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에서 만난 모던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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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에서 만난 모던 럭셔리
  • 오토카코리아
  • 승인 2022.10.3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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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세대 레인지로버가 생산되는 것을 지켜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 5세대 신형 레인지로버에서 특별히 새로운 것을 더하거나 만들진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기능과 성능을 심화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그건 바로 자신감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신형 레인지로버의 주요 특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의 대답이다. 그는 주요 경력의 대부분을 랜드로버에서 보냈다. 그야말로 랜드로버에서 잔뼈가 굵었다. 랜드로버식 자신감의 표현은 역시 오프로드 성능에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오프로드 코스를 개발하고 시승회를 마련한 이유다. 장소는 강원도 홍천 일대다.

콜건 대표는 신형 레인지로버를 소개하면서 핵심 단어로 ‘모던 럭셔리’를 말했다. 그의 말이 선입견이 되었을까, 레인지로버를 마주 한 순간 모던 럭셔리란 단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럭셔리는 필수적이진 않지만 비싸고, 매력적이고, 가치가 있으며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럭셔리를 공급하는 브랜드는 정교한 장인정신, 완벽한 표현, 그리고 독보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모던 럭셔리’란 오늘날의 기준에서도 변함없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디자이너 게리 맥거밴이 말했듯 외관 디자인에서 신형 레인지로버는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으로 표현된다. 과장하거나 드러낼 필요 없이 절제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모던 럭셔리 스타일이라는 의미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기존 모델보다 75mm 더 길어진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브랜드 최초로 7인승 모델이 나왔다. 하지만 크기가 위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단차를 거의 찾을 수 없는 매끈한 보디 스타일이 세련되어 보인다. 낮아진 루프와 더불어 플러시 도어 적용 등 매끄러워진 차체 표면으로 공기저항계수를 0.30에 묶었다.

시승차로 준비된 P530에 오른다. 인테리어는 온통 고급 가죽으로 뒤덮여 있으나 화려함보다 차분한 디자인이다. 그리고 심플하다. 큼직한 스크린에는 주행 정보가 보기 좋게 자리하고 커브드 글라스로 주행중 빛 반사를 최소화시켜 준다. 드라이브 셀렉터는 기존 다이얼에서 토글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다이얼 방식을 좀 더 발전시켰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시작부터 라인딩 구간이 나타난다. 스티어링의 좌우 움직임을 체크하며 차에 적응하는 시간. 부드럽고 적당한 무게감, 큰 덩치를 쉽게 다루는 운전이 편안하다. 묵직하면서 매끈한 주행 감각이 이어진다. 개선된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은 곧바로 자잘한 충격을 흡수하는 승차감으로 드러난다. 

조용하고 묵직하다. 이번 레인지로버는 이전 세대보다 한층 강력해진 차체 구조로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24% 줄였다고 한다. 새로운 V8 4.4L 가솔린 530마력 엔진은 다이내믹 론치 모드를 사용하면 0→시속 100km 가속을 단 4.6초 만에 끝낸다.  

코너를 조금 빠른 속도로 감아나가는데 이때도 균형은 묵직하게 잡힌다. 레인 체인지에서도 덩치를 의식하지 않는 민첩한 움직임, 브레이크 무게감도 적당하다. 와인딩에서 흔들림은 실제의 흔들림보다 억제된 느낌을 준다. 다이나믹 리스폰스 프로 기능은 급격한 코너링 때 바깥쪽 휠에 토크를 발생시켜 차체의 쏠림을 수평으로 유지시켜 주는 기능. 어쩌면 뒷좌석에 탄 사람에게 더 유용한 기능이다.

마을 밀집 구간에서는 속도를 더 줄이며 통과한다. 아침의 한적한 산길을 신형 레인지로버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평소보다 일찍 시작한 하루가 서울과 강원도라는 공간의 경계를 허문 셈이다. 로드 노이즈는 차가 굴러가고 있다는 정도만의 약한 신호를 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현재 도로의 제한속도와 현재 속도만을 표시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지만 속도에 따른 피드백이 빨라 조종하기 쉽다.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계기가 잘 읽힌다. 시프트 패들은 다이내믹 모드에서 그 효능을 발휘한다. 안전하게 시야가 확보된 곳에서 속도를 높여본다.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좀전의 여유 있는 태도와 달리 빠릿빠릿하다.  

5세대 레인지로버가 가장 자랑하는 것은 올 휠 스티어링 즉 뒷바퀴조향 시스템이다. 주차나 회전 시 차체 회전반경을 최소화해주는 기능인데 주행에서도 꽤 효과적이다. 시속 50km 이상에서부터 바퀴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비포장 길에 접어들면서 기어를 오프로드 모드에 두고 카메라를 켠다. 오프로드 1로 차고 설정하면 지상고가 75mm 올라간다. 소프트한 오프로드에서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터레인 모드는 오토 그대로 둔다. 오프로드 2는 지상고를 추가로 60mm 더 올려준다. 

레인지로버의 도강 능력은 최대 900mm다

코너를 돌자 크게 파인 골이 나온다, 굳이 피할 필요 없이 골을 따라 진입한다. 액셀러레이터만 부드럽게 전개하면 어렵지 않게 지나갈 수 있다. 이리저리 파인 길을 뒤뚱거리지만 안심하고 달린다. 골이 파인 정도에 따라 충격은 전해지지만 스티어링 휠만 중심을 잡고 있으면 괜찮다. 

이윽고 박달고치 정상에 도착했다. 지명의 유래는 지대가 높아도 박꽃이 피는, 기후가 온화한 곳이라는 의미다. 사방이 탁 트이고 능선이 이어지는 멋진 풍광이 드러난다. 테일 게이트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 시동을 꺼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데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면 트렁크 쪽으로 전체 음량을 밀어준다. 단순한 벤치가 아니라 고급 라운지체어에 앉아 품질 좋은 음악을 듣는 분위기에 럭셔리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수 없다.  

내려오는 길도 수월하게 만드는 데는 역시 뒷바퀴조향 시스템이 한몫한다. 계속되는 코너를 편안하게 감아 돈다. 한쪽 경사로 급격하게 꺾어지는 코너에서도 회전반경이 무척 짧다. 다시 온로드 구간으로 빠져나온 다음 조금 더 난이도 높은 오프로드 구간 앞에 섰다.

기어를 중립에 두고, 그 아래 로(Low) 레인지 버튼을 누른다. 계기판에는 로 레인지가 작동 중이라는 표시가 뜬다. 전지형 반응 시스템의 다이얼을 돌려 진흙 모드에 둔다. 기어를 D로 바꾸고 출발이다. 이쪽 구간은 제법 험로가 펼쳐진다. 그런 만큼 앞뒤 좌우를 보여주는 카메라 의존도가 높아진다. 진흙 모드는 바퀴가 미끄러지는 슬립에 민감하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대로 토크가 강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진흙 구간을 빠르게 탈출한다. 

범프 구간은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다. 이어서 얕은 개울이 나타난다. 속도는 최대한 물이 일렁이지 않도록 천천히. 고여 있는 물이기 때문에 진흙 모드로 계속 전진한다. 지형의 변화에 따라 잔디자갈/눈 모드로 바꾼다. 액셀러레이터의 느낌이 달라지는 순간, 토크가 약해지면서 조금 먹먹한 느낌이다. 이 모드는 2단 출발이다. 슬립을 막기 위해 점진적으로 속도를 높여나간다. 

가장 물이 깊은 곳, 본격 도강을 앞두고 주행 모드를 바꾼다. 도강 모드. 인공적이 아닌 실제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구간, 큼직한 바위도 곳곳에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진입 구간은 급경사 내리막이다. 자칫 프런트 끝이 닿을 수 있으므로 카메라를 보면서 서서히 진입한다. 어깨선 아래까지 물이 차오르지만 거뜬하게 지나간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최대 900mm 깊이의 강을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깊은 강을 벗어나 바위/암석 모드로 바꾼다. 앞바퀴가 떴다가 뒷바퀴가 닿는, 차의 움직임을 파악하는게 포인트. 액셀러레이터를 살짝만 밟아도 토크가 강하게 전달되므로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도 뒷바퀴 조향으로 회전이 수월함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래 구간. 가장 슬립에 민감하지 않은 모드인데, 슬립을 적당히 허용해 곧장 직선으로 내달릴 수 있다. 

모든 코스를 마무리하고 언덕에 오르며 창문을 활짝 연다. 긴장 뒤에 오는 성취가 기분 좋다. 이런 맛에 오프로드를 달린다. 그다지 긴장하지 않고 주행할 수 있었던 것은 차에 대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어느새 선선해진 바람이 계절의 변화를 말해준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거친 지형을 잘 타고 넘었다. 편안하고 고급스럽게 오프로드를 즐기는 능력은 또 한 단계 상승했다. 

 

Fact file | ALL New Range Rover

가격 2억3047만 원(P530 Autobiography) 크기(길이×너비×높이) 5252×2003×1870mm
휠베이스 3197mm 엔진 직렬 V8 4395cc 가솔린
최고출력 530마력/5500-6000rpm 최대토크 76.5kg·m/1800-4600rpm 변속기 자동 8단
최고시속 250km 0→시속 100km 가속 4.6초 연비(복합) 6.8km/L
CO2배출량 261g/km 서스펜션(앞/뒤) 더블 위시본/5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85/45 R22

Ⓒ월간 <오토카코리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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