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아우디 A6, 닛산 큐브, 지프 그랜드 체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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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아우디 A6, 닛산 큐브, 지프 그랜드 체로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9.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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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아우디 뉴 A6
사실 아우디의 디자인은 진화(進化)라는 말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기능을 중시하는 독일의 디자인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지만, 단지 기능만을 추구하는 무미건조한 디자인이 아니라, ‘차가움의 미학’(cool elegance)이라는 별칭을 가진 독일 근대 디자인의 이미지가 묻어나는 디자인이다. 그리고 그 미학 속에 더해진 것이 바로 역동성이다.

아우디 신형 A6의 디자인은 1998년에 등장한 C5모델에서부터 역동적 이미지와 전위적 조형으로 개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C5 모델 이전까지의 아우디 100 모델은 그냥 무난하게 다듬어진 중립적이고 기능적인 중형급 승용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피닌파리나에서 초기 디자인을 진행해서 1997년에 등장한 C5 모델부터 역동성을 강하게 추구하고 있다.

필자에게 C5 A6 모델의 차체 디자인의 첫 인상은 마치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화풍을 떠올리게 하는,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모델을 계기로 아우디의 차체 디자인은 전위적인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특히 물방울 형상을 연상시키는 그린하우스의 디자인은 2005년에 등장했던 C6의 A6과,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C7의 A6 모델에 이르기까지 A6만의 가장 두드러지는 디자인 특징이 되고 있다.

또한 아우디는 2005년부터 적용해온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의 전체적인 틀은 유지하면서도 초기의 곡선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서 좀 더 직선적이고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가령 모노프레임 그릴의 크롬 테두리를 가늘게 만들면서 네 모서리를 라운드 처리하지 않고 사선으로 쳐낸 것 같은 형태(chamfer)로 만들었다. 이것은 LED 주간주행등이나 LED 헤드램프와 결합되어 더욱 더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아우디의 디자인은 자동차가 단지 성능이 전부가 아닌 아주 특별한 기계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전위적인 차체 디자인이 없었다면, 지금 글로벌 자동차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중형급
승용차들 가운데서 아우디가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닛산 큐브
닛산 큐브가 이제 공식적으로 수입된다. 그동안 상자형의 차체 모양에 좌우의 유리창과 테일 게이트가 비대칭형으로 만들어져서 주목을 끌었던 큐브. 그러나 일본 내수 사양밖에 없어서 수입된 일부 차들이 우측 핸들로 다닐 수밖에 없었던 큐브가 드디어 좌측 핸들 모델이 개발되어 미국 판매는 물론이고, 국내시장에도 들어온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큐브가 들어오기 전에, 좌측 핸들로 개발되면서 차체도 좌측 방향에 맞추어 새로 개발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데 큐브는 좌핸들 차를 개발하면서, 놀랍게도 차체 역시 반대의 디자인으로 완전히 새로운 금형을 깎았다. 대칭형의 일반적인 차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차체 개발비가 투자됐을 것이다.

큐브의 디자인은 이름 그대로 상자(cube) 형태를 모티브로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디테일에서 감각적인 요소를 많이 추구했다. 사실 큐브의 상자형 디자인은 다다미 구조를 가진 일본의 주택구조와 관련이 있고, 이것은 근본적으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의 지리적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진 발생 시에 비교적 안전한 구조라고 할 수 있는 네 개의 기둥으로 받쳐지는 소규모 목조주택이 일본의 전통적인 가옥이다.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거기에 놓이는 물건들조차도 네모난 작은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특징들은 일본의 제품이나 자동차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결국 일본의 지리적 환경이 문화적 특징을 결정지었고, 그것은 자동차 디자인에까지 이어졌던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 일본의 지진과 일본의 자동차 디자인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문제를 너무나 근시안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는 단지 가격과 성능으로만 팔리는 단순한 기계제품이 아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이 사용되는 시간과 공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제품이 바로 자동차다. 그래서 큐브는 지진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는 일본의 주거 문화를 보여주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본래 체로키는 정통 오프로더의 성격을 가진 지프(Jeep)의 4WD 기능 이외에, 공간의 활용성을 더해서 개발된 웨거니어(Wagoneer)라는 이름의 스테이션 웨건형 4WD 차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이후 1980년대에 미국에서는 4WD의 주행성능과 공간 활용성을 동시에 갖춘 차라는 의미의 SUV(Sports Utility Vehicle)라는 이름과 함께, 조금 큰 차체를 가진 4WD 차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체로키(Cherokee)라는 이름은 북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부족의 이름인데, 이들은 매우 용맹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미국의 기병대들 간의 전투가 한동안 지속되면서 인디언들의 용맹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디언 종족 체로키의 추장은 우두머리의 상징으로 북아메리카 흰머리 독수리의 깃털로 만들어진 화려하고 커다란 장식물을 머리에 썼다. 최초의 체로키 모델은 바로 그 추장의 깃털 장식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라디에이터 그릴을 전면에 붙이고 있었다. 지프가 차체 색의 단순한 수직형 그릴이었던 것에 비해 체로키는 크롬 도금이 된 리브 사이에 다시 검은색의 가는 리브들이 여러 개 배열되어 깃털 장식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지프 브랜드는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이 차종에 관계없이 7개의 직사각형 모양의 7슬롯(Seven Slots)이라는 디자인으로 통일이 됐고, 그에 따라 지프 브랜드의 모든 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모두 7개의 심플한 직사각형으로 통일돼 있다. 물론 신형 그랜드 체로키도 본래의 체로키 그릴보다는 심플한 모양의 7슬롯으로 바뀌었지만, 가느다란 크롬 테두리로써 체로키의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신형 그랜드 체로키의 차체 디자인은 미국산 자동차들의 대표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우람하고 선이 굵은 이미지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랜드 체로키의 이러한 디자인은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대거 사용되면서 자동차 본래의 모습보다는 마치 전자제품 같은 이미지에 대비되면서, 오히려 자동차 본래의 육중함과 튼튼함을 암시하는 시각 언어로써 아날로그적인 건강미를 통해 오히려 따뜻한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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