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24시에서 대참사를 겪은 앨런 맥니쉬의 그 후
상태바
르망 24시에서 대참사를 겪은 앨런 맥니쉬의 그 후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8.02 11:3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충돌 뒤 3주일 만에 앨런 맥니쉬는 다시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앨런 맥니쉬는 부서진 아우디 R18 경주차에 거꾸로 매달려 피트의 자기 팀에 무전연락을 하려고 기를 썼다.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만 경주차를 고쳐 레이스를 계속할 수 있는지 알려고 했을 뿐. 그것만으로도 41세의 영국 드라이버 맥니쉬의 집념을 알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가 제 정신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 현장. 바로 몇 초 전 승리를 향해 질주하다 가공할 충돌사고가 일어났다. 맥니쉬의 아우디는 시속 228km로 충돌한 뒤 서킷에서 튕겨나가 자갈 트랩에 뛰어들었다. 다음 순간 공중으로 떠오른 뒤 타이어 장벽을 들이받았다. 다시 공중으로 튀어 오른 경주차는 몇 번이나 공중제비를 하고 마침내 땅바닥에 떨어졌다. 보디는 거의 달아난 채 거꾸로 뒤집혔다.

맥니쉬는 르망 24시 레이스 2회 우승자이며 전직 토요타 F1 드라이버. 충돌한 뒤 자기 몸이 돌아가는 세탁기 속에 들어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한 순간 서킷을 달리던 내가 다음 순간 내 경주차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첫 반응은 충격이었고, 차가 빙글빙글 돌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차를 원하는 방향으로 틀 수 있을까?’ 바로 그때 차가 공중에 떠올라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때문에 나는 충격에 대비해 힘껏 몸을 버텼다. 그리고 차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 충돌사고에 대한 공식 자료는 없다. 하지만 타이어 장벽을 들이받을 때 시속은 30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 가공할 충격. “실내에서는 외부에서 볼 때처럼 격렬하지 않았다. 어쨌든 경주차가 계속 구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맥니쉬의 말. “대체로 충돌사고는 그렇게 오래 끌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히 차를 세우고 싶다고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

그는 자기 팀에 무전으로 레이스가 끝장났는가를 물으려고 했을 때를 회고하며 빙그레 웃었다. 사실 그때 통신장치가 파손돼 교신할 수 없었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했을 뿐이다” 그의 말. “이미 오래전부터 아우디는 충돌 뒤 기록적인 시간에 경주차를 고친 자랑스런 실력을 갖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처지에서 레이스를 계속해 우승한 적도 있었다. 르망 24시는 아직 1시간도 지나지 않았고, 체커기가 나올 때까지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는 자동적으로 사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경기진행요원들이 달려와 차를 바로 세우자 맥니시가 뛰어나왔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디는 부서졌지만, 모노코크는 손상되지 않았다. 내 헬멧에만 흔적이 남았다. 페인트가 긁힌 자국 하나가 있었다” 맥니쉬의 말.

뒤이어 회오리처럼 의료검사가 뒤따랐다. 먼저 서킷 의료진이 진찰을 했고, 뒤이어 아우디 전속 의료진이 검진했다. 그들은 모나코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 1주일을 푹 쉬라고 했다. 만날 약속은 모두 취소됐고, 전화는 완전히 끊겼다. 심지어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막았다. 21일 뒤 이탈리아 이몰라에서 열릴 르망 시리즈 레이스에 출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대충돌 사고 뒤 경주차에 타는 것만도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맥니쉬는 그런 의견을 흘려듣고 말았다. “대다수 드라이버들은 그런 사고에 휘말렸으면 몇 주일 동안 출전하지 않는 법이다” 맥니쉬의 말. “외상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히 큰 사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는 우리 직업의 일부다. 보통 사람들은 레이스카에 실려 한 바퀴만 전속력으로 달려 봐도 그 뒤 레이스카는 절대사절이다. 따라서 대충돌 뒤에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래도 우리 레이싱 드라이버들은 서킷에 나가야 한다”

맥니쉬가 충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결코 아니다. 혹은 그 영향을 무시하면서 허세를 부리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충돌의 경험을 무서울만큼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위험부담을 냉철하게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 레이스 드라이버들은 충돌 위험을 존중해야 한다” 그의 말이다. “레이싱 그리고 스포츠 전반의 핵심은 위험부담을 정확히 계산하고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위험을 직시하지 않고, 주의를 게을리 한다. 그러면 판단이 빗나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심각한 사태를 초래한다”

휴식기간을 보낸 뒤 맥니쉬는 스스로 아주 치밀하게 충돌사건을 재점검했다. 그 충돌을 피하려면 어떻게 했어야 했던가를 분석했다. “지금은 충돌사고를 일으킨 드라이버들이 운전석에서 무엇을 보는가를 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를 밝혔다. “아마 자갈트랩이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콕핏 디자인팀과 함께 개선할 부분이 없는가를 면밀히 살폈다” 뒤이어 상처를 입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에 관심을 집중했다. 충돌사고를 말끔히 청산하고, 이몰라 레이스 주말을 10일 앞뒀을 때였다. 독일에서 그는 새로 만든 R18에 올랐다.

“일종의 예감이랄까, 미리 짚이는 데가 있었다” 맥니쉬가 시인했다. “당연히 평상시와 다름없이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충돌 후유증을 극복했느냐를 판가름하는 궁극적인 바로미터는 다름 아닌 랩타임이다” 그렇다, 랩타임은 예상보다 좋았고, 의료진은 만족했다. 다시 레이스에 도전할 때가 왔다. 사실 이몰라의 전과는 맥니쉬에겐 실망스러웠다. 맥니쉬와 팀 동료 톰 크리스텐센은 브레이크 고장으로 4위에 그쳤다. 그러나 자신의 부활을 믿기에 충분한 성적이었다. 이 경이적인 드라이버가 르망 충돌의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버렸다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했다.

“뇌리에 사고의 그늘이 박혀 있다면 레이싱을 포기해야 한다” 맥니쉬의 말. “끊임없이 앞길을 바라보지 않고 뒤돌아본다. 그러면 어정쩡한 결정을 내리고 오판을 부르게 된다. 나는 이몰라 1주일 전쯤 르망 사고를 완전히 떨쳐버렸다. 그리고 지금 다시 앞만을 바라보고 있다. 금방이라도 스타트 라인을 박차고 나갈 자세로…”

글 · 짐 홀더(Jim Hold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안슨상님 2011-08-21 14:20:04
기사 내용들이 너무 참신한게 많네요.
궁금했던 내용들 중에 몇가지 있었는데....마침 그런 기사가 올라왔네요!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