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현대 i40, 포드 포커스, 폭스바겐 티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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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현대 i40, 포드 포커스, 폭스바겐 티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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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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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현대 i40
현대의 모델 중에서 i로 시작되는 이름은 유럽 지향의 차들이다. 준중형 해치백 i30이 그렇고, 유럽에서 판매중인 i10과 i20 등이 그렇다. 필자가 느끼기에 유럽 시장을 지향하는 차들의 특징은 미국 시장으로 가는 모델들보다 ‘은근함’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차의 기술적인 특징까지 모두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차체의 내·외부 디자인에서는 미국 시장을 지향하는 차들에 비해 밀도가 높고, 실내에서도 기능적인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미국은 평야가 많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차체 스타일에서 세부적인 디테일보다는 양감과 전체적인 인상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럽은 북미 대륙보다 상대적으로 평지가 적은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세부적인 디테일과 실내 공간의 활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의 차들은 선이 굵고 강렬한 인상을 중시하는 반면, 유럽은 정교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등장한 i40은 미국 시장 중심의 YF쏘나타에 비해서 정교한 디테일과 기능성을 추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몇 종류의 스테이션 왜건이 개발되어 시판된 일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유는 사람들이 차를 쓰는 행태가 주로 ‘승용’이라는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스테이션 왜건, 다시 말해서 ‘사고 싶은 디자인의 스테이션 왜건’이 없었던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왜건이 세단을 변형시켜서 만든 것이기도 했지만, 다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디자인이었던 기아의 파크 타운과 같이 소비자들의 디자인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던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 메이커들의 스테이션 왜건은 그 자체로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스바루의 레거시는 세단보다도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었고, 세단을 변형시켜 개발한 1980년대의 포드 토러스 왜건도 세단 못지않은 디자인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i40의 차체 디자인은 현대자동차가 추구하고 있는 플루이딕 스컬프쳐에 의한 조형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지붕의 앞부분이 가장 높고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자세를 가진 것은 속도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전반적인 차체 이미지를 스포티하게 이끈다. 차체 측면의 캐릭터 라인은 YF쏘나타와 동일한 흐름으로 처리되면서도 그 깊이에 있어서는 ‘힘 조절’이 들어가서 YF에서와 같이 조금은 강한 듯한, 과장된 느낌을 덜어냈다. 차체 측면에서 도어 아래쪽의 선의 연결이 뒤 범퍼로 이어지면서 선의 정리가 잘 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사실 i40의 세단형이 어떤 형태로 C필러와 뒷유리, 데크 등을 마무리할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스테이션 왜건에서의 형태는 그 자체로 완성도가 훌륭하다. 게다가 세부적인 차체 디자인을 본다면 A필러와 후드, 펜더가 만나는 부분의 면 처리나 분할선의 설정에서 높은 수준의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테일 게이트와 쿼터 글라스가 만나는 D필러의 곡선 형태 역시 창의성 있는 조형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의 곡선이 우아하게 보이면서도 ‘억지로 구부려 놓은 느낌’이 드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이 부분의 곡선을 지붕의 파노라믹 글라스와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로 다듬었더라면, 좀 더 우아하고 유연하게 마무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포드 포커스
포드 포커스가 국내에서 시판되기 시작했다. 사실상 포커스는 서유럽 시장에서는 일본과 유럽, 그리고 우리의 현대, 기아의 준중형 승용차들과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유럽 포드의 핵심 차종이다. 미국 포드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을 수도 있지만, 유럽 포드에서는 포드 브랜드의 간판 격인 승용차인 것이다. 물론 신형 포커스는 전 세계적인 소형화의 물결 속에서 이제는 미국 시장에서도 상당히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현대·기아의 아반떼, 포르테와도 직접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포커스의 차체 디자인은 유럽 포드의 디자인 성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포드의 디자인 키워드는 역동성을 강조한 ‘키네틱 스타일’(Kinetic Style)이다. 이것은 1990년대 초부터 유럽 포드의 소형 승용차 ‘카’(Ka)와 ‘포커스’, ‘쿠가’(Cougar) 등을 중심으로 발전시켜온 것이다. 차체 형태에서 볼륨감을 강조하면서도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랩을 연상시키는 긴장된 면과 면이 만나서 날카로운 모서리(edge)를 형성하는 조형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 포드의 스타일을 가리켜 ‘엣지 스타일’이라고도 표현한다. 물론 이번에 국내에 들어오는 신형 포커스도 2011년형으로 등장하면서 그러한 ‘엣지 스타일’의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신형 포커스의 엣지 스타일은 날카로운 이미지의 헤드램프와 앞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에서도 나타나고, 오른쪽 뒤 펜더에서 테일 램프와 결합된 형태로 디자인된 연료 주입구와 같은 디테일에서도 나타난다. 사실 필자는 포커스의 연료 주입구 디자인을 보고 조금은 놀랐다. 부품 구성을 극도로 단순화하면서도 전위적이고 감각적인 요소를 추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준중형급, 혹은 소형 승용차 디자인에서 감각적인 요소는 차의 상품성에서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다. 기능적 합리성과 감각적 요소가 공존하는 디자인을 가진 포커스가 국내의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하게 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폭스바겐 티구안
새로이 판매되기 시작하는 티구안은 폭스바겐의 기능적 디자인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인위적인 장식이나 휘둘러 치는 곡선 같은 스타일 요소가 거의 사용되지 않은 티구안의 차체 디자인은 그야말로 ‘독일 디자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차체 디자인을 보면 전반적으로 ‘모서리를 둥글게 돌린 사각형’ 형태로 통일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차체 각 부분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은 앞뒤 휠 아치의 형태가 그렇고 헤드램프와 앞 범퍼의 공기 흡입구, D필러의 쿼터 글라스는 물론이고 실내의 각종 버튼류와 공기 흡입구 등에서 일관되기 사용되고 있다. 티구안의 이러한 기하학적 형태는 기능에서 단단한 내구성과 신뢰성이라는 무형적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진지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진지함 속에서도 두개씩의 원이 조합돼 만들어진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환기구 디자인은 유머러스한 느낌으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자칫 딱딱함으로 채워질 수도 있는 기능적 형태에서 약간의 여유를 가지게 하는 디자인이라고 할까.

그렇지만 진지함으로 조용하기만 한 디자인은 아닌 듯하다. 앞 도어 트림 패널의 어시스트 핸들이 만들어내는 과감한 사선의 형태는 역동성을 주면서도 도어 포켓을 만들어서 단지 눈을 자극하는 형태에서 그치지 않고 실용적인 구조요소와 연결된 기능적 디자인을 보여준다. 티구안의 디자인을 요약한다면, 이미 자극적인 요소들로 가득 채워진 자동차 디자인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에게 기능적이고 진지한 디자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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