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를 향한 드리프트, 싱크로지 박숭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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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를 향한 드리프트, 싱크로지 박숭세 대표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7.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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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마력의 M3로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드리프트 대회, 포뮬러 D에 나가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이를 만났다. 불가능한 도전이 아닌, 어렵고 힘든 길이라고 했다 

"1,000마력 M3을 만들어 미국의 드리프트 대회 ‘포뮬러 D’에 나가서 이길 겁니다. 성공한다면 국내 드리프트 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어요.”  

‘싱크로지’ 대표, 박숭세 씨의 말이다. 드리프트에 관심이 있다면 ‘싱크로지’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레이싱 팀으로 시작했지만, 제네시스 쿠페와 함께 드리프트에 뛰어들며, 국내 드리프트를 주도한 팀이다. 켄 블록이 유튜브로 유명해졌듯, ‘싱크로지’ 또한 드리프트 영상을 내놓고 대회를 열며 주축으로 올라섰다. 지금은 모터스포츠 기업이 되어 관련 브랜딩, 행사, 대회, 드라이브 스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켄 블록의 서울 익스피리언스를 성공시킨 것도 그들이다. 현재는 대만의 난강타이어와 손잡고 드리프트, 타임어택 경기를 열고 있다. 
 

최근 ‘싱크로지’는 1,000마력 M3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드리프트 대회인 ‘포뮬러 D’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출사표를 던지고 머신 제작에 들어갔다. 성공한다면 한국인 드리프터로는 첫 진출이 된다. 한국계 미국인은 있었지만, 한국인이 달린 적은 없는 무대다. 과연 한국인 드리프트 스타의 탄생이 가능할까? 궁금증을 갖고 ‘싱크로지’ 박숭세 대표를 만났다. 

약속 장소는 경기도 일산의 튜닝 전문업체인 D-스펙. 이곳에서 E46 M3 드리프트 머신의 제작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보닛과 트렁크를 카본으로 단장한 군청색 머신이 반겨줬다. 시동을 걸자 엔진이 굉음을 토했다. 분명 직렬 6기통의 소리지만, BMW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이유를 물으니 토요타의 1JZ 엔진을 시험용으로 달았다고. 곧 2JZ 엔진을 달 것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앞바퀴. 폭이 아주 넓었다. 조향각을 늘려주는 부품을 달아서 그렇다. 차의 미끄러지는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하기 위해서는 앞바퀴가 움직이는 각도가 커야하기 때문이다. 실내는 주행에 필요 없는 모든 것을 덜어낸 상태. 벌거숭이 상태의 실내에 남은 것은 앞좌석뿐이다. 단단한 버킷시트에 몸을 끼워 달려야 한다. 무게를 줄여 차체의 거동을 더욱 날렵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순정 계기판은 들어내고, 튜닝 게이지를 대신 끼웠다. 11,000rpm까지 작동하는 아펙시 타코미터가 예사롭지 않다. 속도계는 없다. 드리프트를 하는 차에는 속도계가 필요하지 않다. 길다란 유압식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는 손에 쉽게 닿는다. 드리프트 중에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많이 쓰기 때문에 쉽게 당길 수 있는 긴 레버가 필요하다. 

모터스포츠는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경기의 참가, 머신의 유지에 큰 비용이 든다. 이는 해외에서 열리는 레이스에 참가하는 국내 드라이버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드리프트를 굳이 미국까지 가서 하겠다는 이유가 뭔지 물었다. 
 

그는 “왜 드리프트를 선택했는지부터 말해야 할 것 같다”라며 말을 꺼냈다. “냉정히 생각해보자. 한국 사람이 세계챔피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은 드리프트다. 유럽과 일본의 투어링카 레이스라고 해도, 바로 뛰어들어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 진입장벽도 높은데다 기반을 잘 닦고 선수를 육성하면서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드리프트는 아직 독보적인 강국이 없고, 실력만 있다면 진입의 벽이 없다. 미국에서 열리는 포뮬러 D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다. 현재 가장 인기 높은 대회인데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나온다. 남자라면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물론 이것뿐만이 아니다. 여기서 이기면 국내 드리프트 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드리프트에 가능성이 있다는 그의 말에는 동의하지만, 경기 출전이 드리프트 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을 부를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으로 남았다. 포뮬러 D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회지만 국내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는 박세리 이전에 지금처럼 커다란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박세리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사람들이 골프를 접하고, 골프 열풍이 분 것은 박세리의 영향이 크다. 피겨 스케이팅도 그렇다. 김연아를 알기 전까지 몰랐지만, 이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가. 이를 드리프트로 바꿔 생각해보자. 세계 최고가 되면 드리프트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언론은 한국인이 세계 최고가 됐다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그래서 포뮬러 D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역할을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야심찬 계획이다. 미국의 포뮬러 D는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어디까지나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실력자로 한정된다. 미국의 각 지방마다 예선과 결선을 열 정도로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 그만큼 경쟁률이 치열하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1년 동안 4라운드에 참여해 종합 3위안에 들어야 포뮬러 D 출전이 가능한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다. 

“올해는 한국에서 튜닝 및 테스트를 진행하고, 2016년에 캘리포니아로 간다. 지역 예선과 결선에 참여하며 머신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다. 지역급에서는 600마력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참여하는 머신 성능이 대략 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2017년 참전을 목표로 하는 포뮬러 D는 1,000마력 이상의 괴물들이 승부를 겨룬다. 머신 튜닝에 긴 시간을 들이는 이유다.” 
 

다시 머신을 보며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1,000마력의 드리프트 머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섀시를 보강해야 한다. 고출력을 얹기 위한 필수 작업이다. 뒷바퀴에 강한 힘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섀시가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앞바퀴의 타각을 늘리는 등 서스펜션 세팅을 진행할 수 있다. 세팅은 출력과 같이 바뀐다.

토요타 엔진을 쓰는 것은 BMW의 엔진보다 저렴한데다, 토요타의 2JZ 엔진은 해외에서도 상당한 튜닝 사례가 있기 때문에 정보 및 튜닝 부품을 구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1,000마력을 목표로 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만드는 일이다. 부품 하나하나가 순정과 다른 고성능 부품으로 채워진다. 이를 위해 유럽, 일본, 미국에서 들여온 부품들을 시험 중이다. 

마지막으로, 행여나 최고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소심한 질문을 던졌다. 
“최고가 되지 않더라도 이뤄가는 과정이 국내 드리프트 업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다. 할 수 있다. 과정이 어렵고 힘들 뿐.”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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