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맨 GT4, 최고의 재미를 주는 스포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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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맨 GT4, 최고의 재미를 주는 스포츠카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 승인 2015.07.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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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개발진이 2인승 미드엔진 스포츠카를 하드코어 GT 모델로 탈바꿈했다. 과연 이것이 지금까지 나온 카이맨 중 최고의 차일까?

"전통적이지만 시대에 뒤처지지는 않은 것”. 이것이 포르쉐의 GT 로드카를 책임지고 있는 안드레아스 프로이닝어(Andreas Preuninger)가 생각하는 카이맨 GT4의 감각이다. 그리고 차차 알게 되겠지만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다.

나는 프로이닝어가 실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포르쉐의 동료들은 카이맨 GT4를 출시할 때 위험을 감수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포르쉐 개발 팀은 ‘GT’다운 손질(더 빠르게 달리도록 만든)을 거쳐 가격이 6만4천450파운드(약 1억615만원)로 올라간 카이맨에 알맞은 시장이 존재하리라고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 배정된 200대 미만의 카이맨 GT4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금 당장 예약하지 않고 공식 출시일까지 기다린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늦어질 것이다. 이런 사실은 카이맨 GT4와 같은 차에 대한 수요가 제법 많음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점도 생각해보자. 카이맨 GT4는 현재 나오고 있는 911보다 기본 출력이 더 높은 첫 카이맨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카이맨 GT4에는 911 카레라 S의 수평대향 6기통 380마력 엔진이 올라간다. 엔진은 카이맨의 차체 가운데 놓기 위해 911의 위치에서 180도 돌려놓았다. 플라이휠의 무게가 1.4kg 더 가볍고 일부 부속품의 위치가 조정되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카레라 S에 올라가는 것과 완전히 같다.
 

구동력은 6단 수동변속기를 거쳐 전달되고, PDK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는 선택할 수 없다. 여러분도 이미 알다시피 PDK는 더 무겁고 수동변속기는 ‘구식’이다. ‘PDK 전용’을 선택한 911 GT3에 대한 비판은 이제 포르쉐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프로이닝어는 이야기한다.

카이맨 GT4의 하드웨어는 조금 더 차에 알맞게 조율되었다. 달라진 점들을 앞쪽에서부터 살펴보자. GT4는 차체 앞부분이 커지면서 기본형 카이맨보다 34mm 더 길어졌다. 엔진을 더 많이 냉각시키기 위해 차체 앞부분의 형상을 바꾼 덕분에, GT4는 앞쪽과 뒤쪽 모두 순수한 다운포스를 만들어내는 첫 카이맨이 되었다.
 

911 GT3에서 가져온 앞 서스펜션의 위치는 기본형 카이맨보다 30mm 낮고, 트랙은 13mm 넓다. 아울러 차체가 낮아진 것은 물론, 20인치 알루미늄 휠이 빛을 발하면서 GT4는 카이맨 역사상 가장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실내는 상당히 많은 무게를 덜어냈고 많은 부분에 알칸타라가 더해졌다. 두 가지 모두 훌륭한 생각이다. 기어레버 길이를 20mm 줄인 것도 마찬가지. 그리고 엔진과 변속기, 뒤 서스펜션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다만 이들 중 911 GT3에서 가져온 것은 없는데, 만약 911 GT3의 엔진을 가져왔다면 흡기시스템이 실내공간을 빼앗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면 아마도 무척 피곤했을 것이다.
 

서스펜션 역시 911 GT3에서 가져올 수 없었다. 카이맨의 네 바퀴에 연결된 맥퍼슨 스트럿 대신 멀티링크 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이맨 GT4의 스트럿은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볼 조인트로 결합되었고 911 GT3의 앞 서스펜션에서 가져온 로워 암을 사용한다.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것은 카이맨에 쓰인 것 가운데 가장 큰 리어 스포일러와 가스 흐름이 더 자유로워진 배기계통이다. 모든 손질이 이루어진 차는 공차중량이 1,340kg으로 카이맨 GTS와 거의 같다.
 

선택할 수 있는 장비는 많지 않지만, 우리가 시승한 차에는 가장 중요한 장비가 추가되었다. 2천670파운드(약 440만원)에 반원형 롤바, 6점식 안전벨트, 소화기가 포함된 클럽스포츠 패키지다. 이 옵션을 선택하면 918 스파이더에서 처음 쓰인 1천907파운드(약 314만원)짜리 시트도 추가해야 한다.

엄청나게 든든히 몸을 지지하는 시트와 많은 양의 알칸타라, 그리고 완벽한 원형으로 되어 있는 스티어링 휠을 통해 이 차가 전통적인 운전자 중심의 차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시동 키를 돌렸을 때 나오는 날카로운 배기음은 멋진 효과를 완성한다. 변속은 정교하면서 확실하고, 엔진 반응은 날카롭다. 911 GT3의 것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여느 카이맨의 것보다는 더욱 날카롭다.
 

주행을 해보면 조금 딱딱한 느낌으로 달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거칠지는 않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컵 2 타이어의 크기는 앞쪽이 245/35 ZR20, 뒤쪽이 295/30 ZR20. 두 가지 어댑티브 댐퍼 세팅 가운데 부드러운 쪽을 선택했을 때도 차체는 완벽하게 통제되는데,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포르쉐는 부드러운 설정이 뉘르부르크링 주행을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말한다. 단단한 쪽은 좀 더 현대적이고 부드러운 레이스트랙에 어울린다. 양쪽 모두 시내 중심가에서 천천히 달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이 차는 트랙 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예를 들어, 이 차가 놀랄 만큼 빠른 것은 7,400rpm에서 38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기 때문만이 아니라 4,750rpm부터 42.9kg·m의 최대토크를 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어비는 카이맨 GTS의 것과 같지만 토크가 더 높기 때문에(GTS의 최대토크는 38.7kg·m이다) 카이맨 GT4는 항상 가속이 더 빠른 느낌이고 늘어지는 느낌이 전혀 없다.
 

이어서 매끄러운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 그리고 스티어링과 섀시 특성을 느낄 수 있다. 카이맨 GT4는 여러가지 특성들을 파악하고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기 쉬울 정도로 반응을 매우 잘 주고받는다. GT4를 파헤치는 것은 복잡한 주제를 무척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정통한 달변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카이맨 GT4는 신기할 정도로 쉽게 차의 구성 요소들을 검증할 수 있을 만큼 일관성과 주행특성, 반응이 모두 뛰어나다. 스티어링, 변속기, 브레이크 응답성, 액셀러레이터 반응이 모두 정교하고 예측가능하며, 직접적이기 때문에 속도에 관계없이 놀라운 운전 재미를 안겨준다. GT 엠블럼이 붙은 차에서 예상했을 법한 것처럼 원초적이지는 않지만, 1만 파운드(약 1천647만원) 더 저렴한 카이맨 GTS는 훌쩍 뛰어넘을 정도다.
 

하지만 포르쉐는 카이맨 GT4를 트랙용 차라고 주장하기에 레이스트랙을 달려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포르쉐의 말이 맞았다. 서킷을 채 몇 분 달려보지 않아도 지금까지 몰아본 것 중 가장 운전 재미가 뛰어난 차 리스트의 위쪽에 올려놓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만약 다른 포르쉐 차들을 모두 제외한다면, 어렵지 않게 내가 꼽는 최고의 차 10대 중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모델 이름에 GT3이나 RS 같은 표현이 덧붙는 차들을 포함하더라도 순위에서 별로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차는 구석구석 모두 놀랍다. 엔진은 모든 회전수에서 강력하면서도 전자장치로 제한되는 8,000rpm 부근에 이를 때까지 강렬한 소음과 함께 깔끔하게 회전한다. 윗단으로 변속하기는 편하고, 힐앤토를 이용해 아랫단으로 변속하기는 일반도로에서보다 서킷에서 더 편하다. 그러나 아랫단으로 변속할 때 회전수를 맞추는 것은 운전자가 하지 않으면 차가 알아서 해준다.
 

물론 전통적인 개념의 차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빠르게 달리고 있을 때는 3단에서 2단으로 변속할 때 약간 어색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그런 현상에도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트랙 주행을 완벽할 만큼 믿음직하게 해낸다. 선택사항으로 설치된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는 제동력과 피드백 모두 놀라운 면모를 나타낸다. 세라믹 브레이크는 달궈지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만, 달궈지기 전후 모두 페달 감각과 감속 특성이 뛰어나다.

카이맨 GT4는 코너에서도 탁월한 민첩성과 놀라운 횡방향 접지력을 보여준다. 기본 서스펜션에서는 코너 진입 초기에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있고 그 뒤로 오버스티어가 살짝 나타나지만, 대부분 상황에서 극도로 중립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차체 앞쪽이 바깥쪽으로 밀리는 현상은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거나, 한계를 넘지 않으면서 브레이크를 최대한 밟는 것으로 다스릴 수 있다.
 

차체 뒤쪽이 바깥쪽으로 심각하게 날아가는 현상은 1단이나 2단으로 공략하는 코너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과격하게 밟을 때만 나타난다. 그러나 높아진 파워와 기본 장비인 기계식 차동제한 디퍼렌셜 덕분에, 카이맨 GT4는 모든 코너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하며 매우 즐겁게 주행 라인을 잡아 나간다.

아울러 액셀러레이터로 차의 움직임을 아주 잘 조절할 수 있고 조작하는 그대로 정확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일단 한 번 횡방향 접지력의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아주 재미있어진다. 4단 기어에서 회전수를 한껏 높이면 오른발을 1cm 정도만 움직여도 코너링 자세를 의도하는 만큼 바꿀 수 있다.
 

한편, 전반적인 핸들링 균형은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안티롤 바를 통해 10분이면 바꿀 수 있다. 토와 캐스터처럼 더 많은 조절도 할 수 있지만, 서스펜션 기하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슬릭 타이어를 끼우고 트랙에서만 쓰는 차에서 하는 것이 좋다.

일반도로와 트랙 주행 특성을 가장 잘 절충한, 운전 재미 중심의 차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있는 그대로의 카이맨 GT4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만약 카이맨 GT4가 911 GT3의 미드엔진 버전이라고 예상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911 GT3는 엔진과 섀시 반응의 관점에서 조금 더 날카로운 느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될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나는 카이맨 GT4가 911 GT3 수준의 강렬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만들어졌다면 가격은 더 높아졌을 것이고, 포르쉐 경영진은 사람들이 이런 차를 원하는지에 대해 훨씬 더 큰 우려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카이맨 GT4는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카이맨 GT4의 수요를 확인한 포르쉐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수요가 큰 소량생산 모델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도록 열린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만들어진 차들이 카이맨 GT4와 같다면 미래는 매우 밝다. 카이맨 GT4는 전통적인 감각을 살린 스포츠카라는 명제를 아주 높은 수준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 차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훌륭한 카이맨이다.

■ 다운포스의 극대화와 법적 규제

카이맨 GT4는 차체 앞쪽과 뒤쪽 모두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다운포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이 차가 불법이 된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제는 리어 스포일러에 있다. 대형 리어 스포일러는 크기와 위치가 보행자 충돌안전 규제에 의해 제한된다. 게다가 조절식 브라켓에 설치한 상태로는 합법적으로 특정한 위치에 놓을 수 없다. 보조 제동등을 보기 어려울 정도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소비자가 어떻게든 스포일러를 알맞은 위치에 설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트랙용으로 스포일러를 높이 설치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스포일러를 한 위치에 고정하면 특정한 양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내고 더 높이면 다운포스도 커지기 때문에, 포르쉐는 스포일러 위치를 조절하면서 전반적인 공기역학적 균형이 흐트러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앞쪽 에어댐 아래와 앞바퀴 바로 앞부분의 차 아래쪽에는 한 쌍의 추가 부품이 있다. 그 부분의 나사를 풀고 제거하면 앞쪽 다운포스가 조금 더 높아진다. 즉 스포일러를 낮추면 추가 부품을 달고, 스포일러를 높이면 추가 부품을 떼어내면 된다.

글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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