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베테랑 - 포드 머스탱
상태바
[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베테랑 - 포드 머스탱
  • 신지혜
  • 승인 2015.10.05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테랑 조태오의 차, 포드 머스탱 쿠페 : 우리 모두 죄짓지 말고 살자 
 

영화의 오프닝, 졸부 냄새 폴폴 풍기는 남자의 팔에 매달려 철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빼입은 채 껌을 짝짝 씹으며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어린 여자를 보는 순간, 앗, 저들은 대체 누구?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관객들은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아항,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잠복형사들이구나.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풋, 하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 그리고 다음 장면부터 당신은 아마도 서도철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서도철. 그는 형사다. 나쁜 일 하는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 형사. 돈이 없는 것은 구차한 것이 아니며 양심이 없는 것이 불쌍한 것이라는 산뜻하고도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 형사. 그래서 그에게는 불의가 통할 리 없다.
 

우연히 재벌가의 조태오가 벌인 파티에 인사를 하러 가게 된 그는, 잠깐의 만남으로 조태오에게서 뭔가 심상찮은 나쁜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조태오의 건물에서 일어난 트럭 운전기사의 자살 사건에서 석연찮은 낌새를 느낀 그는 사건에 뛰어든다.

영화 <베테랑>은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속이 뻥 뚫리는 감상을 안겨줄 수 있는 건, 류승완 감독과 서도철 역의 황정민 같은 ‘베테랑’들이 영화를 찍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음 악역에 도전하며 뺀질거림과 동시에 불안정한 정신을 갖고 있는 조태오 역을 잘 소화한 유아인, 최상급 조연배우 중 하나인 오달수를 비롯해 매력 철철 넘치는 홍일점 여형사 미스봉 역의 장윤주 등이 톡톡히 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영화가 신나고 재미있는 건 감독과 배우들이 이미 베테랑인데다 신나고 재미있게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장면 장면에서 흘러넘치는 건강하고 탱탱한 에너지는 현장이 그랬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는 서도철 같은 영웅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의 인생관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다. 각자 위치에서 죄짓지 말고 바르게 살자는 것이다. 돈이 없다고 목숨을 잃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돈이 많다고 남의 인생은 하찮게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나쁜 일인 줄 알면서 뒷돈으로 해결하려는 건 안 된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이런 기본을 알고 행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에 걸맞은, 이 시대가 원하는 영웅상인 서도철에 더욱 매료되는지도 모르겠다. 


재벌가의 조태오가 등장하는 만큼 영화 속에서 명품차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 조태오가 사력을 다해 도피하려는 종반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카 레이싱과 액션장면에 등장하는 포드 머스탱 쿠페에 주목하게 된다. 조태오가 몰던 이 차는 <블리트>에서 스티브 맥퀸이 몰던 포드 머스탱을 떠올리며 사용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그 클래식한 모델을 찾을 수 없어 최근 모델을 썼다) 이 차는 조태오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차이기도 하다.
 

재벌가의 아들, 후처의 자식, 누나와 형의 기세에 눌려 지냈을 그의 전사, 부유한 집안에서 좋은 것들을 보고 자라 심미안이 있지만 불안정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 이런 것들이 종합되어 자신만의 딱딱한 껍질 안에 들어앉은 세계가 있을 것이고 그 세계는 그가 키우는 사나운 개라든지 사무실에 놓여 있던 다크나이트 텀블러라든지 강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차인 포드 머스탱이라든지에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터프하고 강렬한 머슬카는 서도철과의 마지막 한판 승부에서 처참하게 깨져버리는데 그건 그대로 조태오의 모습과도 상통한다.  

글 · 신지혜 (시네마토커,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희우정로20길(망원동) 22-6 제1층 101호
  • 대표전화 : 02-782-9905
  • 팩스 : 02-782-9907
  • 법인명 : 아이오토카(c2미디어)
  • 제호 : 아이오토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11
  • 등록일 : 2010-08-04
  • 발행일 : 2010-08-04
  • 발행인 : 최주식
  • 편집인 : 최주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지산
  • 아이오토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아이오토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2@iautocar.co.kr UPDATED. 2019-10-21 12:17 (월)
  •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