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떼시오, 아우디 A7 자율주행차
상태바
손을 떼시오, 아우디 A7 자율주행차
  • 존 에반스 (John Evans)
  • 승인 2015.07.16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우디 A7 자율주행 차는 고속도로를 자연스럽게 달릴 수 있다. 우리는 진정한 자율주행 차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일까?

내가 탄 아우디 A7의 통제권을 차 스스로에게 넘겨준 2분 동안, 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놀라운 잠재력을 경험하게 되었다. 팔짱을 끼고 차의 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에서 대화에 푹 빠진 나는, 차가 부드럽게 즉흥적으로 아우토반의 안쪽 차로에서 가운데 차로로 이동하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 때, 차를 가득 실은 운송용 트럭이 내 차의 진행 방향으로 급하게 끼어들었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직접 운전을 하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거의 대응을 할 수 없었다. 내가 팔짱을 낀 채로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 차는 이미 반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평소처럼 운전을 할 때 방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브레이크를 꽉 밟고 팔은 굳어버린 채 아드레날린이 솟구쳤을 것이고, 옆 차선으로 피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이드 미러를 보거나 완전히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긴장하지 않았다. 사실은 내 옆에 앉은 테스트 드라이버가 트럭을 발견한 것과 동시에, 동반석에 설치된 페달로 브레이크를 밟아 차의 속도를 줄였기 때문에 내 대응이 둔해졌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트럭과 부딪쳤을 것이다. 
 

“이 차의 레이더가 감지할 수 있는 거리는 250m이고 트럭을 확인했지만, 자동운전 차를 시험할 때는 차 스스로 초당 3m 이상 제동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때문에 반드시 개입해야 했습니다.” 테스트 드라이버의 설명이다. “그리고 사고를 피하기 위해 차가 스티어링 휠을 너무 빨리 돌리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요.” 

그가 설명하고 있는 갑작스러운 대응 행동은 자동운전(아우디는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른바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의 세계에서는 과거의 일이 되어가고 있다. 아우디의 운전지원 시스템 선행개발 팀원인 아니 바틀즈(Arne Bartles)는, 자동운전의 핵심 요소가 클라우드 기반의 '조기경보시스템과의 연결'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은 도로 위 사람들의 휴대전화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용해 교통흐름을 감지하고, 자동주행 차에게 정체 상황이나 느리게 달리는 차를 경고할 것이다.

“자율주행 차는 전방에 존재하는 위험을 미리 알게 되고, 차로를 바꾸거나 통제된 상태에서 정지하는 등 적절한 행동을 취하도록 준비할 겁니다.” 시승을 앞둔 브리핑에서 바틀즈가 나에게 한 이야기다. 
 

자동차가 차로 바깥쪽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갑자기 나타나, 아무 경고 없이 내가 가는 길로 들어설 거라고 예상할 수 있을까? A7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차로를 지키면서 시속 130km 가까운 속도로 그들 옆을 지나갔다. 그들 중 누군가가 발을 헛디뎌 차가 지나가는 길로 넘어졌다면 그는 아마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운전한다면, 만약을 생각해 그 전에 차선을 변경하고 더 멀리 떨어져 지나갔을 것이다. 

“시스템이 공사 지역에 대해 경고를 했다면, 일반적으로 운전자에게 통제권을 넘겨받으라고 이야기할 겁니다.” 테스트 드라이버의 설명이다. “차가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몰랐다는 겁니다. 미리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도로에 공사 구간을 알리는 안내표시도 없었죠.”

바틀즈는 자동운전 차가 훨씬 더 큰 조각그림 맞추기의 한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클라우드 시스템도 있지만, 도로 기반시설이 더 나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희는 새롭거나 더 스마트한 도로에 비용을 투자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도로표지와 차선 같은 것들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투자하라는 것뿐입니다. 그래야 자율주행 차가 그런 것들을 더 쉽게 읽고 대응할 수 있죠.”
 

자동운전 A7은 여러 개의 판독장치, 센서, 레이더, 카메라를 사용한다. 그중 일부는 차 주변에 있는 자동차, 물체, 사람, 도로표지 영역을 탐색하기 위해 이미 아우디 차에 쓰이고 있는 운전지원시스템을 위해 개발되었다. 앞쪽을 향하고 있는 레이더의 경우 그 영역은 최대 250m 거리에 이른다. 시스템의 핵심은 아우디의 새로운 중앙 제어장치로, 태블릿 컴퓨터 정도 크기인 상자 안에 여러 개의 고성능 처리장치를 모아놓은 것이다. 이 장치는 차 주변에 있는 것들을 가상 모형으로 계산하고 다양한 유도 시스템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자동운전 차의 양산 버전이 아우디 라인업 최상위 모델로부터 단계적으로 아래 모델로 이어져 내려오며 다른 폭스바겐 그룹 브랜드 차들로 전파될 것이다. 

이 모든 기술은 시험용 A7에서는 운전자의 시야 밖에 있다. 그 대신, 제어 인터페이스는 몇 가지 두드러지지 않는 장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계기판 안에 있는 작은 스크린이다. 스크린은 자동운전시스템의 상태를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시계 모양 보조 표시가 주행 모드 상태를 알아보기 쉽게 도와준다. 자동운전 모드를 작동하려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 있는 두 개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차가 자동운전 모드가 되면 버튼이 연한 청록색으로 빛을 낸다. 모드 설정을 확정하려면 스티어링 휠을 대시보드 쪽으로 놓으면 된다. 이어서 앞 유리가 차체와 닿는 부분을 따라 띠를 이루는 부분이 연한 청록색으로 빛나고, 차가 통제권을 넘겨받았다고 음성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계속하려면 스티어링 휠, 페달, 버튼 중 어느 것이든 터치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우토반에서 나가려고 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 차가 자동운전 모드를 끝낼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운전자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은 자동운전을 중단하겠다는 것을 알려주고 연한 청록색 빛이 주황색에 이어 빨간색으로 바뀐다. 스티어링 휠이 제 위치로 돌아오는 것을 포함해, 이 과정에는 15초가 걸린다. 아우디는 사람들이 전화나 태블릿을 내려놓고 통제권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한다. 어떤 이유로든 운전자가 통제권을 넘겨받지 않으면 차는 멈추고 긴급출동서비스에 전화를 하게 된다. 

A7이 직접 모는 차에 타고 있는 것은 아주 편안한 경험이었다. 차선 유지 지원 기능이 있는 지능형 정속주행장치와 비슷하다. 차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차선을 확인하고 변경하는 것은 물론, 가장 빠른 정속주행 속도로 가속하거나 교통 흐름에 따라 달리는 모든 일이 전혀 극적이지 않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들이 없지는 않다. 한 가지는 방어적인 성격을 지닌 운전자라면 속도를 조금 줄이고 차간거리를 벌릴 만한 상황에서 불편할 만큼 다른 차에 가까이 다가가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저속으로 달리고 있는 트럭 뒤에서는 앞차와 최대한 가까워질 때까지 다른 차로로 빠져나가는 차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어 운전하는 운전자라면 안전거리를 유지하려고 물러서겠지만, A7은 갑자기 반응을 보일 때까지 앞차의 꼬리를 물고 달린다. 

새로운 법규가 자동운전 차를 허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우디가 고속도로 자동운전(Highway Pilot)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승인되려면 최소한 4년은 걸릴 것이다. 그보다 앞서, 3년 이내에 우리는 최대 시속 30km까지 작동할 수 있는 저속용 시스템인 자동 정체구간 운전(Traffic Jam Pilot)과 원격으로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자동 주차(Garage Pilot) 시스템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워낙 큰 탓에, 그다음에야 간선 및 시내 도로를 위한 시스템이 나올 것이다. 

“진화가 만들어내는 혁명이 될 것입니다.” 바틀즈의 말이다. “아직 개발되고 있는 기술이 아주 많지만, 우리는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 자동운전 자동차는 안전하지만 법규는 바뀌어야 한다

영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의 94%는 사람의 실수가 원인이라고 한다. 자동운전은 실수로 인한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신뢰성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가 있는데도 보험업계가 자동운전 기술을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보험협회의 맬컴 탈링(Malcolm Tarling)은 “자율주행 시스템은 교통안전을 개선할 수 있다”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자동제동 기술은 저속 교통사고를 30%까지 줄였고 보험업체들은 그 기술을 보험그룹 산정에 호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동운전 기능을 이용한 주행과 완전 자율주행 차의 신뢰성을 확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와 운전자 중에 어느 쪽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요?”

이런 이유 때문에 아우디의 시스템에는 차를 통제하는 쪽이 사람과 차 중 어느 쪽인지 계속 기록하는 블랙박스가 있다. 사고가 일어나면 블랙박스는 사고 이전 30초의 기록을 저장하므로 경찰과 보험회사가 분석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자율주행 차의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모든 정부가 그처럼 적극적이지는 않다. 아우디의 아니 바틀즈는 교통관련 부서는 기술을 받아들이지만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점점 더 높아지는 법적인 연결고리를 상대로 이기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걸림돌 중 하나는 최고시속 10km까지만 손을 사용하지 않은 운전을 허용하는 유럽연합(EU) 훈령 ECR 79다. “훈령은 주차지원 장치 사용을 감안한 것이지만 고속도로 자동운전 같은 장치가 도입되려면 더 높은 속도까지 허용되도록 바꿔야 합니다.” 바틀즈의 이야기다. “쉽지는 않겠지만 저는 3년 이내에 준비되리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 · 존 에반스 (John Evan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