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cars : 르노-닛산 CEO 카를로스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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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cars : 르노-닛산 CEO 카를로스 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4.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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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은 사업가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전문가, 이른바 ‘카 가이’(car guy). 심지어 우리 스티브 크로플리를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나는 ‘카 가이’(car guy)다.”
카롤로스 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자동차 전문가+마니아라고 잘라 말했다. “나는 차를 사랑한다. 그리고 파리의 집에 가 있는 주말이면 줄곧 차를 몰고 다닌다. 언제나 몰아야 할 새 차가 줄지어 서있다. 우리 차도 있고, 라이벌의 차도 있다. 회사의 업무이면서 동시에 재미를 느낀다”

곤은 닛산과 르노의 회장 겸 CEO라는 4개의 직위를 갖고 있다. 그를 만난 후 그가 반응이 몹시 빠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첫 질문에 들어가 두 마디쯤 했을 때였다. 그는 이번 인터뷰의 주제가 으레 나오는 재무구조와 기업합병이 아니라 차와 시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차를 사랑하느냐’는 피할 수 없는 질문에 금방 정답이 나왔다.

“나는 스스로 카 가이임을 자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업가이기도 하다” 곤이 말을 이었다. “장사가 안 되는 차를 결코 만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지나간 차를 놓고 많은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 내 자리에 있으면, 앞을 보고 나갈 기회가 있을 뿐 뒤돌아볼 시간이 없다”

곤은 회오리처럼 휘몰아치는 순회 근무를 한다. 마침 그 틈에 런던에 왔다. 한 달의 반을 도쿄와 파리에서 각기 2주씩을 보낸다. 두 도시를 오가는 도중에 전략적인 지점에 들른다. 최근 북극항로를 넘어가다가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만났다. 그 뒤 브라질 F1 그랑프리 현장 인텔라고스 서킷에 나타났다. 그리고 영국 런던 패딩턴의 닛산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전기차 리프를 언론과 정부에 홍보했다. 오늘 그의 빡빡한 일정에는 각각 45분의 우리 <오토카>, CNN,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게다가 일부 제품 디자인 점검, 현지 경영진의 사기진작 활동과 총리관저에서 있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의 면담이 잡혀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교통량이 많지 않아 곤은 30분 일찍 패딩턴 스튜디오에 도착해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그중 가장 조용한 인물이 곤 자신이었다. 한 해 연봉과 보너스가 600만 파운드(약 110억)인 곤의 일상적인 비행기 여행. 그냥 담담하게 돌아다닌다.

이미 오래전에 곤은 자신의 선천적인 자질을 살리는 법을 터득했다. 덩치는 작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새카만 머리, 넓고도 너그러운 미소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아주 커다란 눈. 그의 두 눈이 꽂히는 대상은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국제경제계의 지도자답게 확신을 갖고 말하지만 결코 과장하지 않는다. 프랑스어 이외에도 4개 국어에 능통하다. 그는 브라질에서 레바논계 부모의 아들로 태어났고, 프랑스에서 교육(1978년 공과대학 졸업)을 받았다. 영국정부는 그에게 대영제국 명예 나이트 커만더 작위를 수여하여 깊은 경의를 표했다.

우리는 시장 추세를 먼저 살펴봤다. 최근 곤은 어느 경제지에서 앞으로 3~5년의 시장 잠재성장력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수요가 있을 엔트리급이 시장을 끌어간다고 내다봤다. 수많은 자동차메이커들이 소형차는 거의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그런 사정에 비춰 과연 반가운 소식이냐고 물어봤다.

“소형차와 엔트리급과는 구분해야 한다” 곤이 말문을 열었다. “적잖은 엔트리급은 상당히 크지만 속살은 단순하면서도 기능을 제대로 갖췄다. 사실 장사를 하는 데는 아주 좋은 제품이다. 르노의 경우 로건 패밀리카가 계열 제품 중 이익이 가장 크다. 저가차를 만들 때는 디자인도 검소해야 한다. 때로는 럭셔리카가 별로 이익을 내지 않는다.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할 때는 소비자들이 무관심한 기술을 엄청나게 쓸어 담는다”

그럼에도 곤에 따르면 럭셔리카의 수요증가도 자동차계의 또 다른 추세다.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 급증과 더불어 업계의 건강을 위해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했다. 그 첫째 본보기가 닛산 리프. 곤은 전기차에 일찍 적응한 선구자로 꼽힌다. 그의 개인적인 열성에 힘입어 닛산은 세계최초의 ‘정상적’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르노는 2011년이 가기 전에 4개 배터리카(트윙고, 트위지, 조에와 플루언스)를 내놓는다.
그는 리프와 사랑에 빠진 게 분명하다. 한 해 닛산 R&D 예산인 35억 파운드(약 6조4천억원)의 4분의 3을 리프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닛산이 먼저 완전한 전기차를 양산한다고 해서 르노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르노와 닛산은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우리가 바라던 바다”

르노가 2020년까지 전체 생산량의 20%를 전기화한다는 주장에도 느긋하다. 업계의 다른 전문가들은 그때까지 기껏 3~4%가 전기차가 되리라 내다본다. “의견이 엇갈리는 게 정상이다”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시장에 내놓을 전기차가 없는 다른 메이커들이 전기차를 들먹일 이유가 없다. 머지않아 어느 쪽이 맞는지 알게 될 것이다”

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무배기차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현상을 3대 경이 중 하나로 꼽았다. “2006년 우리가 이 전략에 착수할 때만 해도 큰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성공하리라 믿었고, 이 아이디어를 미는 추진력이 대단했다. 많은 국가, 기업, 시당국―그리고 소비자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밀고 나가겠다는 자세를 보고 지금도 놀란다”

고성능차는 어떤가? 오늘날 전기차는 천상의 선물인데 고성능차는 악마의 산물로 치부하고 있다. 곤은 닛산 GT-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아낌없이 자금을 댔다. 오늘날과 이 시대에 그런 차가 정당한가? 예상했던 대로 그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내가 몰고 다니기를 좋아하는 차다. 가속력과 함께 안정성과 스티어링이 탁월하다. 수많은 첨단기술을 담아냈다. 성능은 가격보다 2~3배나 뛰어나다. 닛산 브랜드를 다시 위로 끌어올리는 기함으로 본다. 리프의 경우와 마찬가지. 새로운 길을 열어갈 선두주자다” 그런 다음 곤은 다시 말을 이었다.

“고능성차를 만들고 소유하는 것을 비윤리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고성능차는 틈새 제품이다. 자동차계 전체에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전기모터도 엄청난 토크를 낼 수 있다. 아마 미래의 GT-R은 전기차로 나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 GT-R이 한 대의 차가 아니라 시리즈화할 수 있을까? 곤이 어렴풋이 말했다. “무언가 더 큰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있는 그대로 만족한다”

곤은 휘하 5개 브랜드 르노, 낫산, 인피니티, 다치아와 르노삼성에 제각기 이미지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그룹 차원에서 이 과제를 해결할 중기 개발계획을 구상중이다. 따라서 곤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를 꺼렸다. 다만 각 브랜드의 ‘브랜드 파워’를 키울 진지한 방안이 담기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곤의 주장. “그러나 지금보다 더 팔고, 광고를 더 잘하고, 제품을 좀 더 눈에 띄게 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모터스포츠를 담당한 르노 레이싱은? “다른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한다면 좋다. 그렇지 않다면 낭비다. 우리가 F1에 남아 있으려면, F1을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인터뷰에서도 곤을 흔들어놓을 질문을 찾기는 어려웠다. 내가 인터뷰를 맞는 그의 여유 있는 자세를 지적하자 그도 동의했다. 한데 즉시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나는 방금 끝낸 일을 으레 설명하는 습관이 있다” 그의 어딘가에 대단한 자부심이 틀림없이 숨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르노-닛산 회장 곤은 그 자부심을 굳게 숨기고 있었다.

지난 10분간 곤은 나를 리프에 태우고 패딩턴 일대를 돌았다. 운전대를 잡고 그의 깔끔하고 능란한 운전솜씨를 자랑했다. 더구나 그에게는 프랑스의 우측통행과는 반대되는 좌측통행을 하고 있었다.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고, 디자인팀에게 의욕을 불어넣고, 소비자를 즐겁게 하며 각국 원수들을 자기편으로 만든다. 그와 마찬가지로 곤은 운전에도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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