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의 탈을 쓴 F1 경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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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의 탈을 쓴 F1 경주차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3.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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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기술을 적용했다는 표현은 사실 좀 진부하다. 그런데 문자 그대로 F1 엔진을 이식한 자동차들도 있다


■ Alfa Romeo 164 ProCar

알파로메오 164 프로카의 역사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알파로메오는 엔진 서플라이어로 F1 무대에 복귀할 계획을 세우고 1985년 11월 F1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피노 다고스티노가 설계한 뱅크 각 72°의 V형 10기통 3,500cc 알파로메오 V1035는 역사상 최초의 F1 V10 엔진. 혼다와 르노가 그 뒤를 따랐다.

V1035는 1986년 7월 실시한 벤치테스트에서 583마력을 냈고, 최종 버전은 최고출력 620마력/13,300rpm, 최대토크 39.0kg·m/9,500rpm이었다. 당초 알파로메오는 리지에 F1 팀에 공급할 목적으로 V1035를 개발했지만, 리지에와의 관계가 끝나면서 엔진은 갈 곳을 잃었고 F1 복귀도 좌절됐다.

알파로메오는 V1035를 활용할 방안으로 프로카(ProCar) 시리즈로 눈을 돌렸다. 당시 포뮬러원컨스트럭터협회(FOCA) 대표였던 버니 에클레스톤은 F1의 서포트 경기로 프로카 시리즈를 구상하고 있었다. F1 경주차에 일반 시판모델 모양의 껍데기를 씌워 경기를 치르는 프로카 시리즈는 양산차 회사를 F1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묘안이었다.

당시 알파로메오 소유였던 브라밤 F1 팀이 제작한 164 프로카(브라밤 BT57)는 겉모양만 중형세단 164일 뿐 사실상 F1 경주차나 다름없었다. 1988년 9월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대중 앞에 첫선을 보였고, 이날 몬차 서킷에서 그 어떤 F1 경주차보다 빠른 시속 329km로 질주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1989년 개최 예정이던 프로카 시리즈가 불발되면서 공식 주행으로는 이것이 마지막이 됐다.
 


■ Ford Transit Supervan

포드 트랜짓 슈퍼밴은 포드 제품 및 브랜드 홍보 목적으로 1971년 탄생했다. 첫 번째 트랜짓 슈퍼밴은 포드 GT40의 섀시와 엔진이었고, 1984년에 나온 트랜짓 슈퍼밴 2는 그룹 C 경주차 C100 섀시에 코스워스 DFL 엔진이었다. 포드가 1994년에 선보인 트랜짓 슈퍼밴 3(사진)에는 1989년 베네통 F1 경주차 B188의 V8 3,498cc 코스워스 HB 엔진이 들어갔다. 최고출력은 710마력에서 730마력으로 향상됐다. 

트랜짓 슈퍼밴 3은 아직까지 다양한 이벤트에 쓰이고 있지만, 더 이상 F1 엔진을 달고 있지는 않다. 포드는 지난 2004년 관리 용이성과 실용성을 이유로 260마력 코스워스 프로 스포츠 3000 V6 엔진으로 교체했다.
 


■ Renault Espace F1

르노는 미니밴 에스파스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윌리엄스 F1 팀과 공동 개발한 에스파스 F1을 1994년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였다. F1 경주차 방식의 탄소섬유 섀시에 2세대 에스파스 모양의 탄소섬유 차체를 얹었다. 엔진은 1993년 윌리엄스-르노 F1 경주차 FW15C와 같은 르노 RS5 V10. 최고출력은 700마력에서 820마력으로 끌어올렸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2.8초에 불과하고, 최고시속은 312km에 달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270km까지 가속한 뒤 다시 완전히 멈추는 데 고작 600m면 충분할 정도로 가속력과 제동력이 탁월했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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