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폭스바겐 전기차 ID.4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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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폭스바겐 전기차 ID.4의 디자인
  • 구 상 교수
  • 승인 2022.09.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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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내놓은 전기차 ID.4 는 콤팩트 SUV 티구안과 비슷한 크기이다. 차의 이름으로 쓰인 ID.4에서 ID는 폭스바겐이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내놓은 전기 동력 콘셉트카와 같은 이름인 것은 물론 콘셉트와 디자인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ID는 또한 폭스바겐의 공식 자료에서는 지능형 디자인, 아이덴티티, 그리고 미래지향 기술(intelligent design, identity, and visionary technologies)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래 방향성이다.

콘셉트카는 매우 짧은 후드를 갖고 있었지만 양산형 모델 ID.4는 꽤 긴 후드를 가지면서 지붕을 블랙아웃시켰다. ID.4는 폭스바겐의 모듈러 전기차 플랫폼 MEB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이 플랫폼은 바닥에 배터리가 탑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전기차가 일상 속에서 사용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단지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실용성을 담보하긴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다양한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 전기의 충전과 동력 활용을 위한 인버터와 콘버터는 물론, 전력 시스템의 열 관리, 차량 난방 등을 위한 히트 펌프, 냉방을 위한 에어컨디셔너 등등 다양한 장치가 설치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최근에 출시되는 양산 전기차들은 이제 거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ID.4의 차체 크기는 길이 4585mm, 너비 1852mm, 높이 1636mm에 휠베이스 2766mm 크기로 거의 C세그먼트급 크로스오버 SUV 크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고가 높은 이유는 바닥에 탑재되는 배터리로 인한 것이다.

바닥에 배터리가 탑재된다는 점은 차체 높이를 불가피하게 높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한 플로어 강성이 높아지는 특징과 아울러 모터의 동력 특성상 높은 토크, 거기에 모터를 앞뒤 차축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4륜구동화 할 수 있다. 이런 점 등으로 인해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손쉽게 SUV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일 것이다.

 

플로어 강성이 높아지는 특징은 실내 공간의 활용성 향상에도 기여해 사실상 전기차는 SUV의 특징을 구조적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SUV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소형 해치백 승용차의 특징이기도 하다. 굳이 이런 특징을 SUV라고 하지 않는다면 톨보이 소형 해치백 승용차로 칭할 수 있을 것이다.

ID.4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최근의 디자인 기조에 따른 수평형 디자인을 보여준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적용 확대로 인해 간결한 구조의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사실상 소형 승용차에서 대형 SUV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전기 동력 차에서 나타나는 유형이다.

실내 디자인은 도시 지향 감성으로 SUV 이미지보다는 실용적 소형 해치백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ID.4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제품 라인업 ID. 시리즈 중에서 소형차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흡사 1974년에 첫 등장했던 골프 해치백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그 당시에도 골프는 실용적 소형 해치백 승용차로서의 기능적 모습을 제시했다. 쥬지아로 디자인의 1세대 골프는 감각적인 면보다는 실용적이면서 양산성을 갖춘 이미지로 그야말로 디자이너 쥬지아로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었다.

오늘 우리가 만나보는 ID.4는 과거 1세대 골프가 미니멀 디자인으로 감성보다는 실용 가치를 제시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특별한 장식이 없지만 단정하고 미니멀하면서도 디지털 시대를 보여주는 차체 디자인은 50년 전에 등장한 골프가 사각형 틀 속에 원형 헤드렘프의 간결함으로 어필했던 새 시대의 감각을 디지털이라는 기술로서 보여주는 것 같다.

1열 좌석과 2열 좌석의 거주성 확보, 적재 공간 확보와 같은 것은 사실상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동력이 바뀐다 해도 실용적인 승용차라는 관점에서는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 이외의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모습의 ID.4를 보면서 이제 전기차가 더 이상 새로운 자동차가 아니라 일상 속의 평범한 차로 여겨지는 순간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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