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에서 다시 출발한다" 알파로메오 CEO, 하랄트 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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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에서 다시 출발한다" 알파로메오 CEO, 하랄트 베스터
  • 스티브 크로플리 (Steve Cropley)
  • 승인 2015.12.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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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로메오 CEO 하랄트 J. 베스터는 자신의 부활 계획이 성공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오토카>에 그 이유를 밝혔다 
 

알파로메오의 CEO, 하랄트 J. 베스터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일생의 습관을 깨트리고 회사의 미래에 대해 과감한 의욕을 드러냈다. 

우리는 알파로메오의 확장 계획에 초점을 맞췄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난 여름 발표된 계획이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 알파로메오는 8개의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너무 늦춰진 미국시장 진출을 이루면서 지난해 8만대를 넘지 못한 한 해 판매량을 2018년까지 40만대로 끌어올리게 된다. 

그동안 알파로메오의 엉성한 확장 실적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계획이 너무나 가파르고 까마득한 봉우리와 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베스터는 15개월에 걸쳐 회생 계획의 정당성을 설득해왔고, 이제 조금 지쳐있을 법한데도 여전히 차분하고 부드럽게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과거에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을까요?"라고 묻자 곧 얼굴에서 유쾌한 표정이 사라졌다. 

"이봐요," 그의 말에는 금방이라도 찌르고 들어올 듯한 날이 서 있었다. 

"많은 새로운 모델들을 내놓아 1년에 40만대를 판다고 해도 알파로메오에게 그리 대단한 성공은 아닙니다. 그토록 많은 신차를 내놓는데 물량은 너무 적다고 하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모델들이 2세대에 들어가면 그 숫자를 훨씬 넘어서는 판매량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잠시 공개적인 목표를 둘러싸고 말이 오갔다. 투자자는 알파의 판매량을 얼마쯤으로 내다보고 있을까? 60만대라면 괜찮을까? 꿈속에서나마 긍정적인 대답을 듣고 싶은 숫자다. 나는 지난 40년간 알파의 손실과 실패를 추적해왔다. 그러나 베스터는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우리의 첫째 과제는 무엇보다도 일단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선은 기존 알파 마니아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회사가 궁지에 몰렸을 때도 그토록 많은 알파 마니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강력한 미래를 구축하려면 그들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고객을 찾아야 하고, 틈새 모델은 회사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는 "4C와 같은"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분명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고객은 어디 있을까? 

지난해 전 세계에서는 약 9천만대의 승용차가 판매됐고, 그중 900만대가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중 3분의 2가 단 4개의 차급으로 나눠졌다. 대형 세단 및 SUV, 그리고 중형 세단 및 SUV였다. 따라서 알파가 이들 4개 차급으로 미래의 8개 모델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잠시 마세라티를 생각해보죠." 베스터가 그의 두 번째 임무인 마세라티 CEO로 이야기를 계속했다(그의 세 번째 임무인 아바르트는 나중에 등장하리라 예상했다). "마세라티가 경쟁하는 시장은 전 세계에서 약 100만대 규모입니다. 그리고 그중 55만대는 SUV죠. 누군가는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크로스오버를 무시하라고 주장하지만, 그러면 아름다운 죽음이 다가올 것입니다.” 
 

만일 그의 알파 계획이 성공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짜릿하고 감성적인 차들이 되살아나고, 회사의 오랜 고질병들이 치유될 것이다. 이탈리아의 일자리 역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시들어가던 이탈리아 자동차계에 낙원의 출현을 예고하는 말로 들렸다. 

베스터의 미래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과거관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알파에서 정확히 무엇이 잘못됐던지를 지적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2004년(페라리 제품개발 이사로 잠시 활동한 뒤) 피아트 그룹 기술총책으로 취임하며 사태를 지켜봤다. 

그에 따르면, 아주 먼 1986년부터 알파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당시 피아트 경영진은 알파로메오를 직접 담당하고 있었다. 알파 경영진은 오로지 예산절약과 시너지에 힘을 기울여 즉각 피아트 수준의 생산성을 추구하게 됐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비전이 없었다. 더불어 알파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새 차의 중요한 임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베스터가 지적하는 실패작 중 하나는 2005년의 159. GM과 피아트가 알파 브랜드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였다. 

"엉망이었습니다." 베스터는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차에 엄청난 투자를 했어요. 지난 30년은 허세와 수준미달의 연속이었습니다. 알파 경영진 일부는 과거 알파의 전통을 무시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처럼 갈망하던 혁신 작업을 어째서 이제서야 시작하는 건지 정중하게 물었다. 그러자 베스터는 한순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물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투의 질문에 마음이 편할 리 없었을 것이다. 이윽고 베스터가 입을 열었다. 
 

"10년 전 우리는 파산의 벼랑 끝에 섰어요.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품을 만들 여력이 없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공의 또 다른 필수조건인 제대로 된 유통망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는 크라이슬러와 손잡으면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했고, 이제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알파가 새로 제안한 8개 모델 가운데 6개는 양산형이다. 2개의 신세대 줄리에타 모델(세단과 5도어 해치백)과 새로운 플랫폼에 실릴 줄리아 2개 모델(4도어 세단과 크로스오버), 그리고 대형 세단과 크로스오버가 있다. 나머지 2개 모델은 신형 GBT 쿠페와 스파이더 컨버터블. 이들 역시 뒷바퀴굴림이며, 현재로는 4C를 대체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베스터는 푼토를 바탕으로 한 미토가 과거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속이 나올 가망은 전혀 없다. 이제 알파가 활동할 시장이 아니기 때문. "미토는 프리미엄에 B세그먼트이고 유럽에서 만든 3도어다. 앞으로 이런 차를 살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것이 베스터의 결론이다. 
 

모터스포츠에 관해서 베스터는 자신이 트랙 드라이빙을 좋아한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하지만 알파의 소중한 자원을 화려한 레이스에 쏟을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회사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일요일에 우승하면 월요일에 팔린다’는 말은 이 시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오너가 트랙에서 즐길 수 있는 신차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자면 가볍고 무게 배분이 뛰어난 차를 만들어야 하겠죠. 그리고 첨단 엔진과 최신기술을 담고, 획기적인 디자인 역시 찾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그렇게 한다면 성공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베스터의 말에는힘이 실려 있었다. 

글 · 스티브 크로플리 (Steve Cropley)
사진 · 루크 레이시 (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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