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비틀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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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비틀의 귀환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0.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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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아이콘이 된 비틀의 영적 후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뭘까?

폭스바겐은 ‘남성적이고 스포티한’ 신형 비틀에서, 구형 모델의 화병을 제거했다.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신형 비틀의 발표회장에서는 세계각지에서 몰려든 비틀 마니아들이 신형 비틀 운전석 창문을 통해 꽃다발을 내던졌다. 그들은 현장에서 제작한 비디오를 스마트폰으로 즉시 전 세계에 알렸다. 신차발표회로 떠들썩했던 이틀동안 베를린의 꽃가게 주인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최신형 비틀은 어느 구형보다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상징성이 큰 몫을 하고 있다. 1970년대 초부터 폭스바겐은 다방면으로 업적을 남겼다. 한데 1938년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설계한 ‘국민차’를 품질, 내구성, 경제성과 디자인의 독자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보고 있다.

지금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최고 메이커로 올라서기 위해 토요타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폭스바겐의 이미지에는 이처럼 독특한 이름과 스타일을 지닌 제품도 딱 들어맞는다. 전 세계에서 자그마치 2천150만대의 오리지널 비틀이 생산되었다. 1998년의 뉴 비틀은 역대 판매량에 100만대를 추가했고, 그중 절반은 미국에서 팔렸다. 미국은 언제나 비틀의 알찬 영토였다. 비틀의 생뚱한 스타일(마치 뒷좌석에서 운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에는 일종의 짙은 향수가 배어 있다. 그리고 비틀의 섀시는 다른 폭스바겐 모델들이 오래 전에 졸업한 핸들링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폭스바겐의 현재 경영진이 구형 비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분명히 밝혀줄 자료가 있다. 그들은 신형 비틀이 남성적이고 스포티한 성격을 강화했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신차발표회에서 나눠준 200쪽의 호화판 비틀 소개서를 보자. 구형에 돌아간 몫은 겨우 6쪽(3개의 짧은 문단에 담긴 정보)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차의 명성을 알려주는 자료는 3개의 차트 뿐이다. 

폭스바겐 그룹 제품 총책 울리히 하켄베르크는 지난달 베를린에서 거듭 지적했다. 새 모델은 오리지널의 일부 규격을 다시 받아들인다. 노즈를 더 길게 잡고 윈드실드는 좀 더 일으켜 세우고, 쿠페형 루프라인을 늘려 실내와 트렁크 공간을 키운다. 따라서 운전성능이 뛰어난 차(같은 파워와 섀시 장비를 갖춘 골프에는 못 미치지만)가 태어났다. 전체적인 틀에 얽매인 구형보다 훨씬 품위있는 ‘신형 오리지널’ 스타일을 갖추게 됐다. 지금까지 외모, 스포티한 자세, 오리지널 실내와 197마력 2.0L 터보 휘발유 엔진의 콰트로식 사운드는 좋은 반응을 보였다.

다만 트레드와 승차감은 그만한 호평을 받지 못했다. 아울러 아직 몰아보지 않은 하위 버전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미국시장을 겨냥한 제타의 비용절감형 토션빔 뒤 서스펜션이 하위 버전에 달려 나온다. 두 세대 전 골프가 버린 바로 그 서스펜션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제타 (동시에 최근 출시한 미국형 파사트)와 부품을 함께 쓸 경우 상당한 이점이 있다. 이들 3개 모델은 모두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나온다. 거기서 2003년까지 오리지널 비틀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폭스바겐은 ‘달러’ 지역에서 차를 만들어 큰 이익을 보고 있다.

지금 이 공장은 유연하게 생산을 조절할 수 있다. 3개 모델의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한다. 폭스바겐은 신형 비틀 생산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구형은 말년에 전시장의 골칫거리였기 때문. 아무튼 한 해 생산량은 약 12만대를 내다본다. 그중 절반은 비틀을 사랑하는 미국으로 가고, 약 7천500대가 영국에 들어온다. 영국에 서는 구형의 판매량이 1990년대에 9천대(BMW 미니와 피아트 500이 들어오기 전까지)로 정점을 찍었지만, 말년에는 2천500대로 떨어졌다.

제2세대 비틀이 단종된 뒤 폭스바겐의 아이콘은 기함의 지위를 잃을 위험에 놓였다. ‘감성적 폭스바겐’ 목록의 첫머리에 자리 잡은 후계차로 신형 업 시티카가 등장했다. 폭스바겐 경영진은 이 차를 가리켜 서브-슈퍼미니 클래스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선두주자라고 했다. 컨셉트 시절 업은 뒷좌석 밑에 작은 엔진을 놓았고, 컴팩트한 트랜스액슬로 뒷바퀴를 굴렸다. 이론적으로 이런 레이아웃은 앞바퀴굴림보다 공간효율이 더 뛰어난다. 늘어난 노즈가 충격흡수 공간을 키워 소형차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초 업계 전문가들은 극도로 흥분했다. 드디어 폭스바겐이 오리지널 비틀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길을 찾았다고 봤기 때문. 업이 소형차의 새로운 기계적 레이아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차가 영적인 비틀인가?

폭스바겐 고위층은 이들의 흥분을 주시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부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첫째, 업은 가장 중요한 요소인 딱정벌레 스타일을 앞으로 영원히 살려낼 수 없다. 딱정벌레 스타일은 진정한 폭스바겐 기함의 징표이고, 어느 메이커도 흉내낼 수 없다. 둘째,외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내에서도 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업은 공간효율이 뛰어나다. 하지만 재래식 가로놓기 앞바퀴굴림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색적인 기계 레이아웃을 버리게 되었다. 방대한 폭스바겐 생산시설을 활용해 쉽게 만드는 부품을 써서 업의 경이적인 실내 공간을 보전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때문에 비틀은 지금도 앞으로도 폭스바겐 아이콘의 자리를 지켜나간다. 그룹 디자인 총책 발터 드실바는 최신 비틀 발표회에서 이미 제4대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좀 더 진보적인 다른 모델과 전적으로 성격이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차를 디자인 하는데 성공하려면 그 형상과 역사와 업적을 사랑해야 한다” 드실바의 말이다. 지금까지 이 차를 사들인 자그마치 2천250만명의 고객이 그 대열에 기꺼이 동참했다. 돌아가는 사정으로 보아 앞으로 그런 사람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글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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