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맞춰 달리는 운전의 재미, 닛산 37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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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맞춰 달리는 운전의 재미, 닛산 370Z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2.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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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370Z는 차와 하나 되는 재미를 알려준 차다. 300마력 넘는 출력에 겁을 내면서도,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한계를 탐했다. 그렇게 차를 모는 즐거움을 깨달아갔다.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스포츠카야말로 운전의 재미를 가르쳐주는 차란 생각이다. 

다시 370Z를 만나게 됐다. 2016년식으로 거듭났단다. 주행에 관련된 여러 부분을 보완하고 가격을 낮췄다. 바람직한 변화란 생각이다. 디자인 변화는 없다. 2009년에 처음 만났으니 벌써 7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조금도 시들지 않은 매력적인 디자인은 시간을 관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370Z의 디자인에는 1969년 등장한 선대 모델인 240Z(코드네임 S30)의 비례가 녹아 있다. 당시 미국 닛산 회장이던 ‘유타카 카타야마’의 용단이 만든 모델. 그는 미국 젊은이들을 사로잡을 스포츠카를 원했다. 기존 자동차 부품들을 이용해 가격은 낮추되, 멋지고 잘 달리는 스포츠카를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가 240Z. 이름처럼 숫자 뒤 알파벳 Z 붙이는 작명법으로 미국에서 Z-카란 호칭을 얻었다. 이후 지금의 6세대 모델인 370Z에 이르기까지 40여 년 동안 닛산 스포츠카 라인의 중심을 맡아왔다.  
 

역사적 특징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대시보드 가운데 자리한 3개의 원형 클러스터는 옛 모델부터 이어져온 디자인 요소 중 하나다. 실내 구성은 단순한 쓰임새를 염두에 둔 듯 간단하다. 조작할 부분이 거의 없다. 시동 걸고 바로 달려 나가면 된다. 특이한 점을 찾으라면 스티어링 휠이 틸팅만 지원하며,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이 같이 움직인다는 것. 어느 시야에서나 계기판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운데를 차지한 큼직한 타코미터는 시인성이 좋다. 다만 운전 자세 잡기가 조금 까다롭다. 텔레스코픽 기능까지 되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2016년식 370Z의 변화는 외관이나 수치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디자인을 바꾸거나 출력을 높이는 수를 두진 않았다. 하지만 운전 성능을 높이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스티어링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스티어링 칼럼 부싱을 바꿨다. 좀 더 빠른 스티어링 응답성을 위해서다. 서스펜션 세팅 또한 조금 더 쾌적한 쪽으로 바뀌었다. 엔진 마운트를 재설계하고, 흡음재를 보강하는 한편, 보스 오디오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도 줄였다. 반면 맥시마에 적용됐던 액티브 사운드 기술을 적용해 엔진음은 좀 더 또렷해졌다. 
 

370Z의 엔진은 V6 3.7L 자연흡기. 최고출력 333마력을 7,000rpm에서, 최대토크 37kg.m을 5,200rpm에서 낸다. 회전 한계는 약 7,700rpm으로 빠듯하게 엔진 돌려 힘을 낼 때 재미를 안겨주는 타입이다. 고회전을 유지하며 달릴 때 반응이 좋다. 회전수를 낮춰 달릴 때는 꽤 조용하다. 일상적인 사용을 충분히 고려한 부분이다. 회전수를 조금 높여 달려야 엔진음이 들린다. 배기음을 통해 매력적인 소리를 내진 않는다. 엔진의 기계적인 음색이 강조된 설정이다. 청각적인 자극은 있지만, 소리가 마음에 닿지는 않는다. 
 

엔진의 회전 감성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고회전으로 치솟을 때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말끔하게 맞물려 돈다. 고회전에서 가속페달을 섬세하게 조절하며 달리기 좋다. 변속기는 자동 7단이다. 요즘 유행하는 듀얼 클러치만큼은 아니지만 직결감이 좋고 변속도 빠르다. 하지만 수동에 대한 욕심도 살짝 든다. 해외에는 기어를 낮출 때 엔진회전수를 조절해주는 ‘싱크로 레브’ 기능을 갖춘 수동변속기 모델도 있기 때문이다. 
 

핸들링은 초기 반응이 더 날카로워졌고, 움직임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기존 모델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데다, 차체의 기울임도 약간 줄어든 느낌. 서스펜션의 세팅이 인상적이다. 보통 스포츠카의 서스펜션 세팅은 꽤 단단한 편인데, 370Z는 살짝 무른 여지를 남겨두었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편안함을 안겨주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세 변화를 활용해 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고속으로 몰아붙여도 불안하지 않다. 전반적인 일본차의 특성인 단단한 차체와 위아래 움직임 폭에 여유를 둔 서스펜션의 조합이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산길에서 달릴 때 효과가 확실했다. 접지력을 쉽게 잃지 않는 편이지만 스로틀 크게 열고 코너를 공략할 때에는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려 드는 성질이 좀 있다.

트랙션 컨트롤 세팅이 뛰어나 미끄러지지는 않지만, 해제 버튼 하나 누르면 짜릿한 질주가 시작된다. 가속페달로 코너를 타는 뛰어난 밸런스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버튼 하나로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고 코너로 몰아붙일 때 370Z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 뒷바퀴의 움직임이 분명하고, 접지력을 잃을 때의 거동이 자연스럽다. 한계에서 갑자기 밀려나는 것이 아닌, 점진적으로 미끄러지기 때문에 코너를 공략하기 한결 수월했다. 원하는 경로를 따라 미끄러지는 즐거움이 각별했다. 꼭 뒷바퀴를 미끄러트리지 않더라도, 뒷바퀴에 구동력을 실어 회전하는 뒷바퀴굴림만의 즐거움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370Z는 운전자와 하나 되어 달리기 딱 좋은 차다. 333마력의 출력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수준이고, 작고 단단한 차체는 몰기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스티어링의 반응성이 조금 넘쳐 살짝 오버하는 느낌이 들다가도, 코너를 잘라먹듯 돌파할 때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꽉 맞물려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인마일체라는 표현이 요즘은 흔해졌지만, 370Z의 본질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2016년식 370Z는 이점이 분명한 차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 속에 운전의 재미를 담아냈다. 다루기 쉽고 즐겁다. 게다가 빠르다. 2인승 스포츠카라는 한계 때문에 많이 팔릴 차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닛산의 이미지를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차다. 다만 제안하고 싶은 점이 하나 있다. 수동변속기의 도입이다. 수동을 달고 조금 더 가격을 낮춰준다면 370Z에 꽂힌 닛산 마니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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