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E S vs BMW 340i, 최고의 스포츠 세단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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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E S vs BMW 340i, 최고의 스포츠 세단을 가린다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 승인 2015.10.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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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E가 새롭게 단장한 최강의 BMW 3시리즈에게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독일 아우토반 A95는 러시아워만 아니면 교통량이 적어 유쾌하다. 뮌헨에서부터 15km를 달리자 속도 무제한 구간이 나타났다. 322마력을 품은 신형 BMW 340i의 첫인상을 가늠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뒤를 따르던 재규어 XE S가 잽싸게 틈새를 찾아냈다. 다소 지나친 파워트레인이 순식간에 위력을 발휘했고,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섀시와 스티어링이 안정적인 보디컨트롤로 간단히 추월을 마쳤다. 노면 상태가 너무나 좋은 독일의 고속도로에서 340i와 XE S는 빈틈없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다른 국가들은 어째서 속도제한이라는 낡은 제도를 시행하는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340i는 예상치 않은 부분까지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독일의 환경에 궁합이 딱 맞는 차는 이곳에서 태어난 신형 3시리즈만이 아니다. 영국의 좁고 기복이 심한 도로에서 태어난 335마력의 재규어 XE S도 그에 못지않다. 

이제 역사적인 라이벌 대결을 시작한다. 재규어의 본고장 영국 게이던에서 가장 중요한 신형 세단을 제대로 만들었는지를 가늠하는 자리다. 그에 맞서 최신형 BMW 3시리즈가 등장했다. 영국 대 독일, 그리고 새로운 도전자 대 노련한 거장의 대결이다. 
 

BMW 3시리즈는 시장의 선두주자이자 지난 3년간 <오토카> 로드테스트 순위에서 정상을 지켰다. 그리고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몇 가지의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를 내놓았다. 더불어 서스펜션을 크게 바꿨고, 스펙을 개선했다. 그중에도 최고의 뉴스는 엔트리 모델인 318i에 134마력의 1.5L 3기통 터보 엔진이 들어간 것이다. 그 위에 자리한 320d는 출력을 188마력으로 강화했다. 

328i는 248마력의 신형 4기통 엔진을 얹은 330i에 자리를 물려줬다. 330d와 335d는 일부 변속기 부품이 변경됐을 뿐, 파워트레인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플래그십 휘발유 모델(M3을 제외하고)은 보다 대담한 타이틀을 붙인 340i다. BMW의 최신 트윈스크롤 터보 기술을 적용한 3.0L 직렬 6기통 엔진을 처음으로 받아들였고, 과거 335i보다 출력은 20마력(322마력), 토크는 5.1kg·m 상승했다. 
 

출력에서는 재규어 XE S보다 약간 불리하다. XE S는 F-타입에서 물려받은 335마력의 V6 3.0L 슈퍼차저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 하지만 토크를 계산에 넣어야 한다. 특히 최대토크 수치는 둘 다 45.8kg.m이지만 최대치를 내려면 XE S는 4,500rpm에 도달해야 하는 반면, 340i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낮은 1,380rpm에서부터 나온다. 

아울러 BMW는 서스펜션의 성능을 끌어올렸고, 승차감과 핸들링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이제 서스펜션은 5곳에 고정되었고(구형은 3곳) 강성과 탄력을 높였으며, 차체의 무게를 한층 잘 떠받치고 있다. 그 결과 3시리즈는 세련된 안락성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서스펜션 암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시승차에는 전자식 적응형 댐핑과 가변(active variable) 스포츠 스티어링 옵션이 모두 적용됐다. 
 

XE S는 경량 알루미늄 보디와 독립 서스펜션 세팅이 어댑티브 댐퍼와 함께 기본장비로 장착됐다. 재규어에 따르면 앞-더블위시본, 뒤-인테그럴 링크 조합의 서스펜션은 BMW보다 그립과 승차고 조절이 뛰어나다고 한다. 우리는 그 주장이 얼마나 정확한가를 확인하기로 했다. 두 라이벌의 중량 차이는 50kg을 넘지 않는다. 메이커의 주장에 따르면 둘 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5.1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340i의 엔진과 변속기가 XE S보다 뛰어났다.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은 저회전대에서 훨씬 힘이 넘쳤고 5,000rpm 이상에서도 한층 강력했다. 따라서 첫인상에서는 340i가 뚜렷이 앞서는 느낌이었다. 더구나 최대토크가 1,500rpm 아래에서 폭발한다.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340i는 XE S보다 뚜렷하게 빠르다. 두 라이벌의 변속기는 ZF의 8단으로 똑같지만 서로 다르게 조율됐다. 
 

340i 엔진은 BMW의 강력한 무기다. 탄력적이고 매끈하며 거침없이 돌아간다. 위대한 BMW의 6기통 엔진이 수십 년간 갈고 다듬은 매력을 그대로 담았다. 경제적이기도 하다. 현재 터보 기술은 슈퍼차저보다 더 경제적이다. 연비에서 340i는 쉽게 13km/L 이상을 기록했지만, XE S는 10km/L를 간신히 지켰다. 신중하게 달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재규어의 V6 엔진은 한층 장쾌한 사운드로 신바람을 낸다. 상대적으로는 성능에서 약간 뒤졌지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상당한 실력을 뽐낸다. XE S 엔진은 으르렁거리며 살갗을 파고드는 느낌. 운전대를 잡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21세기답지 않은 연비를 용서할 기분이 들었다. 영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쪽으로 오버바이에른을 거쳐 한층 험악하고 고도가 높은 구간으로 들어갔다. 그 이상의 것을 알기 위해 코너가 필요했기 때문. 2단 헤어핀, 변덕스런 캠버의 꼬부랑길 그리고 마루와 범프와 변화하는 경사를 모두 갖춘 탁 트인 커브가 필요했다.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고갯길 남로스 패스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다. 

최고의 핸들링을 자랑하는 두 라이벌은 백중세를 보이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 중 하나는 완벽한 코너링 밸런스에 절묘하고 유연한 승차감을 갖추고 일관성 있는 스티어링을 자랑했다. 모든 동작에 의젓하게 스포티한 기질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앞부분이 너무 무거웠고, 코너 입구에서 주춤거렸다. 뜻대로 정확히 운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무척 안정적이고, 직진 성능이 유달리 뛰어났다.
 

앞서 말한 내용 중 후자인 ‘다른 하나’가 340i다. 예상 밖의 일이지만 동급 정상의 자리는 고사하고 오히려 구형보다도 떨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신형 3시리즈는 잘못된 옵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리가 시승하는 340i의 경우, 앞서 말한대로 가변 스포츠 스티어링이 적용됐다. 하지만 우리는 구형에서도 이 장비를 절대 선택하지 말라고 주장했었다. 

340i에서 가장 자주 일어나는 문제가 바로 스티어링이다. BMW의 가변 스포츠 스티어링은 저속에서 한층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독일 아우토반에서의 고속주행에서는 제대로 먹혀들었지만, 가파른 고개와 급커브에서는 크게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스티어링은 레버에 불과했다. 너무 인위적인 느낌때문에 어느 정도 정확히 방향을 조절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340i는 앞바퀴가 그립과 추가적인 파워를 요구할 때 접지 반응이 희생되는 경우가 너무 잦았다(여기서 다시 스티어링이 문제가 됐다). 앞바퀴가 꾸물대는 사이 340i의 적응형 댐퍼는 구동축의 그립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어쨌든 그립은 기대했던 만큼 균형이 잡히지 않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핸들링이 언더스티어로 기울었다. 뒷바퀴의 그립 한계와 뒤이은 현상을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반면, 재규어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만큼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재규어의 가장 큰 성취가 무엇인지 쉽게 가려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좋았다. 특히 그중에서도 20인치 휠의 비단같이 절묘한 승차감을 꼽을 수 있다. 스프링이 판가름하는 롤링과 듬직하고 일관된 스티어링의 동작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모든 것이 고객의 피드백이나 시장에 따른 것이 아닌, 기술진의 심혈을 기울인 노력의 성과다. 
 

내부는 어떨까? 실내와 트렁크 공간은 3시리즈가 더 넓지만, 실제로 두 차를 놓고 비교해보면 아주 큰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품질 수준은 3시리즈가 조금 더 우세하다. 하지만 이 역시 아주 작은 차이다. 특히 운전적은 XE가 한층 풍성하고 화려했다. 

아직 최종 심판이 내려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번 승부에서는 XE가 축포를 터트렸지만, 진정한 결론은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두 라이벌의 주력 모델을 시승한 뒤 다시 가릴 것이다(또한 우리가 원하는 옵션을 맞춘). 어쨌든 이번 승부에서 재규어 XE는 BMW 3시리즈를 힘들게 쫓는 추격자가 아니라는 것이 판명됐다. 오히려 나를 포함해 수많은 전문가들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이라 생각한 라이벌을 깨끗이 따돌렸다. XE는 새로운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글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사진 · 루크 레이시 (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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