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새로운 도전, '포뮬러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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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새로운 도전, '포뮬러 E'
  • 스티브 크로플리 (Steve Cropley)
  • 승인 2016.03.09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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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가 올해 포뮬러 E에 출전해 환경 친화적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려 한다. 재규어의 포뮬러 E 도전은 앞으로 선보일 시판차를 위한 포석일까?  
 

버니 에클레스톤 시대 이전, 즉 모터스포츠가 저예산으로 운영되던 시절에 후원자들은 모터스포츠에 대한 신규 투자는 일반도로용 자동차를 “품종 개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그들의 생각은 옳았다. 디스크 브레이크, 공기역학, 엔진 매니지먼트, 소재, 운전자 안전 등 자동차 기술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크게 발전했고, 일반 승용차들이 그 수혜자가 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세상이 바뀌었다. F1의 기술 규정은 일반도로용 자동차와는 동떨어진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반도로용 자동차들은 편평(low-profile) 타이어, 셀프레벨링 서스펜션, 진보된 디젤 엔진, 각종 운전자 보조 장치 등으로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그런데 올해 포뮬러 E에 출전하겠다는 재규어의 폭탄선언으로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재규어는 모터스포츠 신기술이 어떻게 양산차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일반도로용 자동차와 경주차 사이에 다시 접점이 생겨난 것이다. 

재규어 랜드로버(JLR) 수석 엔지니어 닉 로저스는 재규어가 포뮬러 E로 모터스포츠에 복귀하는 것은 앞으로 JLR에서 전기차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움직임이라고 했다. 그러나 언제 양산 전기차를 출시할지, 재규어와 랜드로버 중 어디서 먼저 전기차를 선보일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포뮬러 E 경주차가 재규어 브랜드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본지는 전기로 움직이는 네바퀴굴림 재규어 크로스오버 ‘E-페이스’가 연말께 데뷔할 것이라고 앞서 보도한 바 있다. 아마도 재규어의 포뮬러 E 데뷔 시점에 맞춰 E-페이스를 슬쩍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E-페이스는 최근 판매에 들어간 테슬라 모델 X와 새로 나올 아우디 Q6 e-트론의 라이벌로, 가격은 6만 파운드(약 1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저스는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는 “포뮬러 E는 우리에게 전동화(電動化·electrification)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극한의 조건에서 신기술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아주 귀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JLR은 포뮬러 E 출전을 위해 ‘윌리엄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르망 경주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설계사로서 전동화에 풍부한 노하우가 있는 윌리엄스는 포뮬러 E의 배터리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로저스는 상당한 인원의 JLR 엔지니어들이 포뮬러 E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IT와 지속가능성이 화두가 될 미래 자동차는 전동화와 경량 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며, “포뮬러 E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어서 우리 브랜드에 아주 완벽한 무대”라고 말했다.
지난해 펼쳐진 포뮬러 E 첫 시즌에서는 평범한 파워트레인과 섀시를 사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새로운 파워트레인 공급업체들이 뛰어든다. 포뮬러 E 2016 시즌은 9월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는 홍콩 레이스가 새로 추가됐다. 
 

배터리 용량이 지난해 28kWh에서 올해는 32kWh로 올랐고, 동시에 엔진 최고출력도 250kW(335마력)로 25% 향상됐다. 1년 뒤엔 포뮬러 E 경주차 무게 규정이 드라이버를 포함해 현재의 888kg에서 850kg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조치는 보다 가벼운 배터리 개발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재규어는 팀 감독으로 제임스 바클레이를 임명했다. 아직 팀 구성과 드라이버 라인업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클레이는 “워크스 팀으로 포뮬러 E에 출전하는 첫 번째 자동차회사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신세대 재규어 팬을 끌어들이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재규어의 네 번째 도전  

재규어는 지금까지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에 세 차례 참전했다. 그 첫 번째는 C-타입과 D-타입으로 르망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1950년대였다. 이 무렵 재규어는 E-타입 같은 훌륭한 일반도로용 자동차를 여럿 배출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재규어다움’(Jaguarness)의 개념을 세우기도 했다. 

다음은 1980년대 초 톰 월킨쇼가 설계한 XJS가 유럽투어링카선수권과 호주 ‘배서스트 1000’을 석권하며 화려하게 막을 연 TWR(톰 월킨쇼 레이싱) 시대였다. 월킨쇼의 그룹 C 경주차들은 1988년과 1990년에 르망에서 우승했고, 1991년에는 세계스포츠카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두며 지배력을 과시했다. 
 

2000년대 들어 재규어의 새로운 주인이 된 포드는 스튜어트 그랑프리 팀을 매입한 뒤 서둘러 재규어 팀으로 전환했다. 이때는 성공하지 못했다. 다섯 시즌 동안 오직 두 번 시상대에 올랐을 뿐이다. 결국 포드는 2005년 시즌을 앞두고 레드불에 팀을 매각했다. 

이번 포뮬러 E 출전은 재규어의 이미지를 바꾸는 한편, 앞으로 새롭게 선보일 전기차 라인업을 홍보하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60년이 지난 지금,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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