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의 JBL 사운드시스템 제대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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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의 JBL 사운드시스템 제대로 듣기
  • 박해성
  • 승인 2016.01.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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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위해 차를 인계받았을 때는 추적추적 비가 오는 저녁이었다. ‘신차의 주행 성능이나 디자인이 아닌 순정 카오디오를 중심으로 한 시승이라…’ 내심 흥미롭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글쓰기에 무료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들었다.

하지만 메이커의 카탈로그에서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으로 섬세하고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본 이상 궁금증을 풀어야 했다. 안 그래도 요즘 출시되는 차들이 JBL이니 BOSE니 하는 음향 브랜드들의 이름을 달고 순정 오디오의 프리미엄을 외치는데 그 내용이 궁금하던 터였다. 
 

스포티지의 R2.0 디젤 엔진은 좀 과장하면 소리도 없이 잘도 돌아간다. 일체형 대시패드를 장착하여 엔진 투과음을 개선하고 흡차음재를 보강했다고 하더니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이 매우 작고 부드럽다. 속도를 조금 높여도 파노라마 선루프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더 들리면 들렸지 엔진 소음이나 풍절음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차체는 가벼운 액셀러레이터 조작만으로도 경쾌하게 움직인다. 

대시보드에 오디오부 디자인은 고급스럽다. 다만 어디서 어디까지가 오디오 기능인지 한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FM 라디오를 켰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조금 납작하고 윤기 없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FM 주파수는 잘 잡아내는 편이다. 궂은 날씨인데도 채널 간 노이즈가 거의 없다. 그런데 FM에서 들리는 음악이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다. 근데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있다. 시승차의 경우 내비게이션 적용시에는 CDP가 미적용이란다. 하는 수 없이 생활 음악으로서 감상용 음반을 몇 장 USB에 집어넣기로 했다. 
 

다시 차를 몰아 늦은 밤길의 강변도로로 향했다. 양평으로 향하는 강변도로는 오가는 차도 적어 음악 감상에 좋은 조건이었다. 처음 작동시킨 음원은 일본의 카운터테너 ‘요시카즈 메라’의 ‘로망스’ 음반으로 매우 따뜻하고 감미로운 음악이다. 그런데 음원의 스테이지가 조금 높게 펼쳐진다. 눈높이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스피커의 위치는 A필러 하단에 트위터가 있고 도어 하단에 JBL 마크의 우퍼, 대시보드에 센터 스피커가 평범하게 위치해 있다.

스피커의 위치만으로 유달리 음상이 높게 잡힐 이유가 없다. 볼륨을 아주 작은 레벨에서 최고 레벨까지 올려보았다. MAX에서도 소리가 일그러지지 않는다. 스피커의 허용 입력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출력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 힘이 부족하니 정위감을 기대할 수 없고 소리가 산만하게 흩어지고 만다. 지금까지 느낌으로 봐서는 고출력의 외장앰프가 아닌 자체 소출력 컨트롤에 저렴한 JBL 스피커 유닛을 연결해놓은 정도로 판단된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약간씩 보정을 주기로 했다. 여러 가지 기능 키들을 작동해보니 수많은 기능들이 숨어 있다. 이퀄라이저를 이용하여 저음과 중음 고음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바꿔주었다. 선이 가늘고 신경질적이던 고음이 한결 온화해지고 가수의 목소리에 조금 힘이 잡혔다. ‘아트 페퍼 콰르텟’의 음반으로 다시 테스트를 해보았다. 아트 페퍼의 간결하고 무심한 색소폰 소리가 열정적인 앙상블에 묻히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이런저런 기능을 보다보니 컨트롤러의 기능 중에 청취 위치를 보정해주는 기능이 있다. 센터와 앞뒤 자리 중앙에 잡혀 있는 포지션을 운전석 귀 위치 쪽으로 돌렸다. 그런데 들리는 음상이 부자연스럽다. 이리저리 돌려보다 가장 좋은 결과를 찾은 곳이 운적자의 오른쪽 어깨 뒤쪽이다. 이로서 들리는 악기의 위치가 좀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이것은 운전자가 이기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의 설정이다. 
 

돌아오는 길,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삼송 프랑소와가 연주한 쇼팽 협주곡 1번을 틀었다. 최근 2015 제17회 쇼팽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며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에 쾌거를 알린 조성진이 본선에서 연주한 그 곡이다. 연주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나 유튜브에서 보며 느꼈던 감동은 감정이입이 되며 살아났다. 현악기 소리보다는 피아노 소리가 더 리얼하다. 오케스트라의 여러 관악기를 하나로 응집시킨 느낌을 주기는 어렵다.

종합적으로, 보컬이던 악기이던 혹은 팝이던 재즈이던 클래식이던 혹은 뉴스까지도, 앰프부의 부족한 힘에서 오는 음질의 메마름과 산만함을 근본적으로 피할 수는 없다. JBL류의 기기들이 제대로 조율이 되었을 때 그 상쾌하고 섬세한 느낌을 주는 장점이 매력적이지만 조화로움 없이 그 격이 낮아졌을 때에는 FM도 마치 AM 방송을 듣는 듯해진다.
 

결국 출퇴근길에 라디오로 여러 정보나 듣고, 운전이 심심하지 않게 음악 조금 들음직한 카오디오에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라는 문구는 좀 민망하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여러 기능으로 약간의 보정이 가능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제대로 CDP가 달린 옵션의 경우는 좀 다른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 테스팅 음원
Yoshikazu Mera / Romance [BIS-949 CD]
Art Pepper Quartet / Among Friends [Discovery DSCD-837]
Samson Francois / Chopin Les2 Concertos [EMI CD 7 47557 2]

글 · 박해성 (플루티스트, 매거진 WIND& 편집인)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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