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그대로의 가족용 차, 시트로엥 그랜드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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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그대로의 가족용 차, 시트로엥 그랜드 피카소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11.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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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MPV 중 유일한 디젤 모델인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1.6L 엔진은 작아졌지만 가족을 위한 차라는 가치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본질 그대로의 가족용 차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지금까지 경험해본 시트로엥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차였다. 시트로엥 특유의 전위적인 예술 감각은 그대로 담아내되, 이를 가족을 위한 편안한 공간 설계로 바꿔낸 창의적인 자세가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MPV 중 상위권을 달리는 운전의 재미 또한 한몫했다. 승차감은 편안했고, 스티어링을 휘저을 때마다 재미가 솟았다. 적당한 힘으로 여유롭게 달리는 2.0L 디젤 엔진의 궁합 또한 좋았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언제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엔진 덕분에 여유롭게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은 효율 앞세운 다운사이징의 시대. 엔진배기량을 줄이지 않으면 쓴소리를 듣기라도 하는 것인지, 저마다 작은 엔진 달기에 바쁘다. 시트로엥 또한 마찬가지. 그랜드 C4 피카소에 1.6L 디젤 엔진 얹은 모델을 선보였다. 기존의 2.0L 디젤 엔진 얹은 모델이 갖고 있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더 연비 좋고 세금 낮은 이점을 살렸다고. 복합연비는 14km/L에서 15.1km/L로 늘었다. 배기량은 줄었어도 출력, 토크 효율은 거의 같은 것도 특징이다. 그랜드 C4 피카소에서 누릴 수 있던 모든 것을 좀 더 경제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몇 번을 봐도 그랜드 C4 피카소의 디자인과 실내는 경이적이다. 작은 차체를 주물러 개방감 넘치는 실내를 만들어낸 기술력이 놀랍다. 전위적인 디자인의 시트로엥이라지만, 그랜드 C4 피카소의 디자인은 실내 연출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다. 가장 큰 특징은 실내 어디에 앉아도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윈드 스크린의 크기가 아주 큰 데다, 실내를 덮은 파노라마 루프의 크기도 만족스럽다. 벨트라인의 높이도 낮아서, 뒷좌석에 앉아 바깥을 바라볼 때도 개방감이 크다. 
 

개방감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대시보드의 크기가 크고, 앞 유리가 멀리 떨어져 공간감이 크다. 선바이저를 올리고 내려 실내로 들이치는 광량을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신선하다. 대시보드 가운데를 차지한 12인치 디지털 계기판 또한 이색적이다. 3가지의 테마를 바꿀 수 있는데, 저마다 분위기가 달라 신선하다. 속도계를 왼쪽에 띄우고, 오른쪽은 타코미터, 사진 등을 띄울 수 있다. 그 아래 7인치 터치스크린은 인포테인먼트용. 에어컨이나 오디오 등은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한다. 기어레버는 스티어링 칼럼 위에 있는데, 이는 옛 DS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방식. 센터터널 부분을 수납장으로 활용하는 이점도 있다. 
 

그랜드 C4 피카소 1.6 모델은 직물 시트를 단다. 시승차는 옵션을 더해 가죽으로 시트를 감쌌다. 가죽시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양을 기본으로 갖추다보니 차이를 찾기 어렵다. 파노라마 루프, 독립식 2,3열 시스템 등 핵심 장비를 모든 등급에 공통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형 모델에도 자동 와이퍼, 키리스 엔트리 등의 기능이 달린다. 상급 모델을 고르면 전방센서, 조수석 라운지 팩, 파크 어시스트, 전자식 트렁크 등을 달아준다고는 하지만, 기본형 모델의 장비 구성이 출중해 마음은 기본형으로 기운다. 
 

그랜드 C4 피카소의 핵심 장비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2,3열 독립식 시트. 넓은 실내공간을 위해 빠듯하게 휠베이스를 늘린 흔적이 보인다. 길이 4,560mm, 휠베이스 2,840mm의 차체에 3열까지 모두 담았음에도 공간이 여유롭다. 너비 1,825mm, 높이 1,655mm의 구성은 넉넉하면서도 운전이 자연스럽다.
 

2열의 3개 시트는 각각 앞뒤로 밀거나 등받이를 기울여 자유롭게 앉을 수 있다. 무릎 공간 또한 넉넉하다. 2열 최대 무릎 공간은 217mm다. 직접 앉아 등받이를 조절하고 편히 앉았다. 키 180cm 성인 남성 기준, 시트의 크기는 살짝 작다. 하지만 장거리에는 문제없을 수준. 3열의 무릎 공간은 108mm다. 뒷바퀴 축에 간소하게 달아 쿠션이 적다.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다리 공간은 필요한 최소 수준에 머문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접으면 트렁크 바닥 아래로 쏙 숨는다. 3열을 접은 상태에서 기본 적재용량은 645L다. 2열까지 모두 접으면 1,851L로 늘어난다. 
 

그랜드 C4 피카소 1.6 모델의 구매를 고민하는 이라면, 대부분 ‘7인승 MPV에 1.6L 디젤 엔진이 어울릴까’라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기자 또한 마찬가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부족함이 없다. 속도를 한껏 올리고 나서야 힘 부족이 느껴졌다. 일상 영역에서는 1.6L 디젤 엔진임을 눈치챌 수 없을 정도다. 성인 남성 여섯을 추가로 태워도 마찬가지였다. 1.6L 디젤임을 말해주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엔진은 최대토크를 끌어내는 1,750rpm부터 힘의 증가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저회전부터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토크를 끌어내는 구간에서 탄력적인 반응이 눈에 띈다. 이는 푸조와 시트로엥 디젤 엔진의 특징. 회전수의 상승과 함께 힘이 늘어나는 것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회전수를 많이 높일 필요 없이, 중속에서 조절한다면 탄력적인 가속을 맛볼 수 있다. 게다가 기어비 또한 탄력적인 가속을 돕는다. 연비 위주의 기어비보다는 가속성능을 끌어내는 데 집중한 모양새다. 대신 6단 기어비를 길게 늘려 항속 주행에 신경 썼다. 
 

엔진회전수를 낮게 유지하면 꽤 조용한 편이다. 디젤 특유의 엔진음과 진동이 적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올리면 소음이 커지지만, 그 전에는 조용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거세게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올릴 수도 있지만, 회전수를 조절하며 약간 여유를 두고 가속할 때의 보상이 더 크다. 엔진의 토크를 직접적으로 느끼며 가속할 수 있기 때문. 
 

가장 좋은 부분은 서스펜션 세팅이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 방식. 전반적으로 안정된 주행감각이라는 인상이다. 살짝 높게 뜬 느낌으로 도로의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는데, 노면의 충격을 잊을 정도다. 뒷좌석으로 옮겨가니 조금 더 승차감이 딱딱해지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크게 의식할 정도는 아니다. 시원한 개방감의 파노라마 루프로 하늘을 보기에 딱 좋았다. 
 

고속의 안정감도 발군이다. 높은 차체에 서스펜션의 운동범위가 크지만, 승차감이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급격한 코너를 달릴 때면 차체가 기울지만, 그 움직임이 탄력적이다. 엉망진창인 노면을 달릴 때 충격을 흡수하는 감각이 좋다. 스티어링 휠을 꺾었을 때의 반응성이 뛰어나다. 부드러운 차체가 살짝 기울지만 두려움은 없다.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움직이면서도 버티는 맛이 있다. 이는 시트로엥의 특징. 차급이 달라도 그 감각은 여전하다. 단단하고 가벼운 차체의 영향도 클 것이다. 그랜드 C4 피카소에는 EMP2 플랫폼이 적용됐는데, 고장력 철판과 알루미늄, 마그네슘 알로이, 복합 소재를 사용해 기존 대비 70kg 가벼워졌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기본기가 훌륭한 차다. 잘 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을 위한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차다. 그래서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지금 국내시장에서 고를 수 있는 수입 MPV 중 유일한 디젤 엔진 모델이라는 점은 분명한 이점이다. 특히, 새로 추가된 1.6L 디젤 엔진은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힘과 연비 모두 좋아 아쉬운 부분이 없다. 물론 속도를 한껏 높이면 2.0L 디젤 엔진에 비해 힘이 약하게 느껴지지만, MPV로 그렇게 달릴 이유는 없고, 할 이유도 없다. 때문에 연비 위주의 선택을 한다면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1.6L로 선택은 기울 것이다. 
 

1.6L 모델을 아랫급으로 포지셔닝하지 않은 부분이 마음에 든다. 그랜드 C4 피카소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고, 기본 장비 또한 넉넉하게 유지한 채로 엔진만 바뀐 것이다. 인텐시브 등급 기준 2.0L 디젤 엔진과 1.6L 디젤 엔진의 가격 차이는 254만원. 이 차이를 생각하면 선택은 생각 외로 쉬울지 모른다. 엔트리 모델이 될 1.6L 인텐시브 모델의 가격 대 성능비가 워낙 뛰어나서다. 해답은 여기에 있다. 본질적인 가치는 유지하되 작은 엔진을 얹어 한결 더 편한 가격으로 다가온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기존에도 맘에 들었지만, 가족용 차로써의 쓰임새가 한결 높아진 것이 마음에 든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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