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NX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매력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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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NX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매력 찾기
  •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1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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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최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NX 450h+ AWD는 렉서스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움에 효율과 실용성이 돋보인다
사진 송정남 포토그래퍼

가끔 광고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경험한 사람은 없다” 짧지만 많은 내용이 포함된 이 광고 카피는 딱 하이브리드 구동계에 적합한 얘기다. 실제 주변에서 보면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사람이 다시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하이브리드를 경험한 후 20년을 돌아보면 지금까지 하이브리드는 엄청난 진화를 거쳤다.

예전 토요타에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담당했던 친구가 그랬다.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르망에서 우승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된다며 웃어 넘겼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고, 지금은 르망이 포함된 WEC를 비롯해 F1과 WRC에서도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최상위 클래스로 운영된다. 하이브리드는 말 그대로 내연기관과 모터 구동계를 함께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토요타의 기술력이 가장 뛰어나다. 하이브리드의 종가로 불리는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에 사륜구동 시스템인 E-Four까지 더해 주행안정성과 효율까지 챙겼는데 이번에 시승한 2세대 NX 450h+는 렉서스 최초의 플러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보수적인 패키징에서 세련된 실용성으로 변화

NX 450h+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어라 이거 좀 큰데’라는 생각이다. 중형 SUV의 딱 고만한 크기를 생각했지만 풀 모델 체인지 된 2세대 NX는 1세대에 비해 전장과 전폭, 20mm, 휠베이스는 500mm가 늘어났다. 1세대가 좀 과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면 2세대는 전면의 스핀들 그릴을 중심으로 단아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렉서스가 지니고 있는 중후함과 절제미에 젊은 세대들도 충분히 좋아할만한 세련된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실내도 렉서스 특유의 느낌이 가득하다. 과거 렉서스가 보수적이고 고루한 패키징을 오랫동안 사용했지만 최근에 출시된 렉서스는 고풍스러운 마감재에 디지털 요소를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의 정보를 볼 수 있는 버튼은 대부분 스티어링 휠에 있고 큼직한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터치 모니터는 시인성이 뛰어나다. 다른 브랜드의 차들과 비슷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화려함 대신 실용적이고 보다 직관적인 배치가 돋보인다. 쾌적한 실내 공간은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며, 레그룸과 헤드룸은 동급 대비 넉넉한 편이다.

실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시동버튼이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스타트’(START)라고 표기하는 시동버튼은 특이하게 ‘파워’(POWER)라고 표기되어 있다. 하이브리드 종가답게 작은 부분에서도 전동화를 염두에 둔 모습이다.

NX 450h+는 3가지 드라이브 모드(에코, 노멀, 스포츠)와 4가지의 구동 모드를 제공한다. 드라이브 모드와 구동 모드를 조합하면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완전 EV, 하이브리드, 오토 EV 하이브리드, 엔진만 사용하는 차징 등 상황에 맞는 구동계를 선택할 수 있다. 보통 주행 상황에는 오토 EV 하이브리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모드를 운전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큼직한 터치 패널은 다양한 기능들이 들어가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렉서스 커넥트는 렉서스 커넥트 앱을 통해 내차 위치 찾기와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목적지를 차로 바로 전송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야간 자전거, 주간 바이크를 감지하는 긴급제동보조시스템, 저속주행 시 급격한 가속으로 인한 전방 충돌 방지를 도와주는 가속 제한 기능도 추가되었다. 주행중인 도로의 속도표지판을 감지하는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RSA), 하차 시 다가오는 자전거, 바이크, 자동차 등을 감지해 알려주는 안전 하차 어시스트(SEA) 기능이 추가되었다.

 

1세대에 비해 확실히 커졌지만 단정하고 탄탄한 느낌을 준다
운전자 중심의 실내 공간. 시인성 좋은 계기판과 큼직한 터치 패널은 누가 사용해도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일상에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경험, 400km 대장정에 나서다

모처럼 여유 있는 시승이라 찬찬히 계획을 세웠다. 일단 목표 주행거리는 400km로 설정하고 3일 동안 돌아다닐 루트를 구상했다. 꽉 막히는 도심부터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심야의 고속도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와인딩 로드까지 3일간 나름 부지런히 달렸다.

막히는 도심에서는 약 51km(제원표에는 56km)를 주행할 수 있는 EV 모드와 오토 EV 하이브리드 모드를 주로 사용했다. 배터리 용량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EV 모드보다 오토 EV 하이브리드 모드가 훨씬 경제적이다. 계기판에는 배터리 충전량과 연료 탱크 용량이 함께 표시되는데 충전량 게이지는 눈금이 총 7개, 연료 탱크는 8개다. 이중 차를 받았을 때 충전량 게이지가 2칸 정도 남아있었는데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아주 잠깐이라도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거나 탄력 주행을 하면 바로바로 배터리를 충전시켰다. 그러나 배터리 충전량 게이지가 2칸인 경우 완전 EV 주행은 거의 불가능하고 3칸 이상에서 활성화된다. 주행 중에는 에너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빈틈없이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는 EV 모드가 가장 적합하지만 배터리가 완충된 상태가 아니면 EV 주행거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차를 받고 하루 반 정도는 거의 오토 EV 하이브리드 모드로 다녔다. 배터리 충전은 딱 쓸 만큼만 채워졌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가장 큰 특징인 주행 안정성과 정숙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이나 어느 환경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안락함, 안정적인 섀시 세팅까지 모든 부분에서 동급 SUV를 압도한다. 물론 과한 느낌은 전혀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움 덕에 누구나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운전 중에 발견(?)한 나름의 특징이 있는데 액셀러레이터 페달 반응이다. 확실히 EV 모드 일 때는 페달에서 진동이 없고 부드럽고 엔진이 개입하면 특유의 진동이 느껴진다. 굳이 계기판을 보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EV와 하이브리드, 엔진 개입이 변하는 걸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엔진이 개입하면 살짝 진동이 있지만 차 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거의 없다.

일본 내수 사양에는 프리우스도에도 E-Four를 선택할 수 있는데 경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반면 E-Four는 철저하게 효율성에 중심을 둔 시스템이다. NX 450h+에 적용된 E-Four는 주행 안정성보다 배터리 충전을 위한 사륜구동 시스템에 가깝다. 전륜과 후륜의 구동 배분은 100:0에서 20:80까지 가능한데 노면에 상황에 따라 매우 민첩하게 반응한다. 물론 전륜과 후륜에서 만들어지는 운동 에너지를 빈틈없이 배터리에 저장한다. 첫 날 주행 거리는 약 120km 정도 였는데 연료 탱크 게이지는 8칸 그대로였다.

둘째 날 주행조건은 고속도로와 시내, 막히는 도로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있는 구간을 택했다. 도심의 막히는 구간이나 고속도로에서도 운전은 매우 편안하다. 정숙하고, 진동도 거의 없어 운전 피로도가 상당히 낮다. 충전을 하기 위해서는 완속 충전 AC 단상을 지원하는 충전기를 찾아야 한다. 주민 센터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도 완속충전기가 있는데 문제는 자리 찾기다. 다행히 아파트 충전소에서 충전 가능한 충전기를 찾았다. 가정용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아침저녁으로 집밥(?)을 사용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할 것이다.

 

반전이 있었던 충전 시스템. 꽤 괜찮은 경제성

여전히 배터리 충전량 게이지는 2칸에서 3칸을 왔다 갔다 했다. 완전 EV 모드가 궁금해 충전소를 찾아다녔지만 여의치 않았는데 셀프 충전이 가능한 차징 모드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차징 모드는 완전 엔진만 구동하는 방식으로 목적 자체가 충전에 있는 만큼 엔진이 구동과 함께 발전기 역할을 한다. 엔진이 가동되는 동안 배터리에 충전을 하는 방식으로 생각보다 충전 속도가 매우 빨랐다. 엔진이 구동과 충전을 담당하고 구동되는 타이어의 운동 에너지를 다시 배터리에 충전하는 방식이다. 렉서스코리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완속 충전으로 배터리를 완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7분 정도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차징 모드를 사용하면 1시간 정도면 완충이 가능하다. 연료비와 전기료를 비교하자면 당연히 전기료가 저렴하고 유리하겠지만 차를 멈추지 않고 이동하면서 충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하면 이 역시도 활용하기 나름이다. 차징 모드는 정체와 서행이 없는 고속화도로에서 사용하기에 좋다.

또 한 가지 특징을 꼽자면 일반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가 방전되면 엔진으로만 주행하지만 NX 450h+는 하이브리드 모드의 변환이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그만큼 엔진을 이용한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엔진을 구동하는 차징 모드는 EV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사용할 배터리를 충전하는 용도인데 주행하면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쉽게 설명해 엔진을 구동하는 차징 모드는 주행과 충전이 동시에 가능한데 주행을 하지 않더라도 엔진이 가동되면 곧장 배터리 충전이 시작된다.

반면 차징 모드는 EV나 하이브리드 모드에 비해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큰 편이다. 엔진 사용을 최소화한 주행모드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더 크게 느껴진다. 연료 소모도 늘어나는 편이다. 

차징 모드에서 완충이 끝나면 자동으로 EV 혹은 오토 EV 하이브리드 모드로 변환된다. 이때 부터는 완전 EV와 오토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완충 시 EV 주행가능 거리는 51km 정도로 기록된다. EV 모드는 정체와 서행이 반복되는 도심에서는 장점이 많다. 일단 전비도 괜찮은 편이고 서울 시내 기준으로 목동에서 강남까지 약 20km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꽤 넓다. 또한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어 꽉꽉 막혀있는 도로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춰준다.

와인딩로드에서 움직임도 안정적이다. 정밀하게 세팅한 서스펜션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구동배분과 매칭이 매우 훌륭하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 무게, 노면 상황과 차체 움직임에 따라 최적의 조건을 찾는 구동배분은 오르막과 내리막에서도 정밀하게 작동하고 아주 짧은 순간에도 배터리 충전을 빼 놓지 않는다. 그야말로 어디 하나 빈틈이 없다.

현실적으로 완전 전기차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반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를 위한 모든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가장 좋은 대안이다. 충전소나 장거리 운행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잘만 활용하면 실용성 역시 전기차에 뒤지지 않는다. 참고로 3일 동안 400km 넘는 구간을 시승한 후 연료는 3분의 2 정도가 남았는데 일상적인 주행(하루 50km 정도의 주행거리)과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괜찮은 경제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전기차가 대세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감수해야할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많은 편이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한국 실정에는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훨씬 현실적이다. 특히 일상에서 경험한 렉서스 NX 450h+의 매력이 크게 다가왔다.

 

Fact file | 렉서스 NX 450h+(PHEV)

가격 7100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660×1865×1670mm 휠베이스 2690mm
엔진 직렬 4기통 2487cc 가솔린 연비(복합) 14.4km/L 전비 3.8km/kWh
최고출력 182마력/6000rpm 최대토크 23.1kg·m/3600~3700rpm 시스템 총 출력 307마력
변속기 e-CVT 1회 충전 주행 거리(복합) 56km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 /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앞/뒤) 모두 V 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35/60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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