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자동차의 세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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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자동차의 세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6.03.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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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제2 자동차의 세기’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어 IT 기업들과 합종연횡하는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황순하 UL 코리아 대표에게 이 흐름이 어디로 가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국내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CES는 이제 디트로이트모터쇼보다 한 해 자동차 시장 트렌드를 앞서 보여주는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CES를 둘러보신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21세기 들어 ‘제2 자동차의 세기’(the 2nd Automotive Century)는 대량생산에 의한 글로벌 경쟁구도라는 20세기와는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요. 기술적으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어 전자화, 자동화되며 IT를 도입하는 복합 커뮤니케이션 기기가 되어 가고 있지요. 지난 세기에 자동차가 사람과 물건을 물리적으로 어떻게 이동시키는가에 주력했다면 이번 세기에는 우리의 생활의 중심이 되어 삶 자체를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런 추세에 의해 애플, 구글 같은 IT 거인들과 삼성, LG 등 전자업체들이 주요 플레이어로 새로 등장해 기존 자동차업체들과 시장에서 합종연횡하며 생존을 위한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전에 가전제품 중심의 쇼였던 CES는 이런 변화의 트렌드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CES에서 자동차 또는 자동차 관련 기술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이었나요? 

폭스바겐이 LG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보여준 BUDD-e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집 안의 가전제품들을 원격 조정하는 기술입니다. 아직 실험 단계이기는 하나 다른 참가업체들이 자동차에 국한된 자율주행 기술들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 반면, 폭스바겐은 더 나아가 자동차와 가정을 하나의 연결된 공간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이는 자동차업체와 가전업체가 어떻게 협력하여 윈-윈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집니다. 

애플, 구글 등 IT 회사들의 움직임은 어떠했는지, 향후 이들이 자동차산업 또는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애플과 구글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가 아니라 시스템 프로바이더(system provider)이고, 제조가 아닌 마케팅을 통해 주요 수익을 창출하지요. 이들은 핸드폰에서 그러했듯이 자동차를 자동 컴퓨터처럼 구동시킬 수 있는 OS를 개발하고 공개하여 각 자동차업체들이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하게 하고자 합니다. 현재 이들이 개발 중인 i-카, 구글 카는 자체 제조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이런 계획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샘플이라고 생각됩니다. 운전자들이 자율주행에 의해 운전에서 자유로워지면 인터넷을 통해 뭐라도 할 것이고 자연스레 광고에도 접하게 되어 애플과 구글의 매출과 수익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겠지요.

이들은 직접 자동차 제조 판매에 뛰어들기보다 새로운 경쟁의 플랫폼을 제공하여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경쟁을 촉발하고자 하는 걸로 보입니다. 현재 폭증하는 R&D 비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자동차업체들이 자체 자율주행용 OS를 개발할 여력은 없어 보이니 이들 IT 거인들이 제2 자동차의 세기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어갈 듯합니다.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되려고 하는 것일까요?  

원래 삼성은 제조 중심의 사업 모델을 갖고 있고 애플은 자율주행용 OS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요. 삼성은 그 OS에 맞추어 시스템 개발 및 각종 전자부품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삼성은 향후 자체 기술을 활용하여 테슬라 같은 새로운 콘셉트의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동차시장에 재진입할 걸로 예상됩니다. 그룹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동차만 한 게 없기 때문이지요. 
 

이번 CES가 보여주는 IT와 자동차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에서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최근 유행인 핀테크에서 볼 수 있듯이 IT 기술의 발달이 우리 생활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가지만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사이버보안(cyber security) 이슈입니다. 자동차도 예외가 될 수 없어 향후 많은 자율자동차들이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의해 운영될 때, 시스템 해커들이 침입해 자율자동차들을 원격 조정하고 심지어 테러에도 이용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작년에 겨우 초기단계의 IT 기술을 갖춘 크라이슬러 지프의 보안 테스트에서 해커들이 원격에서 시스템에 들어가 엔진을 멈추거나 자동 윈도를 조종하는 등 보안의 취약성이 드러나 140만대 리콜을 했던 것이 좋은 예입니다.

이번 CES에서 많은 자동차업체들과 전자업체들이 협력하여 자율주행차를 포함해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조정할 수 있는 신기술들을 뽐냈지만, 각 부품과 시스템이 같은 프로토콜을 통해 상호작용을 잘한다는 상호적합성(compatibility)을 보여주었을 뿐, 서로 간 데이터들이 왜곡이나 시간 지체 없이 잘 소통하는지를 보는 상호작용성(Interoperability), 외부 침입을 막거나 침입에서 데이터를 보호하는 시스템 보안(system security) 같은 보안 측면에서는 언급이 없었어요. 사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단계인 것이지요. 자동차가 멈출 수 있음을 전제로 달릴 수 있듯이, 사이버보안이 보장이 되지 않는 IT와 자동차의 융합은 우리에게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와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난해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그 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며 타당한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겠습니다. 다만 사실상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환경, 성장, 수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전체 자동차업계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 케이스로 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환경이라는 요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연비밖에 없고 배출가스 같은 여타 부문은 법적 규제이긴 해도 일반 소비자들은 잘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폭스바겐이 하고 있는 리콜에 연비가 나빠질까봐 소비자들이 잘 대응하지 않는 걸 보면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디젤 게이트가 그동안 전기차 같은 재생에너지 자동차 개발을 등한시하던 자동차업체들에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새로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효과는 있겠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추가적인 법적 규제가 없다면 그리고 운전자들이 소음, 진동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면 힘과 연비 좋은 디젤 엔진은 시장에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가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따로 론칭했습니다. 토요타가 렉서스를 내놓을 때와 비교하면 준비가 철저히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네시스가 오늘날 렉서스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대중적인 양산 브랜드에서 고급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수익성과 추가적인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지만 상당히 어려운 여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제네시스가 1980년대 말 거의 동시에 시작하여 처음부터 히트를 친 토요타의 렉서스, 초기 실패를 거쳐 20여년 만에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한 닛산의 인피니티, 처음부터 지금까지 존재감이 약한 혼다의 어큐라의 선례 중 어떤 쪽으로 가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기술과 스타일에 주력했던 인피니티나 어큐라와 달리, 타깃 소유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철저히 연구하여 운전자의 전체적 만족(total satisfaction)을 추구했던 렉서스의 성공 케이스에 주목해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의 성공 여부는 그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그것이 정확히 타깃 시장의 요구에 맞아 떨어져 전체 시장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새로운 고급 브랜드를 통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시장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 아직 불분명합니다. 우선 브랜드 성공의 중요한 필요조건 중 하나인 미국 내 독립된 딜러망에 대한 발표가 없어 불안합니다. 만일 별도 딜러망이 아니라 기존 현대 딜러샵 한쪽에 독립된 공간을 마련하는 콘셉트라면 현재 포드와 링컨의 판매방식처럼 될 수 있어 아무리 멋진 차들이 나와도 초기부터 히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실용성으로 경쟁하는 대중 브랜드도 그렇지만, 감성으로 승부하는 고급 브랜드라면 출시부터 확실한 콘셉트 그리고 그에 맞는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알버트 비어만, 그리고 루크 동커볼케의 현대차 합류는 확실히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는데요, 과연 얼마만 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차의 디자인이라는 것도 누가 디자인을 하든 결국은 최고 경영자의 지지와 안목에서 결정되는 것이니 외부에서 들어온 인재들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는 두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과거 피터 슈라이어의 성공 사례가 있어 희망적인 전망을 가능케 합니다. 

현대차의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아차의 고급차 라인업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 

1999년 합병 이후 현대차는 기아 브랜드를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로 세련되고 감각적인 이미지의 현대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각 세그멘트에서 경쟁하되 약간 저렴한 세컨드 브랜드로 포지셔닝 해왔습니다. 저가의 경차가 기아에서만 나오는 것도 시장이 작아서라고 얘기는 하지만, 시장은 글로벌하게 볼 수 있고 모델의 경쟁력에 따라 신규수요도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제품 전략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현대 브랜드의 위쪽에 위치시키고자 할 때 기아차의 라인업에 그다지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모델 중에 K9와 모하비가 향후 제네시스의 라인업과 가격 면에서 겹칠 수는 있겠지만 서로 시장이 달라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르노삼성에서 삼성은 이제 그저 형식적인 이름처럼 보입니다. 르노 모델이 대거 진입할 전망인데요, 이러한 변화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초기 주로 일본 모델들과 독일 오펠의 모델들을 조립하거나 라이선스 생산을 해왔습니다. 점차 자동차 기술이 상향 보편화되면서 일반적인 기술과 품질 수준은 비슷해졌고 이제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 디자인과 주행 느낌, 서비스 같은 소프트한 측면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이 초기 일본 닛산의 모델들을 라이선스로 생산할 때는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다가 중간에 르노 모델로 바뀌면서 판매가 부진해진 것은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프랑스 디자인을 낯설어했던 요인이 컸습니다.

그러나 최근 QM3이 엔진 마력 같은 제원에서는 약하지만 디자인이 좋아서 인기를 누리는 걸 보면 이제 국내시장도 여러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된 듯합니다. 따라서 향후 르노의 다양한 모델들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거리의 모습이 보다 다채로워진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해 보입니다.

쌍용차는 티볼리 이후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어 고무적으로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쌍용차의 방향성은 무엇일까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어려워진 쌍용차는 그 후 계속된 오너십 리스크(ownership risk)에 의해 방향성을 잃고 많은 고초를 겪었지만, 마힌드라 인수 이후 새로운 제품들을 성공적으로 내놓으며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간 20만대 정도의 생산능력을 가진 쌍용차가 향후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생산 능력은 늘릴 수 있다 해도 기술적으로 완전 자립한 현대차그룹과는 달리 쌍용차는 기본적인 엔진과 섀시 기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쌍용차는 제한된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어 결국 수익성 좋은 SUV 라인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소형 SUV를 성공적으로 출시하여 경영 정상화에는 성공했지만,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중대형 SUV에서의 성공적인 신 모델 출시가 중요합니다. 최근 쌍용차 경영진이 미국시장 진출을 언급했지만, 제한된 생산 능력이나 경영 자원을 고려할 때 국내시장과 유럽, 그리고 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국내시장에는 테슬라, 마쓰다, 알파로메오, 슈코다 등의 새 브랜드 진입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별로 예상 성적표를 전망해볼 수 있을까요? 이로 인한 브랜드 다양성과 시장 변화 추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세요. 

이제 국내 자동차시장도 많이 성숙되고 많은 정보가 공유되면서 다양한 모델들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해외 브랜드가 들어오더라도 일정 부분 고정 수요가 발생하겠지요. 모델도 제한되고 판매 인프라도 부족하고 마케팅도 거의 하지 않는 캐딜락이 꾸준히 월 300~400대 가량 팔리고 있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그래도 한 브랜드가 들어올 때 필요한 초기 투자와 론칭 이후 지속적인 마케팅과 인프라 투자를 감안하면 판매가 일정 수준 이상은 꾸준히 이어져야 합니다.

스바루와 미쓰비시가 일부 마니아 수요에도 불구하고 우리 곁에서 사라진 이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테슬라는 높은 지명도에 의해 론칭 초기 많은 관심을 끌 수는 있겠으나, 소량 고가의 모델인 데다가 충전 인프라를 비롯해 판매와 서비스 인프라의 제약에 의해 거리에서 자주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슈코다는 이웃 중국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폭스바겐의 플랫폼을 이용한 세컨드 브랜드입니다. 디자인도 평범하고, 생산지인 체코의 이미지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그리 높지 않아 일반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수입차라 가격이 높아질 것이니 브랜드 이미지도 부족한데 가성비도 높지 않아 일단 국내 브랜드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오히려 초기에 품질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공급에 문제가 없다면 알파로메오가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도 좋고 마니아층도 두터워 성공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마쓰다는 MX-5 같은 걸출한 스타가 있기는 하나 여타 모델들이 대중 브랜드의 한계를 가지고 있지요. 오히려 단단하게 잘 달린다는 일본차답지 않은 강점(?) 이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일본차를 선호하는 수요층에서 보면 오히려 같은 일본 브랜드인 토요타, 닛산, 혼다와의 경쟁을 이겨내기 어려울 듯합니다.  

(현재 UL Korea 및 UL 자동차 사업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황순하 대표는 기아자동차, 아더앤더슨 코리아 자동차산업 담당 파트너, 대우자동차판매 기획실장, GE Korea 전무를 역임한 자동차산업 전문가다. 저서로 지난 2005년 이가서에서 펴낸 '자동차문화에 시동 걸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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