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08 하이브리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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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08 하이브리드4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0.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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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하이브리드의 파이오니어가 된 푸조.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롭게 해석한 것은 푸조다운 독창성이다

프랑스 영화가 재미없다고 하지만 때때로 <레옹>이나 <택시> 같은 화끈한 영화가 나오기도 한다. 푸조 3008 하이브리드4는 지루한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다시 청량감을 주는 존재로 우리 앞에 섰다. 이른바 세계최초의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 국내 언론에서는 처음으로 푸조 3008 하이브리드4를 시승하기 위해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개인적으로 하이브리드 차에 대해, 그 효용성에 대해 다소 의문을 갖고 있었다. 대개의 하이브리드 차는 실제 연비가 그리 뛰어나지 않았고, 발표 연비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어떤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CO2 배출량이 매우 높았다. 최근 연비 좋은 디젤 모델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그런 생각은 굳어져 갔다. 연비가 좋다는 것은 자연 CO2 배출량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복잡한 구조의 하이브리드 차를 살 이유가 있을까? 연비 좋은 디젤차가 그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푸조는 디젤 하이브리드를 내놓았다. 유럽의 여러 브랜드들이 디젤 하이브리드를 연구하고 있지만 양산화는 푸조가 세계 최초다. 연료효율이 높은 디젤에 하이브리드라니. 연비나 CO2 배출량 등에서의 결정적인 수치는 한발 앞설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디젤은 휘발유보다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많은 메이커들이 디젤 하이브리드를 주저한 이유일 것이다. 아무튼 푸조는 이 분야에서 파이오니어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아가 푸조는 전기차 분야에서도 파이오니어가 되기를 원한다.

유럽에서 디젤차는 지난 2001년 34.4%에서 2011년 54.2%로 늘어났다. 디젤 시장이 이처럼 크다보니 유럽 브랜드들은 디젤 기술개발에 열정을 쏟아왔다. 그 결과는 요즘 유행하는 에피션시, 즉 효율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디젤 하이브리드는 디젤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 디젤 하이브리드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 디젤 하이브리드의 판매 또한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닐까. 현재 휘발유 하이브리드가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디젤 하이브리드가 과연 어떠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푸조 3008 하이브리드4 국제시승회가 열린 장소는 프랑스 북서부 브르따뉴(Bretagne) 지방에 위치한 디나흐(Dinard).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이지만 프랑스 문화교류부가 선정한 예술과 역사의 도시 중 하나다. 파리 CDG 공항에서 다시 전세기를 타고 50분 가량 날아갔다. 말하자면 서울에서 제주도 정도의 거리다. 푸조가 전세를 낸 소형 비행기는 약 80인승 규모인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아르헨티나, 멕시코, 이스라엘, 칠레 등지에서 온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함께 탔다.

우리를 태운 푸조 전세기가 착륙한 디나흐 공항은 작은 규모의 공항. 한쪽에 경비행기들이 서있는 것을 보아 공항의 용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3008 하이브리드4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바로 시승에 나섰다. 숙소로 정해진 그랑 오뗄 바리에흐(grand Hotel Barriere)로 가는 길에 코스를 만들고, 각 코스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 두었다. 총 거리는 177km, 3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푸조는 각 시승차에 3008 하이브리드4의 주행영상을 비롯한 기술적인 정보, 시승 루트를 표시한 지도 등이 내장된 아이패드를 배치했다. 이 역시 새로운 트렌드.

첫인상은 아무래도 기존 3008과 다르지 않았다. 외관에서는 LED 바가 들어간 헤드램프, 보닛에 새로 새겨진 푸조 엠블럼과 크롬 그릴, 검정색 리어 스포일러가 차별화되는 요소. 그리고 측면과 후면에 하이브리드4 배지가 훈장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실내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맞춘 계기와 짧고 널찍한 기어레버가 차이점. 시트 포지션이나 그밖의 장비들은 같다.

병렬구조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쓴 3008 하이브리드4는 2.0L HDi 163마력 엔진에 27kw(37마력) 전기모터를 더해 최대출력 20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51.0kg·m을 낼 수 있는데, 여기서 30.6kg·m은 앞쪽의 디젤 엔진으로부터, 나머지 20.4kg·m은 뒤쪽의 전기 모터로부터 얻어진다. CO2 배출량은 99g/km, 그리고 연비는 3.8L로 100km를 달릴 수 있는(26.3km/L) 뛰어난 수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0→시속 100km 가속 8.5초의 만만치 않은 가속성능도 지녔다.

그런데 왜 하이브리드4인가. 4개의 드라이브 모드가 실마리를 준다. 그것은 ZEV(Zero Emission mode), Auto, Sport, 4WD 등 4가지. 로터리식 다이얼을 돌려 주행모드를 선택한다. 우선 4WD를 드라이브 모드의 하나로 추가한 게 신선하고, ZEV 모드로만 달릴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방식은 확실히 다른 하이브리드 차에서 보지 못했던 것으로 푸조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동을 걸고 우선 오토 모드로 달린다. 저속에서는 전기 모터, 그리고 속도가 올라가면서 디젤 엔진으로 달리는 공식은 일반적이다. 에너지 모니터를 통해 현재의 구동력이 전기 모터 또는 엔진을 통해 얻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배터리 충전량도 파악할 수 있다. ZEV 모드로 달리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50% 이상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 배터리의 충전량이 모자랄 때는 브레이크를 밟거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감속하는 식으로 충전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과 상태가 모두 에너지 모니터에 표시된다.

다이얼을 돌려 ZEV 모드에 맞춘다. 말하자면 순수 전기차 상태. 이 모드에서는 시속 70km로 최대 4km까지 달릴 수 있다. 그런데 항상 이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노면과 주행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ZEV 모드로 달릴 때 어떤 때는 시속 63km에서 ZEV 모드가 저절로 해제되고 오토 모드로 넘어갔다. 달리고 있을 때는 전기와 디젤의 주행감각을 확실히 느낄 수 있지만 모드가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이질감을 느낄 수 없다.

다음에는 스포트 모드에 맞춘다. 하체의 긴장감이 높아지며 달리기는 한층 스포티해진다. 빠른 변속과 한 템포 빨라진 응답력은 분명 운전재미를 높여준다. 그런데 이 모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이 차의 성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자각은 생각보다 빨리 스스로 다이얼을 돌려 오토 모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든다.

6번 코스에서 푸조는 4WD 모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모래 구덩이를 만들어놓고 먼저 오토 모드로 진입한 다음, 탈출해보라는 것. 액셀러레이터를 아무리 밟아도 헛바퀴만 돌 뿐이다. 그리고 4WD 모드로 전환한 다음, 액셀러레이터를 빠르고 강하게 밟으라고 한다. 강한 회전과 함께 모래밭을 쉽게 탈출해낸다. 4WD 모드에서 앞바퀴는 디젤, 그리고 뒷바퀴의 구동력은 전기가 담당한다. 재미있는 요소다.

드넓은 평야와 키 작은 나무들, 오래된 돌 벽으로 감싸인 집들, 시계탑이 있는 고전적인 교회 등 낯선 풍경은 금세 차창을 스쳐지나갔다가 어느새 또 나타난다. 낯선 풍경은 낯선 그대로 계속해서 리플레이 되는 느낌이다. 중간 지점인 에키(erquy)에 다다른다. 요트 등이 정박해있는 조그만 해양 레저타운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주인 없는 요트들만 오후의 강렬한 햇살에 녹아들고 있다.

길은, 도로는 단단하다. 3008 하이브리드4는 푸조 특유의 나긋함으로 단단한 도로 위를 거침없이 내달린다. 초기가속은 다소 무겁지만 탄력을 받으면 강력한 가속력을 드러낸다. ESP가 뒷받침하는 그립 컨디션도 좋은 편. 푸조의 정교한 핸들링은 고향인 프랑스에서 더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과감하게 코너를 돌고 직선도로에서 시속 140km 이상으로 가속하는 순간에는 성능 좋은 디젤차 감각 그대로다.

전기와 디젤의 조합은 한편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3008 하이브리드4는 잘 조율된 느낌이다. 작동 느낌조차 알기 어려운 스톱-스타트 시스템, 역시 거친 감각이 줄어든 MCP 기반의 자동 6단 변속기(BMP6), 디젤차라는 느낌이 크지 않은 소음 수준 등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한 개선을 이루었다. 그 결과 향상된 효율성은 이차의 뚜렷한 장점이 될 것이다. 계기판 위로 솟아올라 주행속도를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에 좀 더 집중케 하는 효과가 있다. 길은 끊임없이 로터리에서 선택을 강요하고, 내비게이션은 친절하게 몇 번째 출구인지 말해준다. 계기판에 화살표 방향이 나타나 실수를 줄여준다.


예전에는 로드북 하나로 멀고 낯선 길을 찾아갔다. 중간에 헤매기라도 하면 운전에 집중하기 어렵다. 3008 하이브리드4는 예정 시간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발아래 탁 트인 대서양이 펼쳐진다. 3008 하이브리드4는 올 하반기 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한국에는 내년 상반기 들어올 예정이다. 디젤 하이브리드 모듈러 레이아웃은 푸조의 전 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 우선 2012년 508 세단에 이 시스템을 도입한 508 RXH를 론칭할 예정이다. 푸조의 새로운 디젤 하이브리드 전략이 친환경 트렌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글 · 최주식(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사진 · 최주식, 푸조

FACTFILE
PEUGEOT 3008 HYbrid4
가격 미정
크기 4365×1910×1639mm
휠베이스 2613mm
무게 1660kg
CO2 배출량 99g/km
연비 26.3km/L
엔진 1997cc
최고출력
- 엔진 163마력/3850rpm
- 전기모터 27kw(37마력)/2500rpm
최대토크
- 엔진 30.6kg·m/4500rpm
- 모터 20.4kg·m/1290rpm
최고시속 191km
0→시속 100km 가속 8.5초
변속기 자동 6단 MCP
서스펜션(앞/뒤) 스트럿/멀티 암
타이어 225/50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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