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더 리치 - G63 AMG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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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더 리치 - G63 AMG 6×6
  • 신지혜
  • 승인 2015.09.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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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덕의 차 메르세데스-벤츠 G63 AMG 6×6 - 극한의 상황, 위협적인 벤츠 

리치.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낮에는 최고 50℃가 넘고 한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곳. 물도 먹을 것도 없는 그곳. 하지만 그곳에는 희귀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가끔씩 사냥꾼들이 들어가는 곳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승인을 받고 지역 최고의 사냥꾼이자 ‘더 리치’를 지키고 안내하는 벤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곳이기에 사실 방문자도 많지 않다. 

그곳에 어느 날 매덕이 나타난다. 보안관의 호출을 받고 그의 안내를 맡게 된 벤은 매덕을 처음 본 순간부터 뭔지 모를 위화감을 느낀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자.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을 것 같은 눈. 위압적이고 탐색하는 듯한 태도. 돈으로 보안관을 매수해 승인서도 없이 더 리치에 들어가게 된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최고급 사양의 강력한 총. 사막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터지는 위성전화. 그리고 미국에 단 한 대뿐이라며 뻐기듯 말하며 소개한 그의 차 벤츠 G63 AMG 6×6. 
 

어쨌거나 벤은 그와 함께 더 리치로 들어가게 되는데 아슬아슬하게 하룻밤이 지나고 햇빛이 그보다 더 강렬할 수 없이 내려쬐던 다음날 급기야 사단이 나고야 만다. 엄청난 광도의 빛 때문에 시야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매덕이 성급하게 방아쇠를 당겼는데 총에 맞은 대상은 큰뿔사슴이 아니라 더 리치에서 홀로 살아가던 찰리였던 것이다. 그렇게, 사실을 은폐하려는 매덕과 사실을 알리려는 벤 사이에 목숨을 건 게임이 시작된다. 

벤츠 G63 AMG 6×6. 대단한 위용을 가진 차다. 군사용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 차는 일단 한눈에 봐도 빈틈없이 단단하고 꽉 차 있다. 게다가 엄청난 바퀴가 6개라니! 4톤의 무게임에도 시속 100km를 6초 만에 주파한다는 이 차는 그 모습 그대로 매덕이 어떤 인물인지 보여준다. 아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엄청난 자신감과 상당한 재력을 가진 매덕은 실제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 차를 소유하고 세상 위에 군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벤츠는 영화에서 매덕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막, 더 리치에서 그가 생존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어준다. 물과 식량, 휴대용 의자(흔히 보는 값싼 접이식이 아닌 전동식), 희귀한 사냥용 총과 갖가지 장비를 거뜬히 싣고 사막으로 함께 들어와 매덕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것을 꺼내주는 충실한 집사인 것이다. 

하지만 벤츠는 틀림없이 매덕의 행동을 못마땅해 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 찰리가 총을 맞았을 때 벤과 함께 얼른 달려와 주었으며 매덕이 그 영리한 머리와 동물적인 촉으로 벤의 자취를 쫓으며 벤의 생명을 위협할 때 슬쩍 벤에게 차문을 열어주었는지도 모른다. 
 

등장인물 몇 명 없이 극한 상황에 처해진 고립된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영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관 속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가 두 시간 동안 펼쳐지며 손을 쥐게 만들던 <배리드>나 공중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무심코 받았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위협을 받던 <폰부스> 등이 꽤나 영리하고 치밀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더 리치> 역시 관객들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툭 터진 열린 공간이지만 사막이라는 조건 때문에 닫힌 공간이 되어버리는 더 리치. 그곳에서 벤츠 G63은 일종의 권력이며 일종의 협력자 혹은 위협자가 된다. 

글 · 신지혜 (시네마토커,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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