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슈퍼카, 1988 푸조 옥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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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슈퍼카, 1988 푸조 옥시아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6.03.1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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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푸조 옥시아 : 그룹 B 랠리카와 그룹 C 르망 경주차를 섞어놓은 그란 투리스모  

1988년 파리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은 푸조 옥시아는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기만 하는 껍데기뿐인 콘셉트 카가 아니었다. 차체와 섀시는 카본파이버와 케블라(방탄복 등에 쓰는 강도가 높은 합성섬유)로 만들었고, 차체 중앙에는 경주차에서 가져온 고성능 엔진이 웅크리고 있었다. 네바퀴굴림 및 네 바퀴 조향 시스템도 갖춘 옥시아는 실제로 도로를 질주할 수 있는 미드십 슈퍼카였다. 

옥시아라는 이름은 지구로부터 2억2천530여km 떨어진 곳에서 왔다. 태양계 네 번째 행성 화성의 옥시아 팔루스 사각지대(Oxia Palus quadrangle)라는 곳에서다. 옥시아 팔루스는 위도 0°, 경도 0°에 위치한 화성 표준시간의 기준점이 되는 곳이며, 과거 화성에서 강물이 흘렀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19년 전 미국 NASA의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가 착륙한 아레스 발리스 평원이 바로 이곳에 있다. 영화 〈마션〉에서 마트 와트니가 지구와의 교신을 위해 패스파인더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잠깐 나오기도 한 장소다. 

옥시아의 디자인은 제라드 웰터(Gerard Welter)가 맡았다. 그는 1960년 18세의 나이에 푸조에 입사해 1990년대 말 디자인 총책임자에 오른 뒤, 2007년까지 푸조의 디자인을 이끈 인물이다. 1990년에는 아내인 라헬 웰터와 함께 사설 르망 경주 팀 ‘웰터 레이싱’을 창설하기도 했는데, 자신만의 경주 팀을 운영한 유일무이한 자동차 디자이너로 남아 있다. 
 

짧은 보닛, 완만하게 누운 넓은 앞 유리 등 옥시아의 디자인 특징들은 이후 시판 모델에 그대로 적용됐다. 옥시아는 길이 4,610mm, 너비 2,020mm이고, 높이는 1,130mm에 불과하다. 리어 윙은 시속 250km에 다다르면 3˚ 올라간다. 한번 올라가면 시속 250km 미만으로 속도가 줄더라도 곧바로 원위치하지 않고 1분간 각도를 유지한다. 

늘씬한 차체 속에는 그룹 B 랠리카와 그룹 C 경주차가 융합된 괴물이 숨어 있다. 엔진은 가레트의 T3 터보차저 2개를 단 V6 2,849cc 트윈터보. 뮬산 스트레이트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속 400km를 돌파한 웰터 레이싱의 WM 푸조 르망 경주차 심장에서 파생된 것이다. 4,500rpm에서 최대토크 74.0kg.m을 발휘하고, 8,200rpm에서 680마력을 내뿜었다. 
 

당시 영국 〈오토카〉의 존 시미스터는 “저회전에서는 포르쉐 911이나 959와 비슷한 소리를 냈다”며, “전력으로 질주할 때는 굉장한 기세로 으르렁댔다”고 썼다. 엔진이 뿜어내는 막강한 힘은 6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로 전달된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푸조의 그룹 B 랠리 경주차 205 T16에서 가져왔다. 

구동계는 유성기어를 사용한 센터디퍼렌셜과 전자제어 비스커스 커플링을 결합한 복잡한 구조. 센터 디퍼렌셜은 앞 25%, 뒤 75%로 토크를 분배하고, 비스커스 커플링은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 역할을 한다. 네 바퀴 모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고, 각각 코일 스프링에 둘러싸인 가스 댐퍼를 달았다. 
 

최고급 가죽으로 감싼 실내는 파란색과 짙은 회색이 조화를 이룬다. 각종 첨단 장비와 함께 파이오니어社의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도 갖췄다. 공조장치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하기도 한다. 카울 포인트에는 2줄의 태양광전지가 있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을 때 에어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속도, 엔진회전수, 부스트 압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게이지로 표시하고, 엔진오일 온도, 냉각수 온도, 연료 잔량, 주행거리, 타이어 공기압 등은 디지털로 나타낸다. 개인용 컴퓨터(PC)도 내장되어 있다. 센터 페시아 상단에는 컬러 LCD 스크린을 달았고, 기어 레버 앞쪽 센터콘솔에는 영문, 숫자 키보드와 트랙볼 컨트롤러, 무선전화가 있다. PC는 내비게이션과 트립 컴퓨터 역할을 한다. 저장매체는 플로피 디스크. 
 

지난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 카 오닉스(Onyx)는 옥시아의 정신적 후속작이다. 옥시아와 마찬가지로 푸조의 르망 경주차 908에서 파워트레인을 가져왔다. 옥시아가 1990년대 푸조의 디자인에 영향을 준 것처럼 오닉스도 새로운 푸조 스타일링의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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