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운전기사를 위한 롤스로이스의 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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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운전기사를 위한 롤스로이스의 트레이닝
  • 대런 모스 (Darren Moss)
  • 승인 2015.12.1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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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개인 운전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롤스로이스의 전용 훈련 코스에서 해답을 찾았다 
 

1915년 〈오토카〉 잡지의 뒷면은 지금과 매우 달랐다. 정비사들을 모집하는 구인 광고와 자가용 운전수, 즉 쇼퍼(chauffeur)들의 구직 글들이 있었다. 젊은이들은 이 지면을 통해 고용인들에게 어필했다. 나의 증조할아버지도 그중 한 명. 섀프츠베리의 9대 백작을 모시는 집사였던 그는 전국 곳곳을 운전하고 누볐다고 한다. 

그 분의 피를 물려받은 나는 자연스레 생각했다. 오늘날 전문 운전기사가 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그 답을 롤스로이스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화이트 글러브 트레이닝'이라는 명칭 하에 운전의 예술과 에티켓을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우 고귀한 고객들로부터 고용된 자들에만 허용된 서비스다. 
 

나의 트레이너는 앤디 맥칸. 그는 롤스로이스 CEO 토르스텐 뮐러-위트비스를 모시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기사다. 우리는 그에게 〈오토카〉의 별점 평가 기준(5개 만점)으로 나의 가능성을 평해달라고 부탁했다. 먼저, 운전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롤스로이스 팬텀 EWB를 타고 굿우드 본사 주변 길로 나섰다. 맥칸이 나의 기초적인 운전 실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난 초조해졌고 맥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2,670kg이나 나가는 12기통 팬텀을 내가 어떻게 지휘하는지 보기 위해, 일부러 로터리와 장애물이 많은 짧은 구간을 택했다. 최대한 부드럽게 운전하려고 노력했다. 움찔거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로틀을 조절하고, 멈출 땐 브레이크를 서서히 잡으며. 급작스런 움직임이 없도록. 
 

다시 본사 부근으로 돌아올 쯤 스스로가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맥칸은 나에게 별 3개를 줬다. 우리 독자들은 잘 알겠지만, 그건 내가 거의 모든 항목에서 평균이고 그 어느 부분도 뛰어나지 않다는 뜻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겠지. 

우린 곧바로 기초를 공략했다. 팬텀의 거대한 문을 여는 방식이나, 화려한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파파라치들의 렌즈로부터 여성 탑승자를 보호하는 절차를 터득했다. 맥칸에 의하면, 일단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뒷문을 잠금 상태로 놔둬야 한다. 파파라치들이 문을 열려고 할 테니. 정차한 후 탑승자 쪽 앞에 있는 조수석 문을 연다. 그 안에 비치된 롤스로이스 우산을 뽑아낸다. 그리고 나서 뒷문의 잠금 장치를 해제한다. 
 

여성 탑승자의 품위를 지켜주기 위해 문 앞에 서서 카메라 플래시를 향해 우산을 펼친다. 하차하여 파파라치들을 맞을 준비가 되었을 때, 승객은 내 어깨를 툭 칠 거다. 그제서야 우리는 앞으로 걸어 나갈 거고, 내 임무는 거기서 끝난다. 

맥칸은 이 외에도 자동차 내부에서의 에티켓에 대해 가르쳐줬다. 탑승자에게 운전자의 눈을 마주치는 불편함을 줄이도록 백미러는 위쪽으로 올린다. 도착한 후에 보도블록과의 거리가 적당하게 맞춰졌는지도 확인하기 위해 서라운드뷰 카메라로 자동차 주변을 살펴야 한다. 
 

간단한 픽업 절차에도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 프로 운전기사들은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위치와 주행 루트를 면밀히 검토한다. 고객들은 한 치의 기다림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맥칸은 한번 6초 늦은 이유로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맙소사! 

자, 그 다음은 운전 훈련이다. 우리는 제동, 가속, 조종, 균형 유지 등 프로 운전수가 갖춰야 하는 네 가지 기량을 확인했다. 언제나 운전 실력이 예리하고 수월하게 느껴지는 게 중요하다. 비로소 나는 재시험을 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우리는 동일한 구간을 택했고, 나는 이제 주변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로터리에 다른 차량이 없으면 팬텀을 제동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리고 보다 더 멀리 내다보면서 장애물이나 위험요소를 미리 인지하려 했다. 속도를 줄이는 것도, 미리 브레이크를 워밍업시켰기 때문에 별로 힘이 들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기량 향상의 중점은 항상 두세 대 앞의 상황에 주의하는 것이었다. 가속을 하면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것처럼 간단한 움직임도 부드럽고 섬세하게 이어져야 한다. 

이번에도 마지막 구간을 거치며 돌아올 때 맥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최종 점수를 공개하는 순간 내 가슴은 진정으로 두근거렸다. 별 4.5개. 완벽한 점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가지 항목에서는 업계 최상급이라는 뜻이다. 맥칸 왈, “그 정도면 언젠가 프로 운전수가 되기에 충분해.” 나의 증조할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려야겠다. 

글 · 대런 모스 (Darren M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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