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자의 제네시스 GV60 한국 기행
상태바
영국 기자의 제네시스 GV60 한국 기행
  • 짐 홀더(Jim Holder)
  • 승인 2023.04.28 1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짐 홀더(Jim Holder)는 지난해 자신의 최애 차로 꼽은 제네시스 GV60을 타고 한국의 와인딩 로드를 달렸다
사진 박제영 포토그래퍼
<br>

한국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와 한국에서 가장 복잡한 도로. 이거 하나로 글이 써질 것 같다, 왜 아니겠는가? 서울의 북쪽을 지나 동쪽으로 이동하면 교통 체증과는 점점 멀어진다. 육중한 트럭과 현대와 기아의 다양한 차종들이 뒤섞인 도로를 지나면서 60번 도로를 만난다. 이 길을 따라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한적하고 날씨도 괜찮다. 더불어 기억하고 있던 대로 제네시스 GV60은 아주 훌륭한 차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랬듯 2022년을 마무리할 때, 우리는 모두 ‘올해의 자동차’를 선정해야 했다. 페라리 296 GTB, 마세라티 MC20, 피닌피리나 바티스타…. 고급 스포츠카들 속에서 나는 영국에서 고작 몇 백 대 판매를 겨우 넘긴 GV60을 후보로 선택했다. 의외의 선택이라 생각돼, 시작부터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피어스 워드가 기아 피칸토(모닝)를 추천하면서 정당한 이유를 들이대니 나 역시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우리는 한국 수도 서울에서 약 100마일(160km) 정도 떨어진 2018년 동계 올림픽의 도시로 운전했다. 하지만, 우리의 초점은 명확하게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겸손할 필요는 없었다. 제네시스는 유럽에서 신규 브랜드일 수 있지만, EV의 성능 한계를 새로운 영역으로 밀어 넣는 의미심장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GV60이 훌륭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대중용 EV 중 하나인 기아 EV6와 현대 아이오닉 5가 기술을 공유하는 계보는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다. 더 뛰어나다. 프리미엄의 이름값을 해내기 위해 제네시스 팀은 모든 것을 갈아 넣었다. 디자인, 기술, 다이내믹, 더 많은 것을 말이다. 최종 결과물은 놀랍고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브랜드는 단지 6년밖에 되지 않았는데(지난해 기준, 그리고 영국에서는 단지 고작 1년), 신뢰성 있고 상쾌한 자신감을 보여주며 프리미엄 엘리트 사이에서 자리를 잡았다.

애초 별점 5개를 고민했지만, 신중히 판단했다. 로드테스트에서 에디터들이 저속주행 품질을 지적했다. 대부분 전기차(패밀리카 위주)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고 빠져나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GV60은 합리적인 사고를 무시하고 마음 깊숙한 곳을 후벼 팔 수 있는 차다.

적어도 내 관점에서 뛰어난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인테리어다. 고급 소재와 품질 및 클러스터의 간소화가 걸작이다. 복잡한 대시보드를 단순하게 만들었지만, 버튼이나 토글, 그리고 스위치를 가장 좋은 위치에 두어야 한다는 상식이 적용됐다. 재미있으면서도 똑똑한 접근 방식도 있다. 전원을 켤 때 드라이빙 컨트롤을 보여주는 중앙 콘솔 원형 그래픽이 더 없이 멋지다. 아우디, BMW 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웃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나? 아마도 내 기준이 낮아서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GV60은 켜거나 끌 때마다 쉬지 않는다. 나는 어떤 다른 프리미엄 경쟁차보다 이 차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다이내믹한 능력이다. 맞다, 가장 유명한 핫 해치만큼은 아니지만, 운전 재미 측면에서 GV60은 전기로 작동하는 것 중에서도 가장 선두에 서 있다. 출발할 때 굉장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코너에서도 잘 버틴다. 드리프트 모드에서 시그널을 주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들의 위트가 엿보인다. 엔지니어링팀을 이끌고 있는 타이론 존슨(Tyrone Johnson)은 지난 세대 포커스 RS를 비롯한 보석 같은 차들을 참고했을 것이다.

목적지인 대관령은 양떼목장, 소나무 숲, 알프스 스키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름은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이곳은 한국의 스텔비오 패스로 생각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엔지니어들이 개발 차량을 테스트하기 위해 애용하는 산악 지역이다. 대부분이 좁고 꼬불꼬불하며 헤어핀에서 헤어핀으로 이어지는 도로들이 있다.

하지만 더 빠르게 흐르는 구간도 있다 - 바닥 면이 안정된 커브와 그렇지 않은 커브, 내리막길, 버팀목 등 언제나 도전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운전자의 맥박을 빠르게, 운동 성능의 장점과 단점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만들 수 있을 만큼의 높은 난이도를 가진 곳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꽤 먼 거리이다. 흥분은 커지지만 천천히 가라앉는다. 한국인이 배터리 자동차에서 더 많은 것을 끌어내는 데 있어 테슬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속도로에서 두어 시간 동안 주행한 후 GV60이 kWh당 3.7마일(5.95km)을 기록한 것은 이번 여정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이 될 것이다. 현지 사진작가 박제영과 내가 한국어와 영어로 꽤 잘 소통해 절친이 된 것 같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스마트폰 번역 앱의 힘이다.

한적한 도로는 483마력의 전기차가 그 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줬다<br>

하지만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뭔가 이상한 것이 느껴진다. “모두들 어디 있나요?”라고 내가 물었다. 간신히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대답이 돌아왔다. 고속도로를 뒤로 하고 언덕으로 올라가는데 이슬비가 순식간에 굵은 장대비로 변했다. 도로 표지판을 따라가는데 10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보닛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입을 다물고, 적절한 속도로 감속하며 나아간다. 도로가 좁아지고 쉽게 유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보니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최선의 방법은… 어둠 속에서 잠시 쉴 곳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한국의 스텔비오는 다른 날 공략해야 할 거 같았다. 먼 길을 달려온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웠지만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해보니 대관령이 바로 앞에 있었다. 이내 동행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올림픽 콘보이는 5년 전 여기를 달렸다

도로를 따라 30분만 내려가면 경기장, 숙박시설, 그리고 우뚝 솟은 산악 도로가 있는 2018년 동계 올림픽의 거점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박제영이 그곳은 날씨가 맑을 것이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마침내 그곳에서 GV60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기운을 차린 나는 다시 구불구불한 들판을 지나 마을로 향하는 내리막길로 향한다. 바람 부는 날의 웨일즈와 비슷한 이곳을 찾기 위해 참 멀리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긴 해도, 중요한 것은 그 끝에 무엇이 있는가다. 평창이 얼마나 한산한지, 여러 경기장과 깃발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생각하면 올림픽 이전의 평창을 상상하기 어렵다. 스키 점프대에서 불길한 속도로 달려가는 구급차를 제외하면, 적어도 마지막 남은 눈의 흔적이 녹아내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한적한 마을이다.

하지만 드디어 기대했던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는 주요 도로에서 벗어나 다시 위쪽으로 향한다. 도로 표지판에서 과도한 커브길에 대한 경고가 나오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본능적으로 시트에 몸을 구부리고, 어떤 인상적인 효율 수치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순전히 차를 즐기기로 마음먹는다.

즐길 만한 경고 신호. 드리프트 모드를 시험해볼 시간인가?<br>
즐길 만한 경고 신호. 드리프트 모드를 시험해볼 시간인가?

와우! 429마력의 최고출력과 71.2kg·m의 최대토크를 사용 가능한 것으로 만들며, 예상할 수 있는 가속력을 최대한 끄집어냈다. 그에 따른 소리(속도가 아님)는 새벽 5시에 우유 배달차가 질주하는 것을 연상시킬 만큼(만화 이니셜 D를 연상) 낯설지 않다.

약간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0→ 시속 100km 가속 4초의 눈부신 가속력과 스로틀의 정밀함을 경험하고 나면 곧 진지한 마음으로 바뀐다. 당신이 내연기관 세대라면, 약간 초현실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좋은가 나쁜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수 있지만, 기대치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브레이크, 턴, 스로틀, 와우! GV60은 내가 타본 차 중에서도 도로를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일부 구간에서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수월하다. 스티어링 휠을 휘두르거나, 억제해야 하는 토크 스티어가 없다. 언더 스티어에 경미한 진동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니 거의 없다. 차체가 이 속도를 다루는 능력에서 결함을 찾는다면, 내가 충분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탓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가도 차는 노면을 붙잡고 있다. 감각적으로 굉장한 충격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고, 복부와 목 근육을 운동시키면서도 또 대부분은 온화하다. 그저 계속 노면을 붙잡고 있다.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더욱 단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유연하거나 재미있는 것보다는 빠르다는 느낌이 먼저였던 거 같다.

GV60은 235kW로 충전이 가능하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8분이 소요된다
기본 21인치 알로이 휠이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를 신었다

하지만, 마음을 열어두자. 적절한 도로에서 올바른 차는 항상 운전자를 웃음 짓게 한다. GV60은 그런 차다. 과거를 살펴본 사람들은 이견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 차의 속도와 접근성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특히, 스티어링 휠에 달린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483마력의 파워와 함께 가속력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 이 기능은 적절한 상황에서 사용하면 아주 매혹적이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더 이상 도로는 없다. 보닛에 열도 나지 않았다. 냉각 브레이크의 딸깍 딸깍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초고속에서의 부드러운 감속 후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전기차의 특성상 이 정도 거리는 문제없이 이동할 수 있지만, 내 이마에는 땀이 고이고,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서울로 돌아갈 때 가까운 고속 충전기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조심스럽게 걱정도 했다. 즐기기 위한 대가가 바로 이것이다. 

다이얼 방식 컨트롤러와 여러 가지 버튼들이 삶을 수월하게 만든다
고급스러운 내부는 다방면으로 조절 가능한 나파 가죽 시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천천히 살피기 위해 사찰 옆에 멈춰 섰다. 편한 비유로 말하자면, 난리 부르스 뒤에 조금 내면의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만약 내게 충분한 자금이 있고 프리미엄 배지를 달고 있는 SUV 타입 전기차를 찾는다면, 나는 분명 GV60을 구매할 것이다.

전기 자동차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잘 관리되면서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여러 굴곡이 있었지만 짜릿한 하루였고, 그 끝에는 언젠가 다른 차를 타고 한국의 꼬불꼬불한 도로를 다시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남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