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이질적 대결, 포르쉐 911 GT3 RS vs 맥라렌 675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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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이질적 대결, 포르쉐 911 GT3 RS vs 맥라렌 675LT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 승인 2015.10.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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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km의 시승코스에서 두 슈퍼카가 운명을 갈랐다. 결과는?

오전 9시 23분: 웨스트 미드랜즈 너니턴 MIRA 프루빙 그라운드 
날씨는 맑고 고요했다. MIRA 프루빙 그라운드로 잔뜩 성난 인상의 맥라렌 675LT가 으르렁거리며 들어와 멈췄다. 내가 타고 온 또 다른 슈퍼머신은 이미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천적은 아닐지라도, 675LT와 대등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특별한 걸작이다. 만일 맥라렌이 '2015년 최고의 드라이버즈 카'에 선정되지 않는다면, 그 영광은 포르쉐 911 GT3 RS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 이 둘은 이미 여러 미디어를 통해 밝혀졌듯이, 강력한 경주차 수준의 성능과 핸들링을 갖췄다. 
 

오전 10시 49분: MIRA 1마일 직선코스 
이번 비교는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미드랜즈의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MIRA는 성능을 평가하기 가장 훌륭한 장소이기 때문. <오토카>의 로드테스트가 이뤄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정지가속과 주행가속 테스트에 들어갔다. 나는 동료인 맷 프라이어가 911 GT3 RS로 트랙을 몇 바퀴 도는 장면을 지켜본 뒤, 911에 올랐다. 직접 운전하기 전부터 생각했지만, 911 GT3 RS의 가속은 마치 저승사자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드는 느낌이다.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이 토해내는 외침은 칼날처럼 예리하고, 개성이 흘러넘친다. 더욱이 포르쉐의 론치컨트롤 시스템이 911을 더욱 광적으로 몰아붙이도록 만든다. 
 

텅 빈 1.6km의 직선코스를 달리는데도 속도감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그리고 8,000rpm을 넘어설 때까지 믿을 수 없는 페달 감각과 본능적인 파워 전달이 더욱 강화될 뿐이다. 때문에 그 안에 푹 잠겨 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여기에 7단 PDK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눈부신 스피드가 황홀감을 뒷받침한다. 

675LT의 엔진 역시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느낌을 준다. 675LT와 911 GT3 RS의 제원을 비교해보면 압축비는 675LT 8.7:1 vs 911 GT3 RS 12.9:1, 트윈 터보 vs 자연흡기, 리터 당 마력 175마력 vs 123마력이다.
 

675LT는 중회전대의 토크를 약간 덜어내고 고회전의 드라마를 강화했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저회전대~중회전대까지는 터보 래그가 신경을 건드리고, 갑자기 액셀을 바닥까지 밟으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풀 스로틀에 들어가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속도만 보면 675LT는 GT3 RS보다 확실히 빠르다. 또한 맥라렌 역시 8,000rpm를 넘어설 수 있다. 이때 자세제어장치를 해제하고 2단에서 3단으로 들어가자 675LT의 리어 타이어가 2~3회 화려한 휠 스핀을 연출했다. 
 

오후 2시 19분: MIRA 핸들링 서킷 
MIRA 던롭 핸들링 서킷에서 2시간 동안 치열한 접전을 벌인 뒤, 저녁을 보낼 북쪽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나는 큰 기대를 안고 GT3 RS의 운전대를 잡았다. 상큼하고 즉각적인 코너링 자세는 정말 놀랍고 기대 이상이다. GT3 RS는 상상을 넘어설 만큼 잔잔하게 달리고, 자석에 끌리듯 침착하게 코너를 공략한다. 모든 반응에서 GT3보다 빠르다. 그립의 한계에서는 신속한 조작이 필요하지만 모든 드라이빙 스타일을 받아들인다. 빠르면서 매끈하고, 한층 야성적이고 거침이 없다. 
 

675LT는 상대적으로 빡빡하고 기술적인 던롭 서킷에서는 약간 불안하다. 물론 여전히 눈부시고 위력적이지만 911 GT3 RS만큼 다소곳하지도, 조절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맥라렌은 650S의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밸런스를 다시 조절해 675LT에 이식했는데, 그 성과는 매우 뚜렷하다. 미세한 반응마저 한층 예리하게 다듬었고, 강력한 빨판 같은 앞머리와 엄청난 횡 그립이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그립은 675LT의 피렐리 P 제로 트로페오 R이 911 GT3 RS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컵 2보다 뛰어났다.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다. 
 

하지만 675LT는 650S처럼 일차원적인 느낌이 든다. 부드러운 가속페달 탓에 뜻대로 정확하게 파워를 살릴 수가 없다. 또한 맥라렌은 오픈 디퍼렌셜을 고집해 급커브에서의 조향능력을 제약했다. 

맥라렌은 MP4-12C를 내놓았을 때 전자식 디퍼렌셜이 필요 없다고 단정했지만 우리는 그 주장에 반대했다. 그 뒤 650S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 또다시 우리는 반대했다. 그리고 675LT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가격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스포츠카에 쓰이는 기계식 디퍼렌셜을 장착했다. 제발 이번에는 맥라렌이 우리의 말을 듣기 바란다. 토크분할식 ESP는 믿음직한 뒷바퀴굴림 스포츠카의 조향 감각을 대신할 수 없다. 
 

다음날 오전 8시39분: 노스요크셔 무어스 솔터게이트 뱅크의 A169 
마지막으로 잉글랜드의 M42, M1, A1M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이들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거동하는가를 살펴봤다. 675LT의 경우 의심스러운 전방 시야와 더듬거리는 내비게이션, 빡빡한 버킷시트에 싸여 진땀나는 러시아워와 씨름했다. 

911 GT3 RS를 빠른 페이스로 운전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675LT는 그보다 승차감이 약간 조용하고 훨씬 수월하게 도로를 삼킨다. A급 도로에서는 액셀을 바닥까지 밟지 않고도 단 한 번의 다운 시프트로 911을 앞질렀고, 경쾌하면서도 믿음직한 가속이 붙었다. 911 GT3 RS가 트랙에서 그랬듯, 맥라렌은 도로에서 포르쉐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오전 10시 43분: 노스 요크서 무어스의 험로 
어제는 675LT로 하루를 보낸 뒤라 오늘은 911 GT3 RS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단점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우선 911 GT3 RS는 675LT보다 훨씬 느리다는 인상을 받았다. 더불어 기어비가 더 길고 유효 토크가 짧은 느낌이다. 물론 675LT를 운전한 뒤인 까닭이겠지만, 이런 감각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서킷에 맞춰 훌륭하게 조율된 911 GT3 RS의 스티어링은 B급 도로에서는 신경과민이다. 더불어 작은 스티어링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두 손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럼에도 다루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서스펜션은 빨리 달릴 때 범프 흡수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 일반도로에서 911 GT3 RS는 뭍으로 나온 물고기를 닮았다. 
 

반면 675LT는 그렇지 않다. 맥라렌 기술진은 구상단계에서부터 로드카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을 거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675LT의 승차감은 본격적인 슈퍼카치고는 너무 나긋하고, 심지어 가장 험악한 노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보디 컨트롤은 도로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변속기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수동모드라면 변환이 더 빨랐을 것이고, 더 매끈하게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엔진의 경이적인 파워가 그 결함을 보완하고도 남는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갈 채비를 했을 때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비교시승은 승자를 가려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911 GT3 RS는 세계 최고의 트랙데이 스페셜로서 자질을 과시했다. 원한다면 언제든 서킷을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675LT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유능하고 짜릿한 고성능 로드카다. 그리고 기회가 오면 서킷에서도 즐거움을 안겨주는 능력을 보유했다. 
 

그렇다면 두 라이벌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내게 적합할까? 675LT는 911 GT3 RS보다 어우러지기 힘들고 운전의 운전의 보람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맥라렌의 섀시는 포르쉐만큼 직접적이고 발랄하며, 평이한 언어로 소통할 수 없다. 

함께 시승에 나선 동료 맷 프라이어는 운전석 도어를 닫기 전에 결정을 내렸다. “나는 스피드가 좀 떨어지더라도 내 인생을 즐기고 싶어.” 그 의미는 뚜렷하다. 포르쉐 911 GT3 RS는 속도에서 뒤지지만, 통쾌한 하이노트가 귀를 즐겁게 하고 모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겐 맥라렌 675LT가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 도로에서도 쉽게 끌어내는 엄청난 페이스와 유연하고 빈틈없이 차분한 자세는 내게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스포티하지 않은 몸매를 지닌 내겐 좀 더 넓은 스포츠 시트가 아쉬웠다. 그리고 앞서 지적한 대로 제한슬립 디퍼렌셜 옵션이 절실하다. 

글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사진 · 루크 레이시 (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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