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의 새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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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의 새해 선물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4.3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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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의 오토 라이프

영국 길드퍼드 부근 던스폴드 비행장. 각기 한가락 한다는 스타들이 합리적인 가격대의 차를 몰고 액션 드라마를 연출했다. 무비 카메라가 힘차게 돌아갔다. 그런 다음 우리는 200만 파운드(약 36억원)짜리 맥라렌 F1 GTR을 몰고 빙판을 달렸다. 그 뒤를 맥라렌 MP4-12C가 추격했다.

이날의 메인이벤트는 몇 달 뒤에 공개된다. 신형 맥라렌의 동영상과 함께 우리가 엮어내는 책에 담겨 나올 것이다. 어찌됐든, 그 이전에 한 가지 사실이 완벽하게 밝혀졌다. MP4-12C는 진정 탁월한 슈퍼카라는 사실. 지금까지 나의 기대는 미지근했지만 실로 통쾌하고 놀라웠다. 내 의견이 확 바뀐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진보다 실물이 적어도 수십 배는 보기 좋았다. 특히 우리가 직접 체험한 밝은 실버 메탈 컬러가. 둘째, 이전에 내가 인정했던 것보다 도로에서의 존재감이 컸다. 셋째, 엄청 빨랐다. 너무나 빨라 맥라렌 F1 GTR로도 따라갈 수 없었다. 넷째, 조수석에서 볼 때도 섀시는 아름답게 다듬어졌다. 매끈하면서도 정숙하고 민첩성이 환상적이었다. 내가 12C(우리 사내에서 부르는 이름)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 본 것은 처음으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 다음 맥라렌의 상주 테스트 드라이버인 케빈 맥개러티라는 친구가 망각의 경지까지 몰아붙였다. 정말 짜릿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맥라렌을 위한 작전이기도 했다. 왜? 그 차를 타보는 순간 그 차에 대한 감각과 의견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곧잘 더 좋은 인상을 받게 마련이었다. 12C의 경우도 그랬다.

영국의 가장 짜릿한 새 슈퍼카에 대해 그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변속동작은 현란하게 빠르면서도 동시에 놀라우리만큼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변속이 이뤄지는 가장 뚜렷한 조짐은 패들에서 들리는 섬세한 딸각 소리뿐이었다. 초고속에서도 엔진 사운드는 페라리 458만큼 시끄럽지 않았다. 귀가 먹먹한 이탈리아의 울부짖음이 신기하지 않을 때쯤 12C의 사운드가 살갑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맥개러티의 손에 쥐어진 12C는 비범하고 섬뜩하게 드리프트를 들락거렸다. 섀시가 근본적으로 균형을 잘 잡았다는 분명한 징조였다. 조수석에서 느낀 12C는 가볍고 민첩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신경질적이거나 한계에 접근하지 않았다.

물론 맥개러티의 테크닉이 너무나 탁월해 섀시의 어떤 결함도 숨길 수 있었을지 모른다(그는 포뮬러 포드 페스티벌에서 한번 우승했다). 아무튼 운전대를 잡은 케빈은 진정으로 맛깔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12C가 훨씬 맛깔스러웠다. 양쪽 모두에게 보내는 찬사다.

난 이 슈퍼카에 대해 한 가지 의혹이 있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걱정스럽다. 맥라렌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이름 때문이다. MP4-12C는 매력적이기보다는 지나치게 과학적이다. 게다가 브랜드 감각마저 그렇다. 일반 대중에게 ‘맥라렌’은 페라리, 람보르기니, 애스턴 마틴과 비교할 때 어떤 의미일까? 페라리처럼 매혹적인 브랜드인가? 람보르기니처럼 과도하게 섹시한 메이커인가? 혹은 포르쉐처럼 약간 회색적이면서 기술적인가? 더구나 로드카의 역사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앞으로 12개월 사이에 그 해답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말겠다.
 
글ㆍ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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