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 될까? 메르세데스-벤츠 뉴 EQE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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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될까? 메르세데스-벤츠 뉴 EQE 350+
  • 나경남
  • 승인 2022.12.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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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미디어 시승회에 앞서 요하네스 숀 제품담당 부사장은 새로운 EQE를 이렇게 정의했다. 과연 그럴까? 분명히 인상적이긴 하다. 풀 사이즈 럭셔리 세그먼트 전기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 요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건 중요한 사실이 아닐 지도 모른다. 

국내 먼저 소개되는 EQE 350+는 88.89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 시 최장 471km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주행 거리는 많은 이들이 전기차를 선택할 때 평가지표로 크게 고려하는 부분이다. EQE가 추구하는 풀 사이즈 럭셔리 세단에게 이 정도 주행 가능 거리는 상당히 여유가 있는 편이다. 또한 급속 충전을 지원하기 때문에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32분 밖에 걸리지 않는 것도 특징적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출근 시간이 살짝 겹쳐지는 시간, 성수동을 벗어나는 일은 다소 지루할 수 있다. 특히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일은 예상치 못한 난관처럼 느껴졌다. 전체 길이가 거의 5m(4965mm)에 달하고 휠베이스만도 3120mm다. S-클래스의 3106mm보다도 길다. 긴 휠베이스는 아무래도 좁은 시내 구간에 부담이다. 하지만 골목길을 벗어나면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상당한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이 가뿐하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더 복합적이다. 

그동안 경험했던 전기차들과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크기와 무게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행 설정에 있어서 메르세데스다움이 느껴진다. 묵직하고 차분한데 그 움직임이 굼뜨지 않다. 내연기관 시대의 벤츠 주행 감각이 되살아 나는 듯하다.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토크도 여기에 한몫한다. 정체 구간에서 조금 거칠게 페달을 다뤄봐도 마찬가지다.

순환 도로로 진입하는 동안에도 정체는 여전했다. 여유가 생겼을 때 다양한 기능을 체크해 볼 수 있다. 먼저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최신 MBUX를 구현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자주 쓰는 기능을 화면 내에서 보다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사용자 편의와 경험을 충분히 학습한 레이아웃이다. 이 시스템 구현을 ‘제로 레이어’라고 표현하는데, 각각의 층위로 나뉘어 주요 조작 단계를 복잡해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사용성이 나쁘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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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내부 시스템을 주행 중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높은 수준의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덕분이다. EQE 350+에 적용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는 최신 S-클래스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시내 주행에서 반복되는 서행과 제동 그리고 재출발 과정 모두 편안하게 이루어진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과 직접 주행할 때의 차선 변경 어시스트 시스템 등도 똑같다. 

인포테인먼스 시스템 조작에 익숙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후에는 15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즐겼다. 오디오 시스템이 자동차를 선택하는데 절대적인 기준이 될리 만무하겠지만, 비슷한 수준의 성능과 차급의 모델을 비교할 때라면 아무래도 좀 더 마음이 가는 요소가 된다. 평소에 즐겨듣는 음악, 피아노 연주곡부터 복잡하고 다양한 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음악까지도 깔끔하게 들렸다. 정체 등의 이유로 운전 재미를 추구할 수 없을 때 오디오가 운전자를 만족시켜주는 우선순위가 된다. 

시내 구간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들면서 비로소 차체의 동력 성능을 체감했다. 개인적으로는 벤츠 상품 설명에서 동력 성능에 대한 어필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의아했다. 물론 EQE 350+의 출력과 가속 성능 등이 강조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은 동의한다. EQE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압도적 주행 성능이 아니라, 풀 사이즈 럭셔리 세그먼트의 전기차를 더 쉽고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단편적인 예시라는 것이다. 그럼 주행 성능은? 딱잘라 말하면, 어떤 점에서도 부족함을 느끼긴 어렵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4초.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고성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럭셔리 세단 관점에서는 충분하다. 

모터의 최고출력은 292마력이며, 최대토크는 57.6kg·m다. 주행 중 직선 가속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혀 경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직선 가속에 있어서 경직된 느낌을 줄 때가 있는데 EQE는 마치 내연기관의 메르세데스처럼 최대 가속 구간에서도 여유를 갖고 꾸준히 뒤를 받쳐주는 느낌이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210km로 제한되지만 실제 범위는 그 이상을 훨씬 넘어설 듯하다. 가속 구간에서 차체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가속과 약간의 감속, 그리고 차선 변경 등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무척 자연스럽다. 이런 부분이 야말로 메르세데스-벤츠다움이 아닐까. 

2열 승차감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앞뒤 공간은 넉넉하지만, 루프 라인 때문에 뒷좌석의 배치가 다소 애매하게 느껴진다. 1열 시트 하부와 바닥면의 공간이 아주 좁게 설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넓은 무릎 공간에 비하면 그만큼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반적인 서스펜션 설정이 탄탄하고 무거운 차체를 잘 받치고 있지만 뒷좌석에서 느끼는 감각은 2열 승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벤츠다움이라는 측면에서 EQE 350+는 품격과 특유의 동적 움직임을 잘 이끌어낸 전기차로 보인다. EQE는 전기차 시대에서 E-클래스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따라서 E-클래스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EQE가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되묻거나, 기존의 E-클래스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이미 게임 자체가 바뀌었다. 그리고 새로운 게임에 적합한 차량이 바로 EQE라고 어필할 수 있는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완성도와 어필할 수 있는 충분한 성능, 그리고 적정한 가격 수준까지 EQE 350+는 이미 변화된 게임 속에 놓여 있다. 

 

The new EQE 350+

가격(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 1억160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965×1905×1510mm
휠베이스 3120mm 무게 2355kg 모터 AC 동기화 영구 자석 전기 모터 최고출력 215kW
최대토크 565Nm 변속기 1단 자동 0→시속 100km 가속 6.4초 최고시속 210km
배터리 용량 88.89kWh 주행 가능 거리 471km 타이어(앞/뒤) 255/40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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