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혼다가 몰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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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혼다가 몰락한 이유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8.0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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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혼다는 위세등등했다. 그러나 지금 혼다의 영국시장 지분은 뚝 떨어졌다. 그 이유는?

1990년대 일본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고,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볼링 핀처럼 쓰러졌다. 닛산은 르노에 팔렸고, 미쓰비시는 벤츠 산하에 들어갔다(훗날 다시 미쓰비시 은행으로 돌아왔지만). 그리고 스바루는 토요타의 궤도에 끌려들어갔다. 그처럼 어지러운 판세에도 가장 당당한 독립 메이커 혼다는 상처를 입지 않고 순항했다. 일본기업 풍토에서 보기 드물게 ‘할 수 있다’는 기업문화를 자랑하던 혼다. 그 정신을 바탕으로 큰 실수 없이 상승세를 탔다.

불과 4년 전까지도 혼다는 승승장구했다. 슈퍼미니 재즈는 표적을 정통으로 맞혔고, 외모가 뛰어난 2006년 시빅은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파격적인 컨셉트 카를 거의 바꾸지 않고 양산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두가 옛날 이야기로 들린다. 영국에서 시장 점유율은 3분의 1이나 줄었다. 2011년 1/4분기 혼다의 유럽 판매량이 스즈키에 뒤졌다는 사실은 그보다 더 충격적이다.

스즈키는 경영실적이 착실한 소형차 메이커지만, 혼다와 같은 혈통이 없다. 혼다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자세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창의적 개성과 폐쇄적인 고집은 다를 수밖에 없다. 2.2L 디젤 엔진은 어코드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에 비해 포드 몬데오 또는 폭스바겐 파사트는 1.6L 디젤을 고를 수 있다.

이 엔진은 시빅 크기의 차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해 시빅 디젤은 동급에서 겨우 18위에 턱걸이했다. 닛산 카슈카이 디젤이 그보다 5배나 더 팔렸다. 디젤에 대한 혼다의 대안도 그보다 나을 게 없다. 업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혼다 인사이트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가격과 구조면에서는 풀하이브리드와 거의 같지만 성능은 상당히 떨어진다.

인사이트의 하이브리드는 기껏 휘발유 엔진을 보조하는데 그친다. 따라서 통합 엔진 지원(IMA=Integrated Motor Assist)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더군다나 CO₂배출량이 100g/km를 넘어 악명이 높다. 그에 비해 세제혜택을 받는 99g/km 디젤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혼다는 2012년 북미와 일본에 내놓을 신형 2모터 하이브리드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유럽에 언제 상륙할지는 미지수. 아울러 혼다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려고 기를 쓰다 시장의 좌표설정에 실패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최저가 어코드는 최저가 파사트보다 2천500파운드(약 430만원)나 비싸다. 그러나 혼다 대변인은 그들의 목표가 비현실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판매량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세계금융위기의 절정에 투자를 삭감한 데 있다. 따라서 차세대 시빅은 2012년, 그보다 작은(아마도 1.6L) 디젤은 2013년까지 밀렸다”

하지만 어코드가 높은 CO₂배출량 탓에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만은 시인했다. 배출량이 가장 낮은 어코드 2.2 i-DTEC는 CO₂배출량이 147g/km. 그에 비해 복스홀 인시그니아는 129g/km, 몬데오는 114g/km다. 혼다는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초부터 유럽고객을 중시하지 않고 한눈을 판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달랑 디젤 엔진 하나에 CO₂배출량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것은 유럽고객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톡톡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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