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포르쉐 911, 완벽히 탈바꿈한 신형 포르쉐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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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포르쉐 911, 완벽히 탈바꿈한 신형 포르쉐 911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8.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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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히 탈바꿈한 신형 포르쉐 911에 대한 주문은 ‘더 잘 만들어달라’는 것뿐이었다

남아프리카에서의 늦은 여름날이었다. 우리는 한 고갯마루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때 대초원을 가로질러 2개의 검은 총알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내가 여기 헛수고를 하러 온 것이 분명했다. 새로운 것이라곤 전혀 없었다. 실루엣이 똑같았고, 수평대향 6기통의 풍부한 쇳소리와 포효도 다를 바 없었다. 과연 이 차가 완전신형 포르쉐 911인가? 

신형은 비할 데 없이 긴 911의 48년 역사에서 불과 3번째의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다. 아우구스트 아흐라이트너는 지난 4년 남짓 이 차를, 자신의 아기를 잉태에서 출산까지 뒷바라지했다. 나처럼 그를 부러워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지난 28년간 일한 이 포르쉐맨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속적이며 선망의 대상인 스포츠카를 갈아치우라는 압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옥에서 만들어진 주문서가 그에게 날아왔다.

“높은 사람들이 말하더군요. 구석구석 빠트리지 말고 좀 더 잘 만들어보라구” 지금 다시 돌아보며 하는 말이었다. 좀 더 잘 만들어야하는 차는 다름 아닌 911의 997 시리즈. 현대 스포츠카의 좋은 점을 한 몸에 담고 있는 어느 차도 비길 수 없는 걸작이다. 하지만 998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이제 새롭게 다듬어야 할 디자인은 저 멀리 1998년 996으로 일생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고객들이 요구하고 고위층이 지시한 모든 속살을 받아들이느라 차 무게는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911의 철학과 마침내 시장이 깨달은 방향과는 정반대였다. 따라서 눈앞에 나타난 신형 911은 외형(과 엔진 및 변속기)을 제외하면 완전히 새로운 차다. 몹시 혼란스럽게도 코드네임은 991. 선배들과의 3가지 가장 중대한 차이점 중 첫째는 주 소재가 알루미늄인 최초의 911이라는 사실. “이 차는 알루미늄도 강철도 아니에요” 아흐라이터의 말.


차의 구조는 대부분 알루미늄이다. 그러나 주요한 충격 통로, 가령 A필러 위를 돌아 다른 쪽으로 내려가는 옆구리에는 고장력 강철을 썼다. 대시보드를 완전히 떠받치는 앞 벌크헤드 뒤쪽의 가로대는 마그네슘. 보디는 거의 모두 알루미늄. 그중 딱 하나 예외는 리어 스포일러뿐이다. 모양이 너무 복잡해 알루미늄으로 틀을 잡으면 비용이 아주 많이 들기 때문에 강철을 썼다.

두 번째 차이점은 눈에 잘 들어온다. 이 차는 997보다 약간 길지만, 앞·뒤 오버행은 약간 짧다. 휠베이스는 여기서 당장 밝힐 수는 없지만 좀 더 늘어났다. 하지만 옆모습 사진을 갖다놓고 앞서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길이를 밝혀내려면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이다. 나로서는 상당히 늘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옆모습으로 보면 바퀴의 거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따라서 신형 911은 새롭고 즐거운 비례의 감각을 전해준다.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911의 짧은 휠베이스와 이를 바탕으로 한 운전 감각은 언제나 이 혈통을 증명하는 요소였다. 이번에는 좋든 나쁘든 911 역사상 세 번째 변화이고, 특히 가장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운전방식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아흐라이터에 따르면 실내 패키지보다는 ‘안전과 안정’을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차의 성격과 민첩성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았다.

손질한 911의 휠베이스가 논란을 불러온다면, 핸들링의 변화는 순수파들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이 911이 전과 다른 세 번째 이유가 유압파워 스티어링 대신 들여온 기계식 전동 시스템이기 때문. 아흐라이터가 이 말을 했을 때 나는 눈을 부릅떴다. 바로 얼마 전 포드가 그렇게 하다가 포커스의 스티어링을 완전히 망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911에도 바로 그런 사태가 일어날게 뻔했다.

911에 그보다 더 중요한 부품은 없다. 트렁크에 자리 잡은 수평대향 6기통 엔진보다도 더 중요하다.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는 911은 가짜다. 말을 바꿔, 제대로 조향하지 못하는 911은 911이 아니다. 나는 이 점을 아흐라이터에게 털어놨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 주름진 웃음으로 미뤄 내 의문을 벌써 눈치 채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 차를 몰아보면, 유압 스티어링이 아니라는 걸 전혀 모를 거요” 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알고 있어요. 우리는 정말 오랫동안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수많은 공급업체와 이 문제를 논의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ZF가 묘안을 내놨다. 하지만 우리는 신형 포르쉐를 정식 시승할 수 있는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때 포드는 실패했지만 포르쉐는 성공했는가, 그리고 911의 가장 소중한 자질을 고스란히 보전했는가를 밝혀내게 된다.

알루미늄 구조의 장점을 설명하기는 쉽다. 필요한 추가 장비를 997에 달면 무게는 50kg 늘어난다. 그와는 달리 991은 몇 십 킬로그램 더 가볍다. 보다 강력한 충돌구조를 제외해도 더 크고 무거운 바퀴, 타이어와 브레이크를 달았는데도 말이다. 991은 997보다 약간 더 길지만, 놀랍게도 약간 낮다. 바퀴 사이의 추가 공간 중 3분의 2는 운전석 뒤에 있어 절실하게 필요한 뒷좌석 다리공간을 키웠다. 다만 이 차는 기본적으로 2인승. 꼬마와 정말 다급한 사람이 아니면 뒷좌석을 이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별로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서스펜션에는 호환성이 있는 부품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구조적 컨셉트는 거의 같다. 대체로 알루미늄 부품을 사용했고, 서스펜션은 앞쪽이 스트럿이고, 뒤쪽은 우리가 잘 아는 멀티링크. 그러나 여기에도 자그마한 철학적 변화가 있었다.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인 스프링 비율이 조금 늘고 댐핑은 약간 물러났다. 아흐라이트에 따르면 모두가 좀 더 나은 2차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말을 바꿔, 요철의 충격을 조금 더 격리시켜준다. 흥미롭게도 앞 트레드는 약간 넓어졌다.

따라서 현행 997 GTS RS의 역동적 움직임을 개선한 경우와 거의 같다. 여기에는 보다 안정된 플랫폼을 마련해 언더스티어를 줄이려고 한 경우와 똑같은 이유가 작용했다. 파워트레인은 친숙하지만 변화가 있었다. S의 배기량은 여전히 3.8L이지만 기본형의 배기량은 1990년대의 오리지널 996과 똑같은 3.4L로 줄었다. 실제로 보어와 스트로크는 박스터와 같다. 

반면 전과 다른 캠과 신형 배기관이 출력을 늘려 출력은 이제 350마력. 하지만 최종 결정은 아직 내리지 않았다. 3.8L의 출력은 넉넉한 400마력으로 커졌고, 두 엔진의 레드라인은 모두 200rpm 늘어나 7,800rpm으로 올라갔다. 아흐라이터는 엔진 파워가 좀 더 늘어나겠지만 그 격차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보어를 적합한 수준까지 키웠다. 한편 스트로크는 4.0L까지 늘릴 수 있다.

변속기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PDK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좀 더 예리하게 다듬었다. 그러나 신경지를 개척할 변속기는 아직 개발 중인 새로운 수동변속기다. 실제로 그것은 수동식 싱글 클러치 PDK. 수동식 양산차에 처음 달릴 전진 7단 변속기를 가리킨다. 그런데 전보다 약간 짧고 한층 스포티한 톱기어를 갖췄다. 포르쉐는 이 변속기를 쓸 거라고 못 박지는 않았지만 여기 나온 어느 차엔가 들어있다.

추가 기어 이외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따라서 구형 변속기는 이제 사라졌다. 포르쉐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은 바이스자흐에서 차세대 GT3을 개발하고 있다. 1999년 이후 모든 구형 경주용 수평대향 6기통과는 인연이 없다. 이 고상하고 견고한 엔진은 1998년 르망 24시에서 우승한 포르쉐의 심장이었다. 그 뒤를 이어 다른 모든 911이 쓰는 한결 단순하고 값싸며 한층 현대적인 직분사 엔진이 나온다. 신형 GT3에 대비해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4.0L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두 개의 검은 총알은 쌍둥이 배기관의 3.4L과 4개 배기관의 3.8L였다. 가까이서 보니 먼지를 뒤집어쓰고 너덜너덜한 한 쌍의 991 프로토타입. 나는 이런 차를 무척 좋아한다. 언론 보도용으로 반들반들하게 닦아놓은 차가 아니라 소박하게 열심히 일한 뒤 외모보다는 행동으로 말할 준비가 된 차 말이다.

나는 3.8L S의 조수석에 뛰어올라 아흐라이터에게 최고속으로 산을 내려가자고 다그쳤다. 별로 다그칠 필요가 없었다. 실내를 둘러보자 예상한대로 파나메라 스타일과 스위치가 눈에 들어왔다. 997보다 품질과 기능이 상당히 향상됐음을 알 수 있었다. 출발!

파워는 늘고 무게는 줄어 구형 카레라 S의 0→시속 100km 가속 4.7초는 장난일 수밖에 없다. 포르쉐는 아직 정확한 숫자를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S의 4.5초와 3.4L의 4.8초에 판돈을 걸겠다. 내 짐작이 맞다면 상대적으로 느린 쪽도 오리지널 996 GT3과 맞먹는다. 그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연료효율이 두 자리나 개선됐다는 사실도 눈에 띄지 않기는 마찬가지.

독일 섀시 엔지니어가 400마력 911을 몰고 남아프리카 산허리를 휘몰아쳤다. 코너를 공격하는 난폭한 동작과 거의 완벽하게 정숙한 실내는 전혀 딴 세상이었다. 나는 조수석에 힘껏 매달렸다. 아흐라이터는 구조강성과 섀시 안정성이 얼마나 개선됐는가를 설명했다. 한편 나는 그가 도로에 어슬렁거리는 비비를 조심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 911은 빈둥거리는 포유류와 들이받지 않아도 이미 너덜너덜했다.


우리가 산 밑으로 내려왔을 때, 나는 생각을 추슬러 순서를 잡아봤다. 이 차는 너무나 쉽게 한계를 치고 나갔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을 유지했다. 심지어 911을 나락의 고철덩어리로 바꿀 급제동 탈캠버 내리막 좌회전에도 끄덕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너무 많은 것을 풀어낼 수는 없다. 나는 수확용 콤바인이 날렵해 보이는 섀시 엔지니어와 함께 차를 탄 적이 있었다. 아흐라이터는 초고도의 프로이고, 이 프로토타입은 전자 장비를 해제하기에는 값이 너무 비싸다. 아무튼997이 도달한 정점에서 다시 더 올라가는 것만은 분명했다.

조수석에 앉았던 내게 최종 판정을 구한다면?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할 수밖에. 나는 좀 더 순한 3.4L도 한번 타봤다. 어쩐지 한층 매력적이었다. 훨씬 거침없이 돌아가고, 8,000rpm을 밑도는 레드라인에서 윙윙거리고 돌아다닐 때 그럴 수 없이 즐거웠다. 실로 기막힌 성능이었다. 그 정체를 좀 더 파고들고 싶어 몸살이 났다. 정말 비범한 차, 의심할 여지없이 위대한 포르쉐.

그렇다면 이 차는 여전히 911인가? 그렇다면 상당히 다른 911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층 유능하고 쓸모 있고, 넓고 안락하며 조용하다. 드라이버를 노면에 힘차게 밀착시키는 997 마법의 일부를 희생시키고 이런 성과를 거뒀을까? 운전대를 직접 잡아보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991의 조수석에 못지않게 많은 의문을 낳았다. 따라서 이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 더욱 조바심이 났다. 올해가 가기 전에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다.

글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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