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 혼다 시빅 타입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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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 혼다 시빅 타입 R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 승인 2015.09.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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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터보차저를 달고 더 강력해진 혼다 시빅 타입 R은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르노 메간 RS 275 트로피(이름을 줄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는 이제 핫 해치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앞바퀴굴림 차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핫 해치의 영예는 이제 르노에서 혼다 시빅 타입 R로 넘어갔다. 

신형 시빅 타입 R이 이전 세대의 타입 RS와 동일한 점은 여전히 앞바퀴를 굴린다는 점이며, 다른 점은 메간처럼 터보차저를 장착한 2L의 엔진이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혼다는 트랙에서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를 달렸다. 메간 RS 트로피보다 35마력 높은 310마력의 엔진은 시빅 타입 R을 현 세대의 가장 강력한 앞바퀴굴림 핫 해치로 등극시켰다. 
 

르노에게는 또 한 번의 좌절이다. 르노스포츠의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낸 메간 RS 트로피는 뉘르부르크링에서 양산형 앞바퀴굴림 차들 중 가장 빠른 랩 타임 기록을 갖고 있었다. 물론 혼다가 4초나 더 빠르게 그 기록을 갱신하기 전까지 말이다(혼다의 기록은 7분 50초, 르노는 7분 54초). 

제조사들이 차량의 내구성과 섀시 설계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서킷에서 테스트하는 것은 성능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폭스바겐 골프 R은 이런 식의 시연이 왜 필요한지 묻는 차 중 하나다. 폭스바겐은 골프 R의 뉘르부르크링 랩 타임을 인용하지 않지만, 우리는 골프 R을 지금껏 생산된 핫 해치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차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DSG가 장비된 차량이 아닌 수동변속기가 달린 골프 R을 빌렸다. 메간 RS 트로피와 시빅 타입 R 역시 수동이었기 때문. 그러나 골프에는 폭스바겐의 4모션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고, 이 시스템은 더 이상 골프의 앞바퀴가 출발 시에 스핀하도록 그냥 두지 않는다. 대신 코너를 돌거나 가속을 시작할 때 뒷바퀴로 구동력이 배분되어 정교한 핸들링에 일조한다. 

뒷바퀴로의 구동력 배분은 정지 가속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골프 R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5.3초가 걸린다. 혼다는 5.7초, 르노는 6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골프의 무게는 1,476kg로 메간보다 정확히 100kg 더 무겁다. 시빅은 메간보다 겨우 6kg 무거운 1,382kg이다. 늘어난 중량은 골프 R에 불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따라서 폭스바겐이 뉘르부르크링의 랩타임을 인용하지 않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인터넷에는 골프의 랩 타임이 8분 15초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이제, 과연 어떤 점이 이 세 대의 라이벌들 중에서 더 흥미를 느끼게 하는지 알아보자. 주행감각뿐 아니라 함께할 때를 포함해서 말이다.

우선 르노의 실내를 들여다보면, 아주 쉽게 세 대 중에서 최악임을 알아챌 수 있다. 메간 RS 트로피의 실내는 평범한 소재들로 제작됐고, 인체공학적이지 않은 인체공학 설계가 적용됐다. 계기 정보 시스템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르노 스포츠가 자랑하는 레카로 시트와 알칸타라를 입힌 스티어링 휠 같은 프리미엄 사양이 마련되어 있고, 기본형 메간보다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스포츠성이 충분히 강조되어 있다.
 

하지만 시빅 타입 R의 실내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다. 실내의 많은 부분은 레드 컬러로 분할되었고, 기본 장착된 레카로 시트가 단단하게 마운트되어 훌륭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제공한다. 혼다는 편안하고 쉽게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공간을 적절하게 만들어냈다.
 

다만 조그마한 기어 변속기 손잡이는 이전 세대의 타입 RS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인체공학적으로 약점을 드러낸다. 만약 당신이 스티어링 휠에 숨겨진 것처럼 장착된 속도계를 쉽게 찾아내고, 한 시간 이내에 교통상황 안내를 끌 수 있다면 당신은 나보다 나은 사람이다. 이것이 시빅 타입 R에 대한 평가다.
 

골프 R은 스포츠 시트를 장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이빙 포지션과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언제나 폭스바겐이 그래왔던 것과 같이 높은 수준이다. 인테리어에 새겨진 ‘R’ 로고와 같은 몇 가지 변경점만이 이 차량이 가장 스포티한 골프임을 드러내며, 다른 부분들 역시 형식적이긴 하지만 신중하게 구성됐다.

나는 이와 같은 평가를 외관에도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골프 R은 의심의 여지없이 3대 중 가장 절제되어 있다. 그리고 3대 중 공기역학적인 부분에 가장 집착한 것은 시빅 타입 R이다. 프론트에는 커다란 스플리터를, 그리고 리어와 스포일러에는 디퓨저를 장착했고, 심지어 엔진 룸의 상당한 공기를 윙 벤트를 통해 직접적으로 배출시킨다.
 

아울러 메간 RS 트로피의 외관 중 돋보이는 몇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첫째는 아크라포비치의 배기시스템이다. 이 배기시스템은 이 차가 트로피 팩인 이유 자체다. 두 번째는 3만 파운드(약 5천382만원) 미만의 가격임에도 19인치 알로이 휠에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2가 끼워져 있다는 점이다.

이번 테스트는 우리가 기존에 했던 것처럼 몇백 마일을 넘게 차량들을 몰고 다니는 방식으로 이뤄지진 않았다. 이번 시승기는 <오토카> 책이 프린트되기 겨우 몇 시간 전에 써져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잘 알고 있는 도로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서리(Surrey)에 위치한 테스트 트랙보다도 좋은 곳이기도 하다. 
 

메간은 약간 더 많이 닳은 앞 타이어로 인해 평소보다도 프론트 편향성이 강했다. 그러나 주행 중의 정보를 탁월하게 전달하면서도 뛰어난 침착성을 유지하는 스티어링은 감각을 전달하는 데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다. 

시빅은 직선도로에서 스티어링이 좀 더 모호하게 움직인다. 메간보다는 스티어링 토크가 약하긴 하지만, (두 대 모두 토크 스티어를 줄이기 위해 스티어링 너클을 적용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사용한다) 스티어링이 제공하는 노면의 느낌과 주행 피드백은 너무 적다.
 

시빅은 혼다는 더욱이 새 타이어를 끼우고 있었으며, 르노보다도 스로틀 조작성이 낮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빅 타입 R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차는 충분히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특히 브레이크 페달의 감각은 무척 특별하고, 변속 기어는 르노의 것보다 훨씬 더 매끄럽다.

어떤 차도 높은 엔진 회전수로 고음을 만들어내지 않지만, 흡입기와 배기음에서는 르노가 앞선다. 혼다의 경우엔 +R 버튼을 누르면 더 날렵한 스로틀 응답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댐퍼는 약 35% 더 단단해지고, 스티어링 어시스트는 감소된다. 하지만 7,000rpm으로 설정된 엔진 회전 한계는 더 확장되지 않고, 날카로운 엔진 소리를 들려주진 못한다.
 

이전 세대의 타입 RS를 경험한 이들에게 변속 기어와 민첩성은 친숙하게 느껴지겠지만 엔진과 스티어링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메간의 차체 설정을 어떤 것으로 선택하더라도, 시빅은 그보다 더욱 능숙하게 느껴진다. 기본 상태에서 시빅은 더 부드러운 감각을 선보이고, +R 버튼을 누르면 냉혹함은 메간을 넘어서며 차체 컨트롤성도 더 팽팽하게 유지된다.

메간의 경우, 2천 파운드(약 350만원)를 추가하면 선택할 수 있는 올린즈의 댐퍼가 추가되면 서킷에서 더욱 훌륭하게 움직일 수 있다. 또한 타이어의 마모가 있더라도 날카로움을 보다 잘 유지시켜 줄 수 있다. 네바퀴굴림의 골프 R보다도 그렇냐고? 그렇다. 
 

골프 R도 마찬가지로 조절 가능한 댐퍼(대시보드의 버튼을 눌러서 작동시킬 수 있는)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세팅을 선택하거나 메간과 시빅보다 더 순종적이고, 느슨한 핸들링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은 가장 느린 스티어링, 가장 조용한(어쩌면 가장 부드러운) 엔진과 가장 쉽고 변속 충격이 없는 기어 변속에서도 그렇다. 골프 R은 다른 두 대의 차보다 더 부드럽고 잘 정제된 느낌을 준다.

문제될 것이 있을까? 전혀 없다. 물론 스티어링은 더 느리며, 브레이크 페달은 조금 더 깊게 밟아야 하고, 코너링에서 안정적으로 자세를 갖추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골프에는 여전히 골프 특유의 기능과 가능성을 갖고 있다. 중급 정도의 코너에서는 노면이 조금 불안정하더라도 골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순 없다. 또한 언제나 언더스티어를 방지하며, 언제든지 균형 잡힌 코너링을 가능하게 하고, 기어비도 적정하다. 심각해질 필요 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차다. 
 

추가하자면 당신이 지금 당장 한 대를 골라 1,600km을 달려야 한다면 골프 R이 가장 매력적일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이 테스트는 최고의 핫 해치를 가려내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 차들이 가진 즐거움에 대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메간 RS 275 트로피는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수준이다. 메간은 골프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기능과 조절성을 갖추고 있으며, 더 민첩하고 스포츠 주행을 위한 부분이 추가되어 있다. 
 

새로운 시빅 타입 R은 어떨까? 나는 이 차가 마음에 든다. 무척 잘 만들어졌으며, 충분히 강력한 그립력과 가장 뛰어난 서킷 주행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즐겁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다른 해치백들과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적용된다. 다른 핫 해치들이 그렇지 못한 것과 달리, 시박 타입 R은 진짜 핫 해치가 갖춰야 할 점들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시빅 타입 R은 그 자체로도 무척 좋은 차일뿐더러, 기록에 관한 논쟁에서도 전혀 거리낄 것이 없다. 따라서 골프와 메간보다 더욱 확실한 보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글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사진 · 루크 레이시 (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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