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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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다니…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0.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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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의 오토 라이프

나는 최근 전혀 다른 승용차 3대의 운전대를 잡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 눈부신 오렌지색 BMW 1시리즈 M 쿠페(우리의 장기 시승차, 이하 1M), 벤틀리 컨티넨탈 GTC(역시 장기 시승차)와 시트로엥 ZX 어드밴티지 1.9D였다. 그중 시트로엥은 잘 봐줘도 지금은 약간 중고차 기미가 감돈다.

흥미로운 것은 내가 차를 갈아타고 나갈 때마다 주위 운전자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싹 달라졌다는 것이다. 재미있으면서도 때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BMW는 두 가지 뚜렷한 반응을 일으켰다. 이 차에 대해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열성을 보인 사람도 있었고, 아주 노골적으로 적의를 나타낸 사람도 있었다. 단순히 내가 1M을 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몇 번이나 앞이 가로막혔을 정도. 하지만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 1M의 열성 팬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반대로 1M이 굉음을 울리며 지나갈 때 증오심을 갖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벤틀리를 몰고 있을 때 가장 흔한 반응은 미소다. 그리고 때로는 어떤 이가 정중하게 엄지손가락을 뽑아 든다. 이따금 이상하게도 V 사인을 내게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주로 자전거를 타고 있거나 아직 어떻게 면도를 하는지 모를 듯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체로 벤틀리는 장중한 물건이라는 인상을 준다. 벤틀리는 도로에서 뜨거운 칼로 차가운 버터를 자르듯 자동차 대열을 갈랐다. 벤틀리를 몰고 가면 뒤꽁무니에 바싹 따라붙는 차도 없었다. 그 사실은 3~4회째 장거리 여행을 하고 난 뒤에야 알게 됐다. 대체로 의아스러울만큼 스트레스 없이 두둥실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는 정반대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차가 바로 15년 된 시트로엥 디젤. 지금은 살 때보다 해마다 보험을 갱신할 때의 비용이 더 드는 차다. 이 차에 대한 반응은? 고속도로에서 벤틀리나 BMW와 똑같은 속도로 시트로엥 ZX를 몰고 가면 아우디 A6이 바싹 뒤따르다가 신경질을 냈다. ZX가 자동적으로 길을 비켜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앞과 뒤에 빨리 달리는 차들이 길게 줄을 짓고 있어도 마찬가지. 그러면 아우디 A6은 참다못해 옆으로 빠져나가 나를 추월한 뒤 앞을 콱 가로막는다. 그러면 나의 시트로엥 ZX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바로 뒤따르던 세아트 레온 쿠프라도 한층 힘차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뒤따르던 차들도 차례로 끼익 끼익 끼익….

시트로엥을 몰았을 때는 고속도로에서 짧은 거리를 달린 뒤에도 정신이 멍해졌고, 어쩌면 박살이 나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사실에 운이 좋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벤틀리와 BMW는 길을 휘저으며 ZX에 덤벼들고, 미끄러지듯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면서도 ZX에 어떤 고통을 줬는지를 까맣게 모르는 듯했다.

이런 사태가 우리 인종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건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우리 주위를 번쩍이는 금속으로 감싸고 여기저기 에어백을 달아놓으면 우리 모두가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 게다가 온갖 장비로 감싸면 감쌀수록 더 자신만만하게 공격적이 되기에 걱정스럽다. 우리 모두가 낡고 삐거덕거리는 시트로엥을 타고 돌아다닌다면 어떨까….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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