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7세대 그랜저 디자인 단상
상태바
[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7세대 그랜저 디자인 단상
  • 구상 교수
  • 승인 2022.11.26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년형으로 나온 7세대 그랜저의 전측면 뷰

올해 등장한 신차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는 차가 7세대 그랜저일 것이다. 현대차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아무리 SUV 전성시대라고 해도 가족용 세단의 수요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만들어지면서 대중 브랜드가 된 현대차 최고급 모델 7세대 그랜저의 위상과 디자인 과제는 무엇일까?

7세대 그랜저는 길이 5035㎜, 너비 1880㎜, 높이 1460㎜, 휠베이스 2895㎜로 기존의 6.5세대 그랜저보다 길이는 45㎜, 너비는 5㎜, 휠베이스는 10㎜ 늘었지만, 높이는 10㎜ 줄었다. 조금이나마 높이를 낮춘 건 스포티한 비례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36년 전 1세대 그랜저의 길이 4865㎜, 너비 1725㎜, 높이 1450㎜, 휠베이스 2735㎜와 비교하면 오늘의 7세대 그랜저는 170mm 길어지고 155mm 넓어졌으며 10mm 높아지고 휠베이스는 160mm 길어졌다.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넓어졌다. 특히 1세대 그랜저의 차폭이 저렇게 좁았던 건 일본의 전폭 규제 1700mm에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36년 전의 일본 시판용 데보네어(그랜저의 일본 모델 명칭)는 측면에 슬림 프로텍터를 적용해 차체 폭을 30mm 줄인 1695mm 모델도 있었다.

 

7세대 그랜저의 후측면 뷰
7세대 그랜저의 실내는 트렌디 하다

7세대 그랜저는 차체 디자인에서 1세대 그랜저를 모티브로 한 것을 여러 부분에서 볼 수 있다. C-필러에 들어간 쿼터글라스 디자인이 1세대 그랜저의 그것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대체로 쿼터글라스 또는 오페라 글라스가 들어가면 뒷좌석 비중이 높은 고급 승용차의 인상을 준다.

새로운 그랜저의 쿼터글라스는 1세대의 것보다 역동적으로 디자인돼 있고, 거의 패스트 백(fast back)에 가까운 모습도 보인다. 반면에 1세대 그랜저는 29%의 시각적 후드 비례와 17%의 트렁크 길이 비례로 후드 길이의 1/2이 넘는 데크 길이와 상당히 서 있는 각도의 C-필러로 보수적이고 경직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한편 7세대 그랜저는 1세대보다 약간 짧은 후드 비례와 큰 캐빈, 그리고 매우 짧은 데크 이미지(실제의 트렁크 공간은 작지 않다)로 역동적 인상을 준다.

그리고 눈에 띄는 건 엄청나게 큰 휠이다. 1세대 그랜저는 14인치 휠이었고 타이어 규격은 185/70S R14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7세대 그랜저는 큰 휠은 20인치에 245/40 R20 초저편평 타이어를 달고 있다. 그래서 1세대와 7세대 그랜저의 차체 측면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36년의 시간 변화가 한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앞모습은 사각형 액자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사각형 헤드램프로 그 시기 현대차 브랜드의 다른 모델과 확연한 차별성을 보여주면서 그야말로 유일한 플래그십 이미지를 강조했다.

 

1986년에 나온 1세대 그랜저의 전측면 뷰
1세대 그랜저의 후측면 뷰
1세대 그랜저의 1스포크 스티어링 휠

새로운 7세대 그랜저의 앞모습은 1세대의 사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을 반영한 모습처럼 보인다. 또한 실내에서도 1세대 그랜저의 원 스포크 스티어링 휠 이미지로 디자인한 스티어링 휠을 보여준다. 물론 실제는 3스포크 구조지만, 부품 색을 다르게 처리해서 일견 원 스포크 스티어링 휠 같은 인상이다. 그리고 실내에는 긴 비례의 벤트 그릴과 앰비언트 라이트 등을 적용해 요즘의 차량 실내 공간 디자인 추세를 적극 반영했다.

한편, 처음 7세대 그랜저의 차체 이미지가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승합차 스타리아와 앞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유사한 느낌이다.

이건 물리적 형태와 그걸 받아들이는 인식 구조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게슈탈트(Gestalt) 지각 원리로서, 세부가 달라도 전체 구성이 비슷하면 유사하게 인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사람은 세부의 차이보다는 전체 구성을 먼저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스타리아가 먼저 나오지 않았다면 7세대 그랜저의 앞모습은 1세대 그랜저의 사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디지털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지 모른다. 

차량 디자인을 평가할 때는 같은 브랜드의 다른 모델과 위계를 고려해 차별성이나 유사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디자인 유사성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플래그십 디자인은 브랜드 내의 다른 차들과는 구분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7세대까지 오는 동안 그랜저는 점점 데크가 짧아지면서 스포티하게 변화됐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