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세컨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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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세컨 찬스
  • 신지혜
  • 승인 2015.08.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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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의 볼보 V60 - 사실이라는 외피 그리고 진실이라는 내피


그는 형사다. 안드레아스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눈빛과 표정에서부터 정의로움이 흐른다. 강인하고 건실하고 정직하며 의로운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갓난아기 아들 알렉산더에게서 큰 행복을 느끼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삶 또한 그래서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임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그는 범죄와 불의를 참지 못하며 그래서 범인 검거에 발 벗고 나서는 열혈형사이기도 하다. 


어느 날 그는 마약 전과자이자 거의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트리스탄의 집에서 자신의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갓난아기 소푸스가 화장실에 오물범벅이 되어 울고 있는 것을 보고 크나큰 충격을 받는다. 가히 인간 말종이라 할 수 있는 트리스탄과 비슷한 몰골에 약에 취해 있는 여자 산느. 도무지 아기를 기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일. 안드레아스는 분노를 느낀다. 

안드레아스와 안나의 아기는 천사처럼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자주 밤에 깨어서 자지러지게 울곤 한다. 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걸까. 그 자신도 피곤하지만 하루 종일 아기를 보느라 힘든 안나를 위해 그는 알렉산더를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하며 아기를 재운다. 적당한 그루빙과 적당한 소음 그리고 아빠의 따뜻한 손길과 마음을 받으며 알렉산더는 그렇게 잠이 들곤 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알렉산더는 자다가 돌연사를 일으키고 아기의 죽음으로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진 안나를 바라보던 안드레아스는 트리스탄의 집에 몰래 들어가 알렉산더와 소푸스를 바꿔치기한다. 
 

그는 그것이 소푸스에 대한 구원이며 알렉산더에 대한 애도이며 안나를 위한 위로이고 산느를 위한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이 일은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면서 안드레아스가 알지 못했던 진실을 향해 치닫는다. 

수잔 비에르는 인간의 도덕 또는 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정말 잘 다루는 감독이다. 전작 〈인 어 베터 월드〉에서도 인간의 중요한 덕목이자 가치인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 있고 긴장감 있게 그려내면서 선과 악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져낸 바 있는 감독은 〈세컨 찬스〉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선에 대한 열정이 사실을 쫓아갈 때 간과될 수 있는 진실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과 사고의 시간을 제공한다. 


영화 속에서 안드레아스가 타는 차는 볼보 V60. 볼보는 예민해서 잠을 잘 못 자는 사실과 아파서 울었던 진실을 가진 아기 알렉산더를 태우고 밤거리를 달리며 아기를 어르고 달래는 보모와도 같다. 또한 자격 없는 부모에게 방치된 사실과 어쩔 수 없는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아기를 사랑하고 지키고자 했던 산느라는 진실을 안고 있는 아기 소푸스를 태우고 안드레아스의 집으로 향하면서 아기에게 새 삶을 약속하는 구원자와도 같았다. 
 

안드레아스의 모든 고민과 행적과 갈등과 슬픔을 지켜보고 함께했으며 알렉산더에 대한 조의와 소푸스에 대한 구원이라는 사실에 가려진 안나와 산느의 진실을 보지 못한 안드레아스를 위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알렉산더를 태웠을 때 어쩌면 볼보 V60은 아기가 아파서 우는 것이라는 진실을 알았을까. 소푸스를 태웠을 때 어쩌면 볼보 V60은 아기의 운명이 바뀔 수 없다는 진실을 알았을까. 

안드레아스와 안나는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넓고 세련된 집, 고급스러운 가구, 그리고 좋은 차. 하지만 그 속에서 과연 안나는 평온했던 것일까. 트리스탄이라는 끔찍한 상대를 잘못 만나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에 빠졌지만 산느는 순수한 마음이 없었을까.

어쩌면 안드레아스의 볼보 V60은 이 모든 사람들과 마주치고 차에 태우면서 사실이라는 외피가 아닌 진실이라는 내피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글 · 신지혜 (시네마토커,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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