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vs 포르테 쿱 : 3과 2, 소프트와 하드의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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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스터 vs 포르테 쿱 : 3과 2, 소프트와 하드의 줄다리기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9.1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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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기아 변화의 상징인 두 모델. 2도어와 3도어는 과연 숫자의 차이에 불과할까?

 

스타일
벨로스터는 변형, 실험적인 차다. 최근 현대의 디자인 룩인 육각형 프론트 그릴을 중심으로 기하학적인 헤드램프와 안개등이 배치되고 보닛 위 굴곡이 근육질을 만든다. ‘무늬만’ 에어 인테이크는 실제 구멍이 없는 이미지용이다. 동반석의 뒤 도어는 마티즈에서 보았던 시크릿 도어 타입이다. 3도어의 비밀이 여기에 숨겨져 있는 셈이다. 운전석 쪽의 도어는 하나뿐. 비대칭 3도어는 현대가 더 이상 평범한 차만 만드는 메이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타이어는 솔루스 215/40 R18. 5스포크 휠 안으로 보디 컬러와 같은 컬러를 하나 더 새겨놓은 센스를 발휘했다. 

벨로스터가 변형 또는 전위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면 포르테 쿱(이하 쿱)은 뚜렷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형적인 2도어 쿠페 스타일. 섹시한 레드 컬러가 잘 어울린다. 라운드형으로 다듬은 보닛 아래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 역시 이 라인을 따라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 아래 에어댐을 강조하며 스포티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뒷모습은 오히려 견고한 이미지. 전체적으로 쐐기형의 역동적인 선의 흐름이 차체는 작지만 스포티 쿠페 이미지는 풍성한 느낌을 준다. 타이어는 솔루스 215/45 R17. 분리 삼각형 모양의 스포크가 5개(총 스포크는 10개)로 안쪽을 검정색으로 처리해 강해 보인다. 

트렁크는 벨로스터의 경우 높게 열리는 해치게이트 스타일. 트렁크 덮개가 따라 열리는데 조절할 수 있다. 트렁크의 너비는 신경 썼으나 길이는 짧다. 쿱의 트렁크는 세단과 비슷한 타입으로 길이가 꽤 깊숙하다. 바닥도 좀 더 아래로 내려간다. 매트 아래 타이어는 둘 다 컨템포러리 타이어. 과거에는 SUV 타입에서 이 타이어를 많이 사용했으나 요즘에는 공간 활용 및 연비를 위해 대부분이 타입의 타이어를 많이 쓰는 추세다.

인테리어

현대와 기아의 인테리어는 스타일만큼이나 나름의 특징을 확고히 해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현대는 세로, 기아는 가로 구성이다. 벨로스터는 2개의 원형 계기가 시원하다. 세로로 모아지는 센터페시아 구성은 처음 보기에는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스위치류가 단순해 금세 익숙해진다. 스티어링 휠 역시 세로형으로 통일감을 준다. 센터페시아 아래 수납공간이 있고 양쪽에 바를 세워 독특한 느낌이다. 동그란 기어박스가 심플하다. 2단 센터 콘솔 아래는 매우 깊다. 전체적인 대시패널 이미지는 마징가제트 같은 로봇처럼 근육질이다. 

쿱의 인테리어는 벨로스터와 비교하면 차분한 느낌이다. 세 개의 원형 계기는 전통적인 스포티 쿠페 공식을 따랐다. 가로 배치의 센터페시아는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중심으로 단순하게 꾸몄다. 그 아래 수납공간은 벨로스터보다 조금 넓다. 마찬가지로 아이팟, USB 단자 등을 갖추고 있다. 기어 박스는 약간 평범한 타입. 6단 AT로 왼쪽 수동 모드가 또렷하게 자리한다. 2개의 컵홀더는 벨로스터와 비슷한 구성.

서로 다른 방식을 추구하지만 사소한 공통점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세미 버킷 타입의 시트는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질감이 나쁘지 않다. 벨로스터의 시트도 비슷한데 쿱에는 촘촘한 구멍이 있어 약간 푹신한 느낌을 준다. 왼발 풋레스트 공간이 넓고 편하다. 메탈 감각의 페달류는 시각적으로나 다루기에도 좋아 보인다.  

뒷좌석은 공간만을 보았을 때 둘 다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도어가 하나 더 있다는 차이는 의외로 크다. 벨로스터의 뒷도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순간 쿠페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도어가 어느 쪽에 달려있는지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듯) 뒷좌석 가운데는 컵홀더와 수납공간을 마련해 독립식 시트 개념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4인승. 무릎공간은 살짝 여유가 있는 편이다.

사이드 웨이스트는 뒤로 갈수록 높아지고 천장이 조금 낮다. 쿱은 뒷좌석에 들어가기 위해 앞 시트를 젖히고 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2도어 쿠페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벨로스터와 비교하는 순간 그것은 불편함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일단 앉으면 편안하다는 느낌은 좀 더 앞선다. 도어패널 쪽에 컵홀더와 수납공간을 갖추고 있다.

성능
벨로스터는 1.6L GDI 140마력 엔진에 자동 6단 기어를 매칭했다. 자동 6단은 이 클래스에서 기대하는 경제성(연비)에 도움을 주지만 성능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가속응답성이 원하는 만큼 빠르지 않은 이유다. 변속타이밍이 좀 더 빨랐으면 좋겠다. 아무튼 기어 레버를 수동 모드로 옮기고 수동변속 기능을 적극 사용하면 응답성이 좀 더 빨라진다. 시트와 하체는 조금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 가볍고 경쾌한 느낌. 어쩌면 이러한 부분이 이 차의 성격을 어중간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시승차로 나온 쿱 역시 벨로스터와 같은 1.6 GDI 140마력 엔진에 자동 6단 기어를 얹었다. (쿱은 벨로스터와 달리 2.0L 158마력 엔진도 라인업에 갖추고 있다) 쿱은 가속할 때 벨로스터보다 GDI 특유의 엔진음이 크게 들여온다. 끊임없이 가속을 더 이끌어내고 싶어 하는 눈치다. 힘껏 드로틀을 열어젖히지만 반응은 한 템포 늦게 온다. 이 정도로도 즐길 만하지만 2.0이면 더 나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주행감각은 오히려 다부진 느낌. 단단한 하체는 안정감 있고 핸들링도 정확하다.

같은 엔진이지만 주행 느낌은 사뭇 다르다. 경쾌함에 치중하는 순간 벨로스터는 좀 더 즐기면서 운전을 할 수 있다. 인테리어를 비롯한 차의 성격이 이러한 기분을 북돋는다. 중저속에서는 벨로스터가, 고속에서는 쿱의 달리기가 우세를 나타낸다. 그래서 쿱은 튜닝을 하고 싶은 욕구를 크게 만든다. 어쩌면 쿱의 섀시가 갖고 있는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인지 모른다. 모든 차가 조금 더 즐기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에필로그
벨로스터와 쿱을 놓고 선택을 하라면 분명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서로의 특징이 분명한만큼 매력 또한 또렷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차를 세워놓고 촬영을 하는데 지나가는 한 남자가 벨로스터를 보며 말했다. “이 차는 정말 여자들이 좋아하겠는데…” 벨로스터는 확실히 여자들이 더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여자들이 이런 스포티 쿠페 성향의 차들에 대해 거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쿱은? 물론 남자의 차로서 자질을 더 갖추고 있다. 아무래도 뒷좌석에 누굴 태울 일이 거의 없는 싱글인 남자에게 어울리는 차로서 말이다.

개발자와 시장의 수요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패션카로서 소프트한 스포티 쿠페를 지향한 벨로스터는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층 하드한 모델을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최근 듀얼 클러치 모델 DCT를 라인업에 추가했고, 터보 모델 소식도 꾸준하게 들린다. 아무래도 벨로스터에 기대했던 성능이 모자란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벨로스터의 외연이 더 넓어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 시장에 반응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 역시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벨로스터와 쿱을 한자리에 놓고 든 생각은 현대와 기아의 차 만들기 생각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 해외에서의 성공적인 반응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어쩌면 그만큼 커진 해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차들이 나오는 것인지 모른다. 재미있는 차가 많아진다는 것은 현대와 기아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틀림없다.

글 · 최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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