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쿤타치로 '캐논볼'을 흉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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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쿤타치로 '캐논볼'을 흉내내다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23.03.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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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프라이어가 자동차 역사를 재현하는 정신으로 A66 도로에서 새로운 쿤타치와 함께 영화 '캐논볼'을 흉내냈다
사진 루크 레이시(Luc Lacey)

무엇이든 리부트를 할 때 위험한 부분은 그것이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심하게 망쳐서 원작에 대한 좋은 기억을 더럽힐 수 있다. 람보르기니 쿤타치도 그렇다. 이름이 이탈리아어로 대충 '와우, 저것 좀 봐!'라는 의미인데, 이게 꽤 잘 맞는다.

람보르기니의 두 번째 미드엔진 슈퍼카인 1974년의 오리지널 쿤타치는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자동차 중 하나였다. 1970년대, 80년대, 심지어 90년대에 슈퍼카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 아마도 튀는 외관, 잠재적인 공격성, 낮은 지붕, 엔진이 가운데 있고 적어도 8개에서 12개의 실린더를 가졌으며 최고속도는 ‘3’ 정도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당신은 바로 쿤타치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쿤타치는 너무 유명한 나머지 심지어 작년에는 미국 국립역사차량등록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거기에는 30대의 차들만 포함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차는 섀시 번호 1121112 쿤타치였다. 1979년식 검정색 LP400S에 영화 '캐논볼'(The Cannonball Run, 1981)에서 사용된 것처럼 앞뒤로 스포일러가 달렸다. 

버트 레이놀즈와 1981년의 유명인들이 다수 출연한 그 영화는 허구적인 이야기이지만, 실제 사건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1970년대에는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바다에서 빛나는 바다까지" 불법 경주가 펼쳐졌다.

그 영화는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저명한 비평가 로저 에버트는 "최소한의 열망 수준에서 예술적 책임의 포기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충분히 신경 쓰지 않았고 형편없는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물론 비평가들은 비평을 할뿐이다. 관객들은 다르게 생각했고 영화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지금 나와 동료 사진기자가 영국판 루트 66인 A66을 타고 영국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은 그 경주를 (유행하는 방식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소환한 것은 캐논볼 뿐만이 아니다. 람보르기니가 112대만 만들기로 한 최고시속 355km의 미드엔진 V12 슈퍼카, 신형 쿤타치이다.

 

사람들은 이 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런던 디자인 박물관의 공동 설립자인 스티븐 베일리는 “쿤타치의 형태는 거의 개선될 수 없지만, 기본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세부 사항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새 차와 오리지널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50년의 역사를 마주하고 당대의 아이콘을 만나보았는데, 독특한 스타일은 역시 자동차계의 엘리트다워 보였다.”

오리지널 쿤타치의 디자이너 생각은 달랐다. 마르첼로 간디니는 자신이 이번 작업에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밝혔다. 1971년부터 오리지널 디자인을 탄생시킨 장본인으로서, 그는 이번 변신이 자신의 정신과 비전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어 했다. 그의 의견으로는 이번 새로운 쿤타치 디자인에서는 아무런 혁신과 틀을 깨는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

솔직히, 나는 이게 얼마나 람보르기니적인 일인지 잘 모르겠다. 이 회사의 전통적인 생각은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앞만 보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다.

 

 

이 새로운 쿤타치에는 70년대적인 요소 외에도 미래지향적인 요소들이 있다. 아벤타도르/시안의 하부에 최근 퇴역한 아벤타도르 최종형의 6.5L 769마력 V12 엔진과 시안의 슈퍼 커패시터 기술(변속기에서 48V 전기모터를 통해 34마력을 추가한다)을 탑재한 정도까지다.

이 차의 외관은 극적이며, 앞 끝에서 뒤끝까지 하나의 선으로 그려진 순수함은 분명하다. 아니, 누군가가 약간은 쿤타치, 약간은 아벤타도르처럼 보이게 하려고 만든 키트카 같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전에 쿤타치나 아벤타도르를 본 적이 없다면, 이 차 자체의 디자인 매력이 있을까? 

그러다가 엔진 커버를 열어 보고는 이제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여기 들어있는 V12에는 금으로 잔금 마감을 넣은 에어박스가 있고, 실린더 점화 순서가 적혀 있다. 엔진을 이렇게 극적으로 연출하는 이들이 또 있을까? 그리고 엔진 뒤에는 두 개의 거대한 코일오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차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멈추고 운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한쪽 바다에서 반대쪽 빛나는 바다까지 – 북해에서 아일랜드해까지 – 달리는 것은 캐논볼 런에 대한 우리식 오마주이다. 해안에서 해안까지 이어지는 이번 질주에는 알려진 스타들도, 콧수염도 등장하지 않는다. 거리도 3000마일(4800km)이 아닌 120마일(190km)이며, 옆길로 새지 않고 달리면 2시간 30분이 걸린다. 하지만 떳떳이 말하자면 이것 또한 꽤 즐겁다.

 

우리는 미들즈브러 바로 남쪽에 있는 레드카에서 출발했다. 이곳은 노섬벌랜드에 있는 시하우스나 알마우스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산업지역이지만 사진기자가 멋진 어선공원에서 꽤 매력적인 사진을 뽑아냈다.

촬영을 마친 후 람보르기니는 재빨리 성난, 하지만 부드러운 시동 소리를 낸 다음 그다지 비열하지 않은 레드카의 거리로 조심스럽게 빠져나갔다. 가시성이 좋지 않고, 승차감도 고분고분하지 않으며, 기어 변속은 부드럽지 않다. 시내 주행용으로 만들어진 차가 아니다. 

영국판 루트 66인 A66(주변에 있는 몇몇 업소는 흥을 돋우는 장소로 유명함)은 해안에서 떨어진 세 개의 교차점에서 출발한다. 머지않아, 우리는 티스강 남쪽,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에 올랐다. 추월하는 트럭 바퀴 돌출부가 머리 높이에서 회전하고 있고, 일출을 등지고 있으니 장거리 자동차여행의 기분이 난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영화 캐논볼의 오프닝 장면은 경찰한테 쫓기는 쿤타치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나는 오늘 경찰과 추격전을 벌일 생각은 아니지만, 이 쿤타치에는 영국식으로 만들어진 이탈리아산 임시 번호판이 붙여져 있다. 원래의 것이 너무 젖어서 썩는 바람에 적재공간에 넣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얘길 듣긴 했지만 전방 번호판이 없는 건 설명이 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우리 뒤쪽에서 경광등 불빛이 보이면 얼른 튀어야 할까? 그럴 일은 없기 바란다.

 

 

사람들 시선을 끌지 않고는 멀리 가기 어렵다. 도로를 달리는 동안 우리 차를 보려는 이들의 동일한 패턴이 반복됐다. 자신들의 차로 쿤타치를 추월한 다음, 거리를 벌리고, 카메라 구도를 잡고, 천천히 빠져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그들을 추월하려고 가속할 때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그리고 이 차는 확실한 엔진소리를 낸다. 아벤타도르의 엔진은 쿤타치에 탑재된 람보르기니의 1세대 V12와는 발화 순서가 다른, 다른 유닛이지만 여전히 나름의 극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스로틀 반응이 놀랍다. 9000rpm의 회전수 제한까지 밀어 붙인다. 회전수를 높이면 영광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린다. 물론 반사회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이 엔진과 함께라면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 차의 외관과 전체적인 복고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이런 엔진이라면 호머 심슨이 외관을 디자인 했다고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잠시 동안 정해진 길을 벗어나면(이것이 부정행위라면 미안하지만), 가끔은 정말 좋을 때가 있다. 우리는 A66을 떠나 황무지로 가는 도로를 탔다. 정밀한 스티어링, 뛰어난 승차감과 차체 컨트롤을 즐기면서 말이다. 몇 가지 주행 모드 중 스포츠를 선택하면 엔진이 증폭되고 맹렬해지며 오버런 소리가 부글거리는데,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기어를 낮춰야 한다. 

 

 

내 생각에 이 차는 좀 더 줄이면 더 좋겠다. 어떤 면에서는 전체적으로(무게, 배기량, 휠 크기, 차 폭, 그리고 물론 성능) 과하다. 하지만 그게 매력의 일부이며 람보르기니의 방식이다. 비록 유행에 뒤떨어질지라도… 

사실 캐논볼 런 아이디어 자체가 유행에 뒤떨어진다. 요즈음엔 아무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쿤타치는 워킹턴을 향해 다시 궤도에 올랐다. 해변 마을에서는 어쩐지 새로운 쿤타치가 레드카에서처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Countach LP400S(1979)

가격 £26k 최고출력 370마력(bhp) 최대토크 36.8kg·m 최고시속 290km
0→시속 100km 가속 5.9초

 

Countach LPI 800-4(2022)

가격 £2.04m 최고출력 803마력(bhp) 최대토크 70.9kg·m 최고시속 355.7km 
0→시속 100km 가속 2.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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