는 경우보다 쓸모 있는 도구다. 특히 그 기술진은 톱기어에 시속 80→110km 가속 6.9초에 감탄했다. 포르쉐 911과 대등하다고 말했다. 
 

Ride & Handling (4.5/5) 
나는 언제나 도로를 소화하는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틀니가 빠질 만한 그립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지난 50여 년 동안 3대에 걸친 내 상관 M을 설득했다. 현행 DB10을 받아들이기 전에 DB5를 굳게 지키라고….

이런 뜻에서 DB10은 최고가 아니다. 그밖에 제약이 있지만 나는 언제나 DBS(그 안에 타고 있던 내 사랑하는 아내가 어마 번트의 비범한 사진에 잡혔다)가 가장 안락했던 회사차였다. 지난 46년 동안 잘 어울리는 이름의 미즈 번트는 여전히 잘 돌아다녔다.
 

잠시 이야기가 곁길로 빠졌다. DB10은 내 허리단련용 콜셋을 벗기지 않고 수십 계단을 굴러 내리기에 충분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따라서 ‘그만하면 괜찮다’는 카테고리에 집어넣었다. 핸들링에 관한 한 그 이상 개선할 여지가 없었다. 로마의 즉흥적인 고속 관광 투어 중 악한 미스터 힝크스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출력의 힘만은 아니었다. 
 

Buying & Owning (2/5) 
이 같은 특수차 평가에서 형식상의 항목일 뿐이다. 게다가 나는 이런 차를 사거나 소유한 적이 없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이 항목을 매듭짓기에 나보다 부적합한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DB10의 연비는 나락으로 떨어질 지경이라 예상했다. 나처럼 구태의연한 공룡이 경제적인 차를 좀 더 능률적으로 몰아야 한다니 슬픈 날이었다. 모든 악한을 죽이기보다는 지구를 구원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헤드라인을 상상해보자. “본드의 천적 블로펠드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우리 모두가 죽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 007이 방금 21.3km/L에 도달했으니까.” 



ASTON MARTIN DB10 - AUTOCAR VERDICT (4.5/5) 
잘생겼고 자유분방하며 거의 완벽하다. 하지만 수중모드가 빠졌다
 

나는 지금까지 이 DB10의 강점과 약점을 검토했다. 따라서 그 이상 파고들 이유는 없다. DB10을 과거에 몰아봤던 다른 차들과 비교하면 한층 유용한 결론이 나올 것이다. 독일 라이벌을 배제한다면(제발 그러기를), 몇몇 로터스와 애스턴이 남게 됐다. 분명히 볼란테는 끔찍한 실수였다. 한데 나머지는 넓게 보아 목적에 잘 맞았다.

볼란테와 DB5는 둘로 짝 갈라졌다. 영화에 등장하는 일종의 소품으로 DB10이 한층 효과적이었다. 그에 비해 내 소견으로는 슈퍼레제라 보디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에 비해 에스프리는 내게 가장 효율적인 도구였다. 하지만 신사의 교통수단으로 첫째도 아니었다.

때문에 여기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 나는 DB10이 내가 필요로 하고 원했던 것을 가장 잘 아울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수많은 단점이 모두 해결되기를 바란다. 창문은 열리고, 내 이름으로 등록되기를 바란다. 009가 그 대신 오메가를 원한다면 다행이고…. 

Tester's Note 

앤드류 프랭클 (Andrew Frankel)
 
수많은 스타일 요소가 DB11에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게다가 이언 플레밍의 작품에 등장하지 않은 일반 고객도 살 수 있다고 한다.

맷 샌더스 (Matt Saunders)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려면 조수석 풋웰을 뒤져야 한다. 비밀정보요원을 고사하고 누구에게나 볼썽사나운 자세다. 

Spec advice
뒤에 달린 화염방사기는 축복이면서 재앙이다. 추격하는 악한뿐만 아니라 다른 차, 보행자와 길가 숲을 태운다. 그 대신 중무기 팩을 달면 어떨까? 
 

Jobs for the facelift
● 창문을 열 수 있도록 고쳐야
● 냉전시대의 무기와 장비를 버리고 반경 100m 이내의 모든 ECU를 파괴하는 전자파 발사기를 달자
● 사출좌석은 조수석에 달아야 한다. 그러면 차만은 끝까지 지킬 수 있으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희우정로 20길(망원동) 22-6 제1층 101호
  • 대표전화 : 02-782-9905
  • 팩스 : 02-782-9907
  • 법인명 : 아이오토카(c2미디어)
  • 제호 : 아이오토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11
  • 등록일 : 2010-08-04
  • 발행일 : 2010-08-04
  • 발행인 : 최주식
  • 편집인 : 최주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지산
  • 아이오토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아이오토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2@iautocar.co.kr UPDATED. 2019-05-19 15:48 (일)
  •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