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이 무기, 토요타 프리우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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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이 무기, 토요타 프리우스 V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7.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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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 삼형제의 맏형, 프리우스 V가 한국 땅을 밟았다. 실용성이 무기다. 그렇다면 조금 더 커진 프리우스일까? 아니면 다른 모델로 봐야 할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대는 아직 20년도 되지 않았다. 1997년, 하이브리드 양산 자동차 프리우스가 처음 등장한 이후, 하이브리드는 빠르게 세를 불렸다. 성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하이브리드 차종들이 등장했고, 이제는 하이브리드 트럭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90년대 최고의 영향력을 과시한 차종이 아닐까란 생각이다.

그런 프리우스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공간이다. 5인 가족에게 딱 맞을 정도의 공간을 남기고 연비를 위해 모든 것을 갈고 닦은 차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토요타는 프리우스 V를 준비했다. V는 실용성을 뜻하는 ‘Versatile’의 약자. 프리우스를 바탕으로 차체를 넓히고 실용성을 더한 모델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커진 프리우스일까? 아니면 실용성의 차이로 다른 모델이 될까?
 

일단 외모는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르다. 길이와 크기가 커지면서 지붕선의 굴곡도 바뀌었고, 앞뒤 디자인도 바꿨다. 물론 프리우스 특유의 꼬리를 싹둑 자른 캄테일(Kamm-Tail) 디자인은 여전하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문득 드는 생각은 앞모습의 인상이 마치 일본 연극에 나오는 도깨비 가면을 닮았다는 것. 헤드램프와 그릴의 조합이 불거진 눈과 툭 튀어나온 코를 닮고, 검은색 범퍼가 삐친 듯 쭉 내민 입과 닮아서다. 토요타의 ‘킨 룩’(Keen Look: 날카로운 모습)의 수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는 토요타 아키오 회장과, 그룹 총괄 디자이너 토쿠오 후쿠이치의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 둘의 조합은 꽤 괜찮아 보인다. 재미와 품질을 원하는 회장, 모델의 성격과 독특한 디자인을 강조하는 디자이너의 만남이 그룹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디자인을 벗어던지고, 면을 비틀고 선을 꼬는 이유는 명백하다. 기억에 남는 자동차가 되는 것. 토요타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을 넘어서 명확한 개성이 필요하다는 계산에서다. 날카로운 선으로 마음을 콕콕 찌르는 렉서스 또한 토쿠오 후쿠이치의 손이 닿은 결과다. 그는 취임 3년 만인 2014년에 렉서스 브랜드 사장을 맡았다. 토요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기존 프리우스와는 다른 실내공간이 펼쳐진다. 유선형으로 살린 미래 분위기에서 벗어나, 기능에 충실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간결한 대시보드 디자인은 실용성을 더했다. 주행 중 다룰 버튼을 최소화하고, 일렬로 묶어 배치하는 수법을 썼다. 에어컨 조작도 다이얼 하나로 한다. 버튼은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더 어렵다. 스티어링은 작고 손에 맞지만, 게임패드를 잡는 느낌이 좀 든다.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여러 기능을 살펴볼 수 있는 점이 특히 그렇다.

시야가 넓은 부분은 인상적. 지붕선의 굴곡이 바뀌어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다는 생각이다. 다만 직물소재의 시트는 국내 실정과는 조금 맞지 않을 부분.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인조 가죽시트를 달 정도로 가죽시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일본의 경우 고급차에도 직물시트를 많이 단다.
 

감싸주는 느낌이 좋아서일까? 하지만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가죽시트가 주는 편리함이 조금 더 앞선다고 생각한다. 커피 등 음료수를 흘려도 쉽게 닦아낼 수 있기 때문. 이 부분은 선호의 차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내 실정을 더 고려해줬으면 한다.

센터 터널 뒷부분을 높게 올려 컵홀더와 수납공간을 만든 것은 팔 놓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컵홀더 옆에 주행모드 버튼을 놓아두었다. 평소 팔 받침대에 오른손을 올려놓는 버릇이 있다면, 주행모드 고르기가 더 편할 것이다. 하지만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두 손으로 스티어링을 잡는 것을 권한다.
 

프리우스 V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기와 실내. 차체를 키우고 실내 거주성을 높여 실용성을 높였다. 길이 165mm, 너비 26mm, 높이 96mm가 늘어났다. 그래서 한층 더 길고 껑충한 모습이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80mm가 늘었다. 늘어난 길이를 휠베이스와 트렁크 공간 늘리는 데 사용해서다. 적재용량이 968L인데, 이는 프리우스의 611L에 비하면 약 1.6배가 늘어난 것. 그만큼 늘어난 공간 덕분에 짐 싣기에도 좋다. 그리고 2열 시트를 접으면 적재용량은 1,905L까지 늘어난다. 해외시장에는 7인승 모델도 있지만, 국내시장에 출시된 5인승 모델이 일반적인 생활 여건에는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여유로운 뒷좌석도 마음에 드는 요소. 6:4로 나눠 움직이며, 앞뒤로 밀고 당길 수 있는 슬라이딩 기능을 적용했다. 앞뒤로 180mm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앞뒤로 숙이고 젖힐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도 있다. 앞으로는 8, 뒤로는 20까지 시트를 기울일 수 있다. 뒷자리에 앉아보니 키 180cm 성인이 앞뒤로 탔을 때도, 다리 공간이 충분했다. 뒤로 시트를 젖히면 편안함은 배가 된다. 뒷좌석 뒤의 공간이 충분한 SUV나 MPV에서 꼭 찾게 되는 기능이다. 없으면 서운한 기능이랄까.
 

프리우스 V의 구동계는 직렬 4기통 1.8L 앳킨슨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 각각 99마력, 82마력을 내고, 이 둘을 합친 시스템 출력은 136마력이다. 프리우스와 같은 구동계지만, 공차중량은 120kg이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무게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움직임은 탄력적이다. 출력을 끌어낼 때 엔진과 모터를 합쳐 움직이는 하이브리드의 특징 때문.

특히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는 모터의 출력을 높이고, 주행 대부분에 관여하게 만든 특성이 돋보인다. 배터리에서 201V 직류를 끌어와, 부스트 컨버터와 인버터를 통해 650V 교류로 바꿔 모터에 전달하는데, 이를 통해 모터의 출력을 확 끌어올린다. 많은 전력을 더해줄수록 모터의 출력은 강해지기 때문. 이를 위해 두 개의 모터를 사용하는 직병렬 방식을 택했다. 주행 내내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
 

프리우스 V 또한 대다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저속에서는 모터를, 고속에서는 엔진의 비중을 높여 달린다. 이 개입을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똑똑한 구동계의 선택을 믿고 맡겨야 한다. 엔진과 첫 번째 모터 사이의 동력 배분 장치가 이 둘을 조절한다. 동력 배분 장치에서 넘어간 힘은 앞바퀴로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디퍼렌셜과 연결된 두 번째 모터가 변속기의 역할을 한다. 모터 방식의 변속기는 배터리의 충전을 적극적으로 돕기 위한 것. CVT와 같은 작동 방식을 구현했기에, 토요타는 이를 E-CVT라고 부른다. 모터라고 생경해 할 이유는 없다. 정말 CVT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힘을 끌어낼 때면 약간 기다렸다가 힘을 불어넣는 스타일. 회전력을 붙이는 것이 느껴진다. 발 끝 아래 팽이가 빙빙 도는 느낌이다.
 

주행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숙성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도 들이치는 것은 풍절음과 차체 밑바닥에서 나는 소리뿐이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회전수를 올리기 전까지 목청을 높이지 않는다. 소리 없는 주행을 위해서 다듬은 모양이다. 그런데 회전수를 올리면 소리가 꽤 거칠다. 느릿하게 달리면서 여유를 즐기기에 걸맞다.

그러다보니 꽤 심심해진다.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음악을 틀었다. 볼륨을 낮춰 듣는데도 꽤 뚜렷하게 들린다. 하지만 감동적인 소리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용하게 달리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은 차에는 좋은 오디오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다른 소리가 끼어들지 않으니 음악을 더욱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구동계의 작동은 수시로 바뀐다. 대다수의 상황에서는 전기모터를 먼저 사용한다. 모터만으로 달릴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엔진을 사용하고, 그 이상의 상황에서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힘을 보탠다. 엔진과 모터가 짝을 맞추는 때가 수시로 바뀐다.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 구동계에 걸리는 부하에 따라서 움직여서 그렇다.

속도를 꽤 높이고 차를 연신 흔들었다. 서스펜션은 출렁거려도 차는 좀처럼 직진성을 잃지 않는다. 앞바퀴가 움직이는 정도에 비해 뒷바퀴가 따라오는 속도가 살짝 느리게 느껴지는 느낌이 난다. 서스펜션의 세팅은 무르다. 단단한 차체를 살짝 띄워 달리는 느낌.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느낌은 뛰어나지만, 좌우 흔들림이 좀 큰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고속에서는 안정적이다.
 

미국적인 세팅이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토요타의 특성은 여전하다. 토요타 차 특유의 특징이라면, 안정적인 스티어링 감각. 스티어링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크지 않지만, 고속으로 달릴 때 불안감이 없다.

속도를 낮춰 코너를 감아 달릴 때면 코너를 휘감듯 달린다. 물론 연비를 위한 타이어는 접지력이 살짝 떨어지는데, 접지력이 떨어지는 구간이 명확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지나치게 조용하다보니 타이어의 소리가 잘 들려 소리만으로도 한계 구간인지 파악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브레이크의 감각이 탄력적이라는 것이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일지도.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용한 차의 특징이다. 이와는 별개로 제동력의 증가는 쉽게 예상가능하다.
 

프리우스 V를 어떻게 봐야 할까? 프리우스에서 조금 아쉽게 느껴진 부분을 정확히 채웠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조금 더 커진 프리우스만으로 보기는 조금 지엽적이다. 넉넉한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주는 쓰임새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크기의 SUV와 MPV, 크로스오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폭을 넓히면 디젤 엔진이 아닌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은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 프리우스 V의 매력을 더한다. 분명 조용하고 편안하면서도 연비는 버금가기 때문. 시승 기간 동안의 격렬한 주행에서도 연비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연비를 떨어트려놓고 잊어버리고 있으면 다시 연비가 올라가는데, 장거리 주행을 할 때 트립상으로는 공인연비 아래를 기록하기 힘들었다.
 

프리우스의 기본가격인 3천140만원과 비교하면, 3천880만원이라는 가격이 마음에 걸릴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비교해볼 문제. 프리우스 E는 3천140만원이지만, M은 3천780만원, S는 4천130만원이다. 프리우스 V의 옵션은 크게 모자라지 않는 수준인데다 차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더하지 못할 옵션인 넉넉한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더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4인 가족이 넉넉한 공간을 위해 SUV나 MPV를 고려한다면 추천하겠다. 재미는 좀 덜할지언정, 공간은 충분하고 연비는 웬만한 디젤 엔진 이상이다. 조용함과 편안함은 그 이상이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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