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라다에 희망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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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라다에 희망이 있나?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9.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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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르노에 의해 되살아난 러시아 토착 브랜드 라다. 그 라다가 다시 황금기를 꿈꾸고 있다

라다가 영국 자동차 풍경의 일부였던 때가 언제였던가? 1970년대 가난한 고객들이 이 값싼 러시아차를 사들였다. 이미 10년이 넘은 디자인과 빈약한 품질에 대한 농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고객들은 중고차보다는 새 차에 더 관심이 있었다.

1977년 영국에서 한 대당 2천 파운드(약 3천440만원)짜리 라다가 1만3천대 이상 팔렸다. 모스크바에서 970km 떨어진 톨리아티의 방대한 공장에서 덩치를 키운 피아트 124(박스 기사 참조)를 한 해 68만대 만들었다. 그들은 차에 굶주린 소련에 널리 퍼졌다. 하지만 라다를 만든 국영기업 아브토바즈는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했다. 해외만이 아니라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수준 높은 국내시장에서도 판매량이 떨어졌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경제적으로 뒤쳐졌던 지역에서도 신흥 부유층이 등장하면서 마침내 차를 사들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2008년 라다 생산량은 한해 최고인 80만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처럼 성공했음에도 심각한 재정난을 숨길 수는 없었다. 결국 아브토바즈와 러시아 정부가 구원자를 찾았다.

이때 르노-닛산 CEO 카를로스 곤이 등장했다. 그는 라다를 르노의 러시아 진출을 확대하는 지름길로 봤다. 르노-닛산 동맹에 라다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2008년 초 곤은 르노를 앞세워 8억 파운드(약 1조4천억원)로 라다 주식 25%를 사들였고, 르노 기술을 제공하여 경영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았다. 2009년 세계적인 재정위기가 닥쳐 라다 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었고, 르노가 협력을 계속할지도 불확실했다.

이때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개입해 톨리아티는 고비용 사회복지지원을 지방과 중앙정부에 넘겼다. 따라서 메이커의 비용이 그만큼 줄었다. 동시에 아브토바즈의 비핵심분야는 팔아치웠고, 인력을 3만 명 줄었으며, 집행위원회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그에 호응하여 르노는 닛산과 함께 지배주를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곤은 연말까지 이 작업을 마치고, 루마니아 카메이커 다치아처럼 라다를 흡수하게 된다.

사실 다치아의 로간과 ‘B-제로’ 플랫폼은 톨리아티에서 만들게 될 라다, 르노와 닛산의 바탕을 이룬다. 내년에 라다 라르구스 왜건(다치아의 로간 MCV 버전)을 선두로 합동작전은 시작된다. 또 다른 라다에 이어 닛산 한 개 모델과 르노 2개 모델이 2013년까지 뒤따른다.

이들 다치아 곁가지 모델들은 유럽에서 저가차로 팔리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러시아에서는 라다의 상급차 시장 진출의 선봉이 된다. 르노의 1.6L 휘발유 5단 자동변속기 모델도 톨리아티에서 나올 예정이다. 이들이 영국을 비롯해 다른 지역으로 수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라다가 러시아에 다시 깊은 뿌리를 내린 뒤에야 그런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한편 라다는 곧 그란타를 출시한다. 장수모델 칼리나에서 태어난 신형 엔트리급 해치백. 르노와 닛산은 다 같이 동일 플랫폼으로 초저가차를 개발할 길을 찾고 있다. 그란타는 클래식이 된 뒷바퀴굴림 라다의 뒤를 잇게 된다. 뒷바퀴굴림 라다는 올해 말까지 지속되는 폐차보조금의 힘을 빌어 수명을 새로 연장하게 됐다. 하지만 데뷔 후 45년이 된 오리지널 라다는 마침내 올해 말 영원히 잠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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