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구안의 아성에 도전하는 포드 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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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구안의 아성에 도전하는 포드 쿠가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6.01.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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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휘발유 SUV만 판매해왔던 포드 코리아가 마침내 디젤 SUV 카드를 꺼내들었다. 앞으로 국내시장에서 포커스와 함께 포드 차의 판매신장을 이끌 쌍두마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인공은 쿠가. 이스케이프의 유럽 쌍둥이 모델로, 몬데오와 퓨전의 관계를 생각하면 된다. 

겉모습은 이스케이프와 완전히 같다. ‘키네틱 디자인’이라는 포드의 디자인 철학은 동적(動的)이라는 그 이름처럼 생동감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뛰어난 성능과 운전의 즐거움을 연상시키는 모습은 쿠가도 마찬가지. 속도감 있는 선과 입체적인 면으로 동적 디자인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조형적으로 잘 풀어냈다. 
 

날렵한 모양 때문인지 작아 보이지만, 사실은 동급에서 가장 큰 편이다. 길이×너비×높이가 4,525×1,840×1,690mm로 현대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 크기. 참고로 동급 베스트셀러인 폭스바겐 티구안은 4,430×1,810×1,705mm다. 쿠가의 휠베이스는 2,690mm로, 티구안(2,604mm)보다 훨씬 길고 싼타페(2,700mm)와 비슷한 수준이다. 

키네틱 디자인 철학은 실내서도 이어져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전경이다. 무뚝뚝하고 특색이 없는 동급 라이벌들에 비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실내는 인체공학적이고 만듦새와 소재의 감촉도 좋다. 키 175cm의 승객이 앞뒤에 앉아도 모두 편안할 만큼 거주성 역시 좋다. 청소년을 자녀로 두고 있거나,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일이 많더라도 문제없겠다. 
 

리어 시트는 레버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조절 폭은 제한적이지만 편한 자세를 잡기 좋고, 작은 짐이라면 리어 게이트를 열지 않고도 뒷좌석 등받이를 조절해 뒷문에서 트렁크에 넣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화물칸 적재용량은 456L로 넉넉하고, 골프가방이나 유모차 등 기다란 물건도 쉽게 실을 수 있다. 6:4로 분할되는 리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653L까지 확장된다. 

쿠가는 유럽에서 1.5L 휘발유 엔진 2종(150마력/180마력)과 2.0L 디젤 엔진 2종(150마력/180마력)으로 총 네 가지 엔진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는 180마력 버전의 2.0 디젤 한 가지로 판매된다. 몬데오와 같은 직렬 4기통 2.0L 듀라토크 TDCi 터보 디젤 엔진이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내며, 동력은 자동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로 전달된다. 
 

엔진 성능은 티구안(150마력, 34.7kg.m)보다 훨씬 앞서지만, 수치 차이가 그리 와 닿지는 않는다. 변속기는 엔진회전수를 1,500rpm 아래에 묶어두려는 성향이 강한데, 1,500rpm 아래에선 엔진이 굼뜬 느낌이고 진동도 세다. 하지만 2,000rpm을 넘겨 중속 영역에 들어가면 활력이 살아나며 힘찬 견인력이 나온다. 

따라서 가속페달을 얇게 밟아 서서히 속도를 높여가는 것보다, 한 번에 시원하게 가속한 뒤 발에서 힘을 빼는 식으로 몰 때 느낌이 좋다. 사실 이것이 연비 주행에 유리한 방법이기도 하다. 많은 운전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무조건 가속페달을 조심스레 밟는 것이 연비를 높이는 능사는 아니다.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와 같이 연료 소모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소모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저회전에서 신경 쓰였던 엔진 소음과 진동은 고속에서 싹 잊게 된다. 대신 시속 100km를 넘으면서 A필러 주변에서 바람소리가 급격히 커지고, 시속 120km를 넘어서면 실내가 상당히 소란스러워진다. 엔진 소음이나 노면 소음에 비해 바람소리가 상대적으로 거세다. 

변속기는 직결감을 강조하며 기계적인 매력을 뽐내기보다는 이음새 없는 부드러운 작동감을 중시한 타입이다. 듀얼클러치라는 것을 모르고 운전하면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재래식 자동변속기와 닮았다. 수동 모드는 포드 특유의 버튼 식을 고수했다. 기어 노브 옆에 달린 작은 버튼으로 변속하는 방식. 포드 차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생소한 조작 방법이다. 
 

변속 버튼은 흐리멍덩한 클릭 감과 덜떨어진 반응으로 변속기가 가진 매력을 다 깎아먹는다. 다행히 S모드에서의 변속 제어가 만족스럽기 때문에 적극적인 주행을 원할 땐 S모드에 두고 차에 변속을 맡기면 된다. 기어 레버를 잡아 앞뒤로 움직이는 편이 훨씬 직관적인데 어째서 포드는 이 형편없는 버튼 방식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엔진 오토 스타트-스톱 시스템은 아주 매끄럽게 작동한다. 4기통 디젤차는 재시동 시 굉장한 진동을 수반하기도 해서 많은 운전자들이 꺼두기도 하는데, 쿠가에선 안심해도 좋다. 서스펜션은 유럽 태생답게 탄탄하면서 유연하다. 뉘르부르크링에서 담금질했다고 하는데, 헛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스티어링은 너무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 운전대를 돌리면 지연 없이 반응하며 방향을 바꾼다. 느슨한 태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덕분에 도심은 물론 구불구불한 길에서도 몸놀림이 좋다. 이것이 쿠가가 가진 흥미로운 점이다. SUV임에도 직선도로보다 와인딩에서 개성을 드러낸다. 

시선의 높이에서 SUV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왜건 감각으로 달린다. 타이트한 코너에 내던져도 노면을 움켜쥐고 있는 한계치가 생각보다 높다. 코너링 중에 스로틀을 확 열어젖혀도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각 바퀴에 독립적으로 힘을 보내는 지능형 AWD 시스템을 달아두긴 했지만, 소프트웨어에만 의존한 얄팍한 느낌이 아니라 하드웨어로 만들어낸 수준 높은 움직임이다. SUV치고는 의외로 쾌활한 핸들링이다. 
 

2.0 듀라토크 엔진은 대중 콤팩트 SUV로서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내지만, 섀시가 훌륭한 만큼 좀 더 힘이 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274마력의 2.3 에코부스트 엔진을 넣은 ‘쿠가 ST’ 같은 차가 있다면 상당히 재밌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물론 시장성은 제로에 가깝겠지만…. 

쿠가는 국내에 기본형인 트렌드와 고급형인 티타늄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트렌드가 3천940만원, 티타늄이 4천410만원. 트렌드와 티타늄의 차이는 사실상 휠 사이즈(트렌드는 17인치, 티타늄은 18인치)와 사각지대 경고 장치뿐이다. 
 

기본형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 장치, 전방 추돌 경고 장치, 액티브 시티 스톱, 파노라마 선루프, 전동식 리어 게이트 등 안전·편의 장비를 아주 충실히 갖추고 있다. 액티브 시티 스톱은 시속 30~50km 사이에서 전방 차량와의 추돌 위험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감속 및 완전 정차까지 수행하는 장치다. 보행자는 감지하지 못하고, 자동차만 인식한다고 한다. 

성능, 디자인, 실용성, 가격, 또는 브랜드 등 차를 고르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수입 콤팩트 SUV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쿠가는 후보 목록 상단에 올려둘 만한 가치가 있는 자동차다. 이 클래스에서 왕좌를 틀어쥔 티구안과 비교하면, 기본형 기준 훨씬 강력한 엔진과 풍부한 장비를 갖추고도 불과 수십만 원 비싸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쿠가는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꽤 오래된 모델이고,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이스케이프와 외관상 차이도 없어서 ‘신형’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것이 문제다. 당장 티구안의 철옹성을 깨부수기엔 역부족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일본 메이커의 휘발유 SUV들을 상대로는 선전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탄탄한 기본기와 매우 높은 상품성으로 무장한 포드 코리아의 첫 디젤 SUV. 신제품임에도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이 약점이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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