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다른 성격 '역대 최고의 포르쉐 911 GT3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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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 다른 성격 '역대 최고의 포르쉐 911 GT3는?'
  • 앤드류 프랭클 (Andrew Frankel)
  • 승인 2015.10.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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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GT3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개선되었을까? 아니면 시장의 요구에 무뎌졌을까? 현재 모델과 이전 두 세대의 GT3을 비교해본다 

역대 포르쉐 911 GT3 중 가장 훌륭한 차는 무엇일까? 우리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의문의 해답을 얻기 위해 모든 세대의 911 GT3를 공장 출고 상태 그대로의 버전으로 한 곳에 모았다.(1세대 996, 2세대 997, 3세대 991) 과연 어떤 차가 '트랙과 일반 도로 모두에 어울리는 스포츠카'라는 포르쉐의 이상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을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차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저절로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재규어 E-타입이 첫 모델만큼 훌륭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의 BMW M3는 초기 모델보다 훨씬 빠르지만, 과연 더 훌륭한 차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최소한 논란의 여지는 있는 의문이다.
 

현행 3세대 911 GT3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이렇다. 엔진 회전한계는 9,000rpm이고 업계에서 가장 훌륭한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4륜 조향 시스템은 길어진 휠베이스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단점은 상쇄한다. 476마력의 최고출력을 까다로운 길에서 얼마나 쉽게 다스리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오토카>의 로드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를 받았다.

그렇다면 선대 모델들은 어떨까? 1세대 GT3(996)가 처음 선보인 지는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고, 2세대(997)가 나온 지도 6년이나 되었다. 포르쉐 레이싱의 전설, 한스 메츠거가 설계한 ‘메츠거’(Metzger) 레이스카 엔진을 마지막으로 얹은 모델이다.
 

997 GT3의 3.8L 엔진은 435마력으로 3세대(991)의 엔진과 배기량은 비슷하지만(똑같지는 않다) 출력이 41마력 낮다. 그러나 35kg 더 가볍기 때문에 성능의 차이는 미세하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4.1초로 991 GT3보다 0.6초 느리지만, 이는 두 모델 사이의 파워 차이보다는 991 GT3에 론치 컨트롤과 재빠른 변속기가 쓰인 덕분이 더 크다. 

배기량은 200cc 작지만 마찬가지로 메츠거 엔진이 쓰인 1세대 996 GT3는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출력에서는 997보다 55마력, 991보다 95마력 낮고, 두 차들보다 더 가볍지만 997에 비하면 무게가 겨우 15kg 적게 나갈 뿐이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4.5초로 빠른 편이지만, 997보다는 10% 더 느린 수치다.
 

한편, 996 GT3는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다른 두 차들보다 더 희귀하다. 영국에서 개조하지 않은 무사고 차량의 가격은 약 6만 파운드(약 1억1천130만원)부터 시작하고, 이번 시승에 나온 것처럼 상태가 완벽하고 주행거리가 짧다면 8만5천 파운드(약 1억5천760만원)까지 올라간다.

997 GT3를 원한다면, 1세대 모델은 약 7만 파운드(약 1억2천980만원) 정도면 되지만 2세대 모델은 10만 파운드(약 1억8천540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만약 신차를 한 대 구매해 잘 관리했다면 거의 새 차 값으로 되팔 수 있음을 뜻한다.
 

991 GT3를 보면, 포르쉐 웹사이트에는 10만540파운드(약 1억9천267만원)로 가격이 표시되어 있지만 지금은 생산되지 않고 GT3 RS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야기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기본형 991 GT3는 현재 13만7천 파운드(약 2억5천41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고, 상태가 최상이라면 996 GT3의 두 배가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괜찮은 가격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먼저 몰아본 것은 991이었다. 가장 최신 모델로서 다른 차들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991 GT3를 타고 쭉 뻗은 도로를 만나면 긴 숨을 내쉴 것이다. 성능 자체보다는 소리, 탄력 있게 전달되는 토크, 총알 같은 변속, 9,000rpm의 회전 한계 등 '성능을 발휘하는 방식' 때문이다. 911 GT3는 이러한 부분에서 충분히 좋은 정도를 뛰어넘는 목표를 두고 개발되었다.
 

아울러 991은 코너를 달릴 때가 더욱 놀랍다. 엔진을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911 특유의 구조는 계속 진화했고, 이제 이전까지의 911들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모델들이 무자비했던 정도만큼) 지나친 힘과 운전자의 실수를 포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911 스타일의 언더스티어를 나타내지 않고, 과격하게 달릴 때 앞부분이 들썩거리지도 않는다. 991은 자연스럽게 코너에 들어서 정점에 이르기 훨씬 전에 4륜 조향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출력을 최대로 받아들이고, 로켓처럼 달려 나간다. 이 정도의 속도와 능력을 발휘하는 차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몰기가 쉽다.

하지만 911 GT3는 과연 얼마나 쉽게 몰 수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포르쉐가 분명히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의문이다. 그리고 신형 GT3 RS는 전혀 다루기 쉬운 차가 아니라는 사실과 아직 공식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GT3의 수동 모델을 다시 내놓기로 결정한 것을 보더라도, GT3는 주행감각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라는 것을 입증한다.
 

과거의 GT 모델들이 지금과 얼마나 달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하면 아주 멀리까지 되돌아보지 않아도 된다. 2세대 997 GT3는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듯하다. 쉽게 측정하거나 알아차릴 수 있는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좋지 않다. 수치가 나타내는 것만큼 출력이 낮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뚜렷하게 더 느리고, 997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훌륭한 소리를 내지만 비교해보면 991이 가장 힘차게 달릴 때의 불안정한 소리 수준에 그친다.

997은 접지력도 확연하게 떨어진다. 그리고 일단 기계적 한계를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를 때까지 코너링이 불안해진다. 991의 기민한 움직임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댐핑에 있다. 997이 바쁘게 위아래로 흔들거릴 때, 991은 모든 잔 진동을 흡수해버리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997이 보여줄 수 있는 장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모든 순수한 능력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991에는 없는 친밀한 감각이다. 포르쉐의 유압 스티어링이 노면으로부터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감각은, 포르쉐가 어떤 마술을 부리더라도 전동 스티어링으로는 똑같이 재현할 수 없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패들 변속장치라 하더라도, 클러치 페달과 손을 함께 움직이는 변속의 재미와 비교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수동변속기 가운데 997 GT3의 것보다 더 뛰어난 것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섀시 균형이 고르지 않고 침착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 운전자에게 부담을 주는 단점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점이 운전자를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991과는 다른 방식으로 차를 길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실제로 운전해보면 997이 직접 운전하기에 훌륭한 차라는 것은 문제점을 뛰어넘는 장점들 때문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그 문제점들 덕분임을 알 수 있다.
 

이제 996을 보자. 사실 처음에 나는 996이 비교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997은 감각적인 매력으로 991의 힘에 맞설 수 있지만, 996은 더욱 빠르고 접지력이 뛰어나며, 잘생긴 997보다 더 큰 재미를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나온 차들 중 가장 큰 놀라움을 안겨준 것은 996이었다.

캠브리지에 있는 오토스토어(Autostore)에서 내어준 이 차는 굉장히 훌륭하게 관리되었다. 내가 가장 먼저 놀란 이유는 11년이나 된 이 차가 구불구불한 국도에서 차를 거칠게 몰아붙여도 거의 신차에 가까운 991보다 잡음이 더 심하거나 힘겨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모든 911 가운데 가장 형편없이 만들어졌다는 평판을 얻은 996이지만, 이 차는 11년 전이 아니라 지난주에 생산된 것처럼 완벽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더욱 더 놀라운 점은 996이 최소한 997만큼은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성능과 접지력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단단한 스프링을 바탕으로 코너를 향해 꽂힐 듯 달리는 방식과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만큼 순순히 자세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나는 엔진이 5,000rpm 이전까지는 무척 잠잠하다가 그 이후부터 갑자기 생기를 얻는 것이 좋았고, 전자장치로 이루어진 안전망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위험이 작은 전율을 일으키는 것도 좋았다(997에도 구동력 제어장치와 주행안정 시스템은 있다). 이 차는 아날로그 방식이면서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996의 뚜렷한 단점은 상대적으로 정중함이 부족하다는 것. GT3 같은 차라면 그런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에 반대한다. 이따금씩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면 모를까, 매일 즐길 수 있는 차라면 편안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997과 991 GT3에는 차의 성격에 맞는 주행성능은 물론 일상적인 차가 갖춰야 할 편안함도 구현되었다. 996은 승차감에서만큼은 차의 목적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순수하게 재미를 위한 GT3를 원한다면 10만 파운드(약 1억8천54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고 싶다. 996 GT3는 놀라운 주행능력을 발휘하는 전통적인 포르쉐 스포츠카라는 점이 더 좋다. 996이 더 순수한 운전 재미를 준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반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997이 다른 차들에 비해 뒤지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단편적인 이유 때문이고, 장점은 일상생활에 더 실용적이라는 점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991을 살펴보면, 전자장비 면에서는 너무 지나치고 클러치 페달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991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속도, 편안함, 운전의 용이성, 압도적인 존재감과 같은 것들을 더 많이 보여주면서 운전자의 부담은 훨씬 더 적은 차이기도 하다. 나아가, 수동변속기 버전도 나올 예정이다.
 

이번 시승은 가격은 물론 세대 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차들이 모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일반적 비교시승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GT3를 원한다면, 나처럼 보수적인 원칙주의자조차도 놀랄 정도의 큰 차이로 991이 이길 것이다. 반면, 재미있게 달리기만을 원한다면 돈을 아끼는 대신 시간을 들여서 괜찮은 996 GT3(가능한 996 mk2로)를 찾아보기 바란다. 그러나 두 가지 특징을 모두 지닌 차를 원한다면,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똑같이 매료시키는 997 GT3가 가장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글 · 앤드류 프랭클 (Andrew Frankel)
사진 · 스탠 파피오르 (Stan Pap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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