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유리 둘레의 검정색 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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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유리 둘레의 검정색 띠는 무엇일까?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12.1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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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또는 ‘그 부분’이라고 불렀던 것, 이제 프릿(frit)이라고 하자
 

운전하다가 어느 순간 앞 유리 가장자리를 둘러싼 검정색 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경계 부분은 무수히 많은 작고 동그란 점들로 이뤄진 기하적인 패턴. 자동차뿐만 아니라 버스나 지하철, 또는 건물에서도 볼 수 있다. 볼 때마다 무엇인지, 왜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한다.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사실 자동차 유리는 현대 공학의 결정체다. 자동차에는 오래전부터 안전유리(safety glass)가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용 안전유리에는 접합유리와 강화유리 두 가지가 있다. 
 

주로 앞 유리에 쓰이는 접합유리(laminated glass)는 유리 2장 사이에 PVB(폴리비닐부티랄) 필름을 넣어 10~15㎏f/㎠의 압력으로 120~130℃로 가열 후 접합해 만든다. 유리가 깨져도 파편이 흩어지지 않는 비산 방지가 목적이다. 운전자 보호를 위해서다. 또한, PVB는 고주파 음을 줄여주고, 자외선을 97% 차단하기도 한다. 

여전히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고급 장비로 분류되는 이유는 전장 기술에만 있지 않다. 단일 품목 가격 기준으로는 앞 유리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앞 유리는 2장의 유리를 접합해서 만들기 때문에 화면을 비추면 화상이 2개로 겹쳐 보이게 된다. 
 

이러한 이중상(二重像) 현상을 없애기 위해 HUD가 달린 차에는 편광필름이 들어간 접합유리를 쓴다. 같은 모델이더라도 HUD 장착 여부에 따라 앞 유리를 달리 쓴다. 물론 HUD가 달린 모델의 앞 유리가 훨씬 비싸다. 

옆과 뒤 유리, 선루프 등에 사용하는 강화유리는 600℃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한 후 성형과정을 거쳐 고압의 공기로 급속 냉각해 만든다. 높은 강도를 가지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날카롭지 않은 무수히 많은 조각들로 깨지는 특성이 있다. 유사 시 탈출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안전유리 제조 못지않게 그것을 차에 붙이는 것도 기술이다. 가장자리의 검정색 띠는 차체에 접합하기 위한 부분이다. 표면 가장자리에 액상 세라믹 도료를 실크 인쇄한 후 열처리해 박리를 막고 강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부분을 ‘프릿’(frit)이라고 한다. 

프릿에는 이중 목적이 있다. 첫째 목적은 유리에 접착제를 도포할 수 있게끔 표면을 에칭(etching)하는 것이다. 접착제를 바르기 위한 일종의 밑칠이다. 둘째 목적은 직사광선을 막아 유리에 바른 접착제를 보호하는 것이다. 접착제가 지속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돼 점착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프릿에는 지저분한 접착 면을 숨기는 심미적인 기능도 있다. 일반적으로 프릿의 경계 부분은 다양한 크기의 점들로 그러데이션(gradation·밝은 부분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변화해 가는 농도의 단계) 효과를 내고 있다. 망점(halftone) 기법을 통해 경계를 흐리게 함으로써 투명한 유리에서 검정색 프릿까지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만든다. 선바이저 사이에 망점을 넓게 써서 ‘제3의 햇빛가리개’ 용도로 쓰기도 한다.
망점을 생략한 프릿도 있는데(주로 경제적인 대중 소형차), 그러데이션이 들어간 것이 미관상 훨씬 좋다.

반대로 프릿에 독특한 패턴이나 디자인을 넣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1년 선보인 포드 F-150 할리데이비슨 에디션은 프릿에 동그란 점 대신 할리데이비슨 로고를 형상화한 패턴을 썼다. 
 

지프는 모든 모델의 윈드실드 프릿에 윌리스 MB의 모습을 넣고 있다. 최근 국내 출시한 레니게이드도 마찬가지. 레니게이드는 한술 더 떠서 뒤 유리 프릿에 빅풋(개척시대부터 목격담이 전해지는 전설의 미국 괴물)의 모습도 넣었다. 닷지 챌린저에는 앞 유리 프릿에 차의 실루엣을 넣기도 했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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