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코닉세그 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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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코닉세그 원:1
  • 마이크 더프 (Mike Duff)
  • 승인 2015.10.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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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닉세그는 슈퍼카 제조업체 기준으로 보더라도 작은 규모다. 겨우 85명이 일하고 있으며 설립된 이후 만든 차는 겨우 125대뿐. 페라리가 1주일 동안 생산하는 차보다 더 적은 수치다. 그러나 코닉세그는 열렬한 추종자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코닉세그 원:1은 단 7대만 생산될 예정이고, 옵션을 제외하고도 가격이 280만 달러(약 33억2천만원)에 이르지만 제작 발표 후 1주일 만에 모두 판매되었다. 이 차를 구매한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를 소유했다고 자랑할 권리도 함께 손에 쥐게 된다.

화려한 수치 
코닉세그 원:1의 성능은 숫자로 따지기 어렵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400km까지 20초 미만으로 달릴 수 있으며, 최근에는 시속 0km→300km→0km 테스트를 겨우 17.95초 만에 해냈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코닉세그 원:1은 맥라렌 P1, 포르쉐 918 스파이더, 라페라리를 모두 힘없고 무거운 차로 만들어버린다.
 

이름은 차의 성격을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일대일을 뜻하는 '원투원'이라고 읽혀지도록 지어진 이름은 무게 1kg당 1마력(달리 표현하면 톤당 1,000마력)이라는 완벽한 균형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V8 5.0L 트윈터보 엔진에 스웨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E85 에탄올을 넣고 달릴 때의 이야기다. 일반 고급 무연휘발유를 넣으면 최고출력은 1360마력에서 겨우(?) 1,176마력으로 제한되지만, 그럼에도 톤당 출력은 864마력에 이른다.

코닉세그의 공장은 사치스러워 보이는 부분이 없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부분이나 정교한 조각품 없이 그저 일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뿐이다. 회사 창업자인 크리스티안 폰 코닉세그는 한때 자신을 '007 영화 속 악당에게서 풀려나온 흰색 고양이처럼 보인다'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붙임성이 좋고 회사가 하는 모든 일에 관해 즐겨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또한 그는 내가 시승할 프로토타입에는 양산 모델을 위해 설계한 능동형 소음 감소 시스템이 없다는 점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섀시와 패널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부품들을 포함해 코닉세그 차들의 거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그는 엔진 블록은 영국에서 주조되지만, 모터의 조립과 동력계 시험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들리는 얘기로는 원:1은 처음에 1,500마력을 내도록 설계됐지만, 운전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출력을 낮췄다고 한다.

차 한 대를 조립하고 도장하는 데에는 수천 시간이 걸린다. 아게라 때에는 3,500시간이 걸렸고, 원:1은 5,000시간이 걸린다. 공장 한 편에 서 있는 프로토타입이 눈에 들어오자 다른 것들에는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차는 걸윙 도어와 앞뒤 커버를 열어젖힌 채 내가 시승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화려하게 꾸민 LMP1 경주차처럼 보이는데, 예쁘지는 않지만 효과는 엄청나다. 커다란 뒤 스포일러는 최대 750kg에 이르는 다운포스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
 

우선 조수석에 동승해 주행에 나섰다. 테스트 트랙은 과거 군용 비행장으로 쓰였던 1.6km 남짓한 길이의 공장 옆 시험 주행장.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를 위한 테스트 드라이버가 인사를 건넸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 원:1의 실내는 금새 시끄러워졌다. 서스펜션에는 고무가 전혀 쓰이지 않았다. 부싱이 롤러 베어링으로 교체되었기 때문. 하지만 평상시와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는 가능했다.

공장을 벗어나 트랙으로 들어서는 도중, 원:1은 앞에 나타난 과속방지턱에 대비해 지상고를 자동으로 높이는 잔재주를 선보였다. GPS 센서는 차가 학습했거나 3G 데이터 연결을 통해 다운로드한 트랙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액티브 시스템을 코너마다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활주로의 흠뻑 젖은 노면 위에 올라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자, 힘이 넘치는 원:1의 엔진과 주행안정 시스템 사이에서 무언가 전쟁 같은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들었다. 내가 시속 200km를 넘기는 디지털 속도계를 보고 있는 순간에도, 엔진의 가벼운 흔들림과 함께 345/30 R20 크기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컵 타이어가 차체 뒤쪽에서 접지력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갑자기 활주로가 옆쪽으로 다가오자 드라이버는 미친 듯이 스티어링 휠을 반대편으로 끝까지 감았다. 아주 잠시 차는 균형을 되찾는 것 같았지만, 이내 시계추처럼 반대방향으로 미끄러지면서 원:1은 활주로 가장자리에 있는 거친 풀밭을 향해 스핀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트랙에서 약간 벗어나 젖은 풀밭 위에서만 미끄러지다가 멈춰 섰고, 실내에는 멋쩍은 웃음이 울려퍼졌다.

차에는 죄가 없었다. 스핀이 시작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니 활주로를 가로질러 물이 깊게 고여 있었다. 아무리 다운포스가 크더라도 드라이버가 수막현상을 만나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운전을 하는 상황에서도 직선구간을 달리는 도중 사고가 일어날 뻔했던 것은 분명하다. 원:1에 '과부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의 시간 
내가 운전할 차례가 되자, 시동을 걸기도 전에 심장 박동이 요동쳤다. 몸에 딱 맞는 시트 덕분에 밀착된 운전 자세가 만들어지고, 실내에 거의 모든 부분에는 탄소섬유나 알칸타라가 노출되어 있다. 코닉세그는 스위치 가운데 기성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눈에 보이고 손이 닿는 모든 것들을 회사가 직접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스티어링 휠 너머에는 세 개의 VDU제 계기가 놓여 있고, 온도계 부분에는 마력 단위로 1,500까지 표시된 출력계가 포함되어 있다. 속도계에는 시속 450km까지 쓰여 있다. 이중 과장된 것은 하나도 없다.

활주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면서 접한 느낌은 원:1이 일상적인 주행속도에서 확실히 친밀한 느낌을 주는 차라는 것이다. 엔진은 다루기 쉽고, 터보 부스트압이 걸리는 영역에 이르기 훨씬 전에도 토크는 충분하다. 스티어링 감각은 훌륭하다. 멋지게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반응도 긍정적이고 피드백 되는 정도도 적당하다. 자동화 변속기에는 한 개의 '구동용' 클러치와 윗단으로 변속할 때 시간을 줄여주는 두 번째 클러치가 있다. 그러나 느린 속도로 주행할 때는 각 단 사이에 지체가 있고, 다음 단으로 들어갈 때 충격이 크다. 
 

그러나 물리 법칙을 바꾸는 것은 전혀 없다. 3단에서 시속 100km정도를 유지하다가 실험 삼아 잠깐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아보니, 강력한 가속에 이어 터보가 회전하면서 차체 뒤쪽이 접지력을 찾으려 애를 쓰기 시작한다. 자세제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면서 차의 모든 움직임을 계속 바로잡지만, 나는 원:1의 성능 중 아주 보잘 것 없는 정도만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액셀러레이터를 한층 더 깊이 밟으면 시속 190km에 이를 때까지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중 고터다메룽을 연상케 하는 격정적인 소음이 줄기차게 쏟아져 나온다. 어마어마한 가속감이 느껴지지만 출력계의 표시는 아직 600마력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 이 차가 낼 수 있는 능력의 절반도 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물이 고인 활주로 주행을 접고 주변 도로로 이동했다. 극한의 트랙 주행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머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1은 현실 세계를 제법 잘 감당해낸다. 고무 부싱이 쓰이지 않은 서스펜션 치고는 추종성이 놀랄 만큼 뛰어나고, 스티어링은 바늘처럼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주면서 일상적인 주행속도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이어나간다(모든 코닉세그 차량의 스티어링은 로터스 엑시지를 기준으로 조율되었다고 한다). 액셀러레이터를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로만 밟는데도, 원:1은 거의 모든 것들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페이스로 안전하게 달린다.
 

제2막 
다음날 아침에도 차를 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회색 하늘에는 구름이 끼어 있지만, 비는 그쳤다. 다시 활주로에 가보니 고인 물도 사라져 있었다. 다만 노면은 여전히 차갑고 미끄러웠다. 코닉세그의 테스트 드라이버인 로버트 서원스키(Robert Serwanski)가 운전을 맡았다(어제 스핀한 운전자는 그가 아니었다). 구동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지만, 그는 짧은 주행을 마치고 돌아와 시속 320km까지는 낼 수 있으며 우리가 달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정지할 수 있는 공간 여유도 있다고 전했다. 이제 용기를 내어볼 시간이다.

점잖게 롤링 스타트를 한 뒤, 나는 2단 기어를 선택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토크가 높아지면서 차체 뒤쪽은 여전히 꿈틀거리지만, 전날만큼 요동치지는 않았다. 반응은 훨씬 더 강력하다. 3단에 이어 4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지만 엔진은 계속해서 열기를 뿜어낸다. 그러나 시속 200km에 이르자 에어로다이내믹 패키지가 적절한 다운포스를 내기 시작하면서 차를 트랙 위로 밀어붙인다. 가장 낯설게 느껴진 점은 그럼에도 가속이 실제로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엔진 회전수가 8,000rpm에 다가가면서 출력계를 힐끗 살펴보니 1,000마력을 살짝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클러치가 제 역할을 하면서 재빠르게 윗단으로 변속이 이뤄진다. 원:1이 보여주는 최상의 성능을 경험하는 데에는 불과 몇 초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내 활주로의 끝이 앞 유리 너머로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커다란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힘껏 작동시켜 멈춰섰다. 짧지만 이 차가 얼마나 특별한지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뿌듯하면서도 아쉽다. 이 차가 정식 번호판을 달 수 있는 자동차 중 가장 빠르면서, 가장 신나는 차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르고 탁 트인 도로라면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 차를 뉘르부르크링으로 가져가 속도 기록을 내기 위해 한계까지 달리려는 생각은 솔직히 무섭게 느껴진다. 그러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따로 있다. 코닉세그가 앞으로 내놓을 레게라(Regera)를 훨씬 더 빠른 차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이다.
 

뉘르부르크링 속도 기록의 도전은?
코닉세그 원:1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중 하나다. 코닉세그는 이 차가 절대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고,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랩타임 신기록을 세워 증명하기를 원한다. 기록 도전은 지난 6월로 예정되어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코닉세그의 자신감은 컸다. 크리스티안 폰 코닉세그(위 사진)는 2013년 포르쉐 918 스파이더가 세운 6분 47초의 기록을 상당한 차이를 두고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코닉세그는 우리가 공장을 방문했을 때 "솔직히 저는 하기 싫지만, 우리가 속한 시장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능력을 입증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초 VLN 내구 레이스 도중 사망사고가 일어난 뒤, 노르트슐라이페의 새 소유주인 카프리콘 뉘르부르크링 주식회사(Capricorn Nurburgring GmbH)는 트랙 주행 속도 제한을 적용하기로 발표했고, 기록 주행도 허용하지 않자 상황이 복잡해졌다. 코닉세그는 여전히 기록을 세우기 원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 · 마이크 더프 (Mike Duff)
사진 · 제임스 림프맨 (James Lip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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