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에 대한 벤틀리만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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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에 대한 벤틀리만의 정의
  • 리차드 브렘너 (Richard Bremner)
  • 승인 2015.10.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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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호화로운 고급스러움을 자동차의 실내에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벤틀리의 디자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들의 비밀을 파헤쳐 본다

사람들이 벤틀리에 탔을 때, 수작업을 거친 고급 소재와 예술적인 세부처리, 독창적인 기술로 가득한 안식처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대런 데이(Darren Day)에게 주어진 일이다. 

그는 벤틀리의 실내 디자인 담당 이사다. 그리고 그의 팀은 실내의 전반적인 조형적 주제에서 시작해, 자동차의 실내를 다른 차원의 고급스러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백 가지의 세부적 요소들을 모두 창조해낸다. 

정밀한 조립과 마무리의 한계를 예로 들어보자. 데이는 디자인의 시작점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제 디지털 기술 덕분에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세부처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지금은 세부적인 요소 하나에 0.015mm까지 오차범위를 줄일 수 있는데, 이는 보석가공 이상의 수준이죠.” 

벤틀리 실내를 만드는 데 영감을 얻는 특별한 소재에서부터 일부러 틀리게 디자인하는 방법까지, 데이와 그의 팀원들은 흥미로운 주제와 철학 속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해 나가고 있다. 이제 벤틀리 컨티넨털 GT, 플라잉스퍼, 뮬산의 실내를 현미경만큼 꼼꼼한 시선으로 살펴보자. 
 


■ 정확해 보이도록 틀리게 만들기 

조립과 마무리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벤틀리에는 부정확하게 정렬된 요소들이 여러가지 있다. 이는 의도적인 것이다. 데이에 따르면 외부에서는 도어 패널의 틈새가 “수학적으로 부정확하다”. 일관성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또한 내부에서는 잘 정돈되어 있다고 추측할 만한 부품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결벽증을 지닌 사람들이라면 혼란스럽겠지만, 이제부터 데이가 말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그런 부분까지 집착하지 않았다는 점에 오히려 마음이 놓일 것이다. 
 

보닛과 이어지는 그릴 주변 
데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의 예로 컨티넨털 GT의 외부 요소를 가리키며 “모서리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라디에이터를 덮는 부분은 보닛 모서리보다 높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패널이 두드러져 보이겠죠. 그래야 다른 방향에서는 물론 차 안에서 보더라도 이렇게 층이 져 보이지 않습니다.” 
 

실내 
모서리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에 대한 혐오는 실내 배치에도 이어진다. 데이는 컨티넨털 GT의 대시보드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피커 그릴의 그물망 소재 끝 부분은 반달 모양의 구멍이 됩니다. 그래서 이 반달 구멍이 보이지 않도록 바로 옆 패널을 높여서 결합합니다.” 데이가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충족하기 위해 요구되는 세부 작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시보드 위쪽 스피커의 그물망 부분은 휘는 현상이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다른 부품과 적당한 여유를 두고 결합해야 하고, 온도 변화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죠. 최대 2mm까지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와 닿는 부품은 더 높게 결합되고 가죽 소재를 사용합니다. 충돌 사고 때에는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최소 반경이 3.2mm는 되어야 하죠. 우리는 한쪽 끝 부분의 오차가 1mm가 되도록 설치합니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봤을 때 그 부분이 드러나는지 여부를 확인하죠. 만약 부품들이 계단처럼 층이 져 보이면 반대쪽에서 작업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병렬 배치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모든 부품의 상호관계는 디자인, 생산, 품질, 기술까지 네 부서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저 역시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작업실로 돌아가 스케치를 하고 싶지만 이런 작업은 아주 중요해요. 실내에는 살펴볼 부분이 300~400개에 이릅니다. 할 일이 많죠.” 
 

도어에서 대시보드까지 
플라잉스퍼에서는 도어 가장 윗부분의 이중 스티치가 대시보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양쪽의 스티치 높이를 바닥 기준으로 측정하면 서로 다른 것을 확인하게 된다. 데이는 “이것 역시 정확해 보이도록 일부러 다르게 만든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도어 윗부분은 대시보드를 덮는 형태로 되어 있고, 따라서 도어의 스티치는 대시보드 위쪽에 있는 스티치보다 아주 조금 높게 위치하게 된다. 만약 센터콘솔 가까이에 머리가 있는 상태에서 도어와 대시보드가 이어지는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면 정렬이 어긋나 보일 것이다. 그러나 평상시처럼 좌석에 앉아서 보면 스티치 정렬이 완벽해 보인다. 현명한 처리다. “디자인적일 뿐 아니라 기술적이기도 한” 부분이어서 작업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이 작업을 생산 과정에 구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팀을 구성했습니다. 모든 플라잉스퍼의 대시보드는 틈새가 조절되어 있습니다. 도어 윗부분과 정렬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작업은 양산 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맞춤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습을 해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그의 이야기. “저희는 생산 흐름을 통계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필요한 간격 조절 회수를 줄였습니다.” 
 

플라잉스퍼 리어 도어 내장재 
스티치 작업자의 예술적 감각이 빛을 발하는 또 다른 부분은 리어 도어다. “도어 상단 스티치에는 곡선을 이루며 대시보드에 이어지도록 비틀린 부분이 있습니다. 이는 스티치가 마치 날개처럼 펼쳐져 뒤쪽으로 흘러가듯이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줍니다.” 
 

인포테인먼트 버튼 
여러분은 인포 시스템의 메뉴 버튼을 표시하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벤틀리에서는 그렇지 않다. “‘음색’(Tone), ‘라디오’(Radio), ‘미디어’(Media), ‘전화’(Tel), ‘내비게이션’(Nav), ‘정보’(Info), ‘차량’(Car) 버튼을 표시하는 것부터 결벽증이 시작됩니다. 단어 길이는 다르지만 너비가 같은 버튼에 표시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글자가 가능한 큰 것을 원하지만 유치해 보일 정도로 크지는 않아야 합니다.

특히, ‘전화’(Telephone)는 대단한 골칫거리입니다. ‘Phone’은 너무 길고, ‘Tel’은 너무 짧으니까요.” 그들이 결국 선택한 것은 ‘Tel’이었다. 그러나 ‘미디어’와 ‘라디오’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글꼴 크기를 바꿀 수는 없어서, 저희는 E자에서 세 개의 가로 선 길이를 줄였고 라디오의 R자는 쭈그러뜨렸죠.” 
 


■ 희생 

데이는 실내 디자인을 위한 과정이 여덟가지의 스케치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스케치 중 여섯 개는 디지털 자료와 동시에 진행됩니다. 네 개는 발포수지로 만들고, 두 개는 양산차에 구현되는 것의 95% 수준의 클레이 모형이 되고, 마지막으로 하나의 클레이 모형으로 정리됩니다. 소비자는 나머지 일곱 개는 절대로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희생되는 부분이죠.” 위의 렌더링들은 지금 판매되는 컨티넨털 GT의 실내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과 같은 많은 수의 다른 스케치들이 생산 단계로 진행되는 작업 중에 전혀 쓰이지 않는 것이다. 

“그 점이 디자인의 생소한 부분입니다. 마음과 영혼을 쏟은 제안을 만들어 경영진에게 들고 가면 누군가는 ‘내가 원한 것은 그런 게 아니야’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주 훌륭한 제안을 만들고도 선택받지 못할 수 있죠. 그동안 쌓아놓은 포트폴리오를 돌아보면 그중에서 실제로 겨우 10%만 생산 단계로 이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소재의 솔직함 

“나무, 가죽, 금속은 진품처럼 보여야 합니다. 제가 차를 볼 때에는 소재의 질을 먼저 살피고, 그 다음으로 디자인을 봅니다. 이 아름다운 가죽을 보세요. 이런 소재를 가혹하게 다루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른 소재들도 마찬가지지만, 소재를 혹사시키지 않으려면 파이거나 울퉁불퉁한 형태를 피해야 한다. 데이는 목재를 파인 형태로 만들면 목재라는 소재가 맞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형태는 진정성에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뒷좌석 탑승자의 무릎을 고려해 앞좌석 등받이 같은 몇몇 부분들은 파인 형태로 만들기도 합니다. 대개 가죽은 표면 위로 뜨도록 만들지만, 파인 형태에서는 접착할 때도 있습니다.”

컨티넨털 GT의 도어 내장재에 적용된 복잡한 가죽 작업에 관해 데이는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결합 부분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다시 작업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도어 안쪽 패널에는 두 개가 아닌 한 개의 스티치 선만 있습니다. 저는 한 개의 선이 있는 쪽을 선호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원래 이 곡선은 스티치 작업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투톤 배열은 나중에 더해진 것이죠.”
 


■ 정밀성 

벤틀리의 영원한 목표는 더욱 더 정교하게 조립하는 것이다. 데이는 “스위치와 테두리 사이의 틈새는 보통 0.5mm였지만 지금은 0.3mm”라고 설명한다. “스위치 위치를 잡는 가이드에 필요한 공간은 있어야 합니다. 스위치를 키우고 테두리를 줄이면 먼지가 들어가지 못하죠.” 
 

목재, 가죽, 금속 
데이는 “우리는 나무 소재의 오차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목재마다 팽창계수가 다릅니다. 만약 팽창하는 경우, 오크는 반경 3.2mm가 한계입니다. 충돌 시 요구조건과 같은 수치지요.” 

다이아몬드 패턴 가죽 내장재에 맞춰 퀼트 처리는 6mm 띄워진다. “기계는 다이아몬드 모양 안에서 구멍을 뚫지만 각각의 모양을 연결해서 뚫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늘이 정해진 위치를 벗어납니다.” 

뮬산의 변속 패들부터 오르간식 차단 장치가 있는 공기배출구에 이르기까지, 벤틀리의 실내 구석구석에는 요철 장식처리가 되어 있다. 또한 차단 장치에는 작은 카세트를 이용한 유압식 충격흡수 처리가 되어 있다. 데이는 “그 장치는 사용하면서 길이 든다”고 한다. 
 


■ 미래의 인테리어 

EXP 10 스피드 6은 멘틀리의 미래 인테리어 디자인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콘셉트에 반영된 경량 설계 철학은 엠블럼에서 영감을 얻은 날개 모양의 대시보드 디자인에도 반영되어 있다. 대시보드는 아래쪽 면 위로 떠 있다. 데이는 “가볍고, 가벼움에 대한 표현을 담았다”고 이야기한다. 대담한 모습의 구조는 여러 흥미로운 세부 요소와 어우러진다. 

도어 트림 
내장재의 퀼트 처리는 기계로 특수 퀼트 처리한 체리나무 도어 트림 장식에도 반영되었다. 

컬럼 스토크 
스피드 6의 컬럼 스토크 끝부분은 투명한 요철 너머로 구리 소재가 보이게 되어 있다. 데이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구리 소재에는 래커를 입혔지만, 산화 처리한다면 어떨까요?” 요철 부분은 “위스키 텀블러처럼 크리스털처럼 가공한 유리”라고 한다. 
 


■ 벤틀리 윙에서 비롯된 아이디어 

“엠블럼은 대시보드와 형태가 같습니다. 날개 모양이 대시보드의 형태를 결정한 거죠. 저희는 이런 방식으로 엠블럼을 중요한 디자인 소재로 활용하는 유일한 자동차 회사입니다. 엠블럼은 완벽한 대칭이죠.” 아울러 데이는 이런 점도 지적했다. “벤틀리 엠블럼에는 깃털이 한쪽에 11개, 다른 쪽에 10개가 있습니다. 모조품을 막기 위해 원래부터 그렇게 만든 것이죠.” 

뮬산에는 대시보드 아래쪽 부분, 그리고 ‘토스트 조각’이라고 부르는 센터콘솔 일부에도 같은 더블 윙 형상이 있다. 데이는 이렇게 말한다. “그 부분은 세 개의 원 요소와 함께 날개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모든 부분이 대칭인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차분한 공간이니까요. 수많은 고객들이 이런 세부요소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글 · 리차드 브렘너 (Richard Brem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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