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새로운 레이 디자인, 전동화에 어울려
상태바
[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새로운 레이 디자인, 전동화에 어울려
  • 구상 교수
  • 승인 2022.08.30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아 레이의 2023년형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나왔다. 레이가 처음 나온 게 2011년 11월이니, 이제 11년 차에 접어들게 되었다. 사실상 국산차 중에서는 드물게 초기 모델부터 본질적 변화 없이 10년 넘게 판매된 경우일 것이다.

처음에 박스형 경승용차로 등장한 레이는 압도적인 공간 크기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필자가 느끼기에 레이는 11년이 아니라 3~4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감각적인 부분이 어필되기보다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박스형 차체 형태에 의한 공간성이 다가오는 차량이다.

물론 국산차 중 기아 쏘울 역시 박스 카 콘셉트지만, 쏘울은 C 세그먼트에 속한데다 레이만큼 직각 형태에 가까운 차체 디자인은 아니다. 

레이는 귀여운 이미지와 아울러 차체 오른쪽 뒷문을 슬라이딩 방식으로 설계했다. 오른쪽 앞뒤 문을 모두 열면 B-필러 없이 매우 넓은 출입구 면적이 나오는 점이 레이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B-필러가 없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로 레이의 B-필러 내부에는 보강재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만약 문을 연 상태로 충돌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이다. 

레이가 처음 나왔을 때 일본 경차 다이하쓰 탄토(Tanto)와 너무 똑같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틴토와 레이는 박스형 차체라는 점을 빼면 비슷한 곳이 어디에도 없다. 

첫 등장 이후 6년이 지나 2017년에 등장한 레이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조금 더 심플하고 기하학적 인상을 더한 모습이었다. 6년만의 페이스 리프트였지만 역시 그런 시간의 흐름은 체감되지 않았다. 

대체로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가 중심이 되면 조금만 유행이 바뀌어도 구식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내면의 가치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그것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시간이 흘러도 그것이 구식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그런 변화되지 않는 가치를 지닌 것을 고전, 또는 클래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23년형 레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2011년에 첫 등장한 레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필자는 여기에서 레이가 클래식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레이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여준 박스형 차체 디자인의 가치는 감각적 부분보다는 활용성이라는 가치였기에 시간이 지나도 그다지 진부화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레이는 올해 초 우리나라 최초로 1인승 밴 모델도 내놓았다. 레이가 가진 공간 활용의 가치를 극대화 시켜서 실질적인 용도의 목적기반차량(PBV; Purpose Built Vehicle) 콘셉트로 나온 것이다. 레이 1인승 밴은 도심지의 배송 등의 용도로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도심지 전용 우편이나 택배 배송차를 따로 개발해서 쓰고 있다. 그 차량들 중에는 운전석을 오른쪽에 붙여서 운전석에서 곧바로 인도 쪽으로 승/하차해서 배송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도 있다. 국내에서도 저속 전기차라는 법령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형 레이의 실내 운전석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큰 변화 없이 좀 더 간결하고 기능적으로 클러스터와 센터 페시아, 앞 콘솔 부분 등을 좀 더 간결하게 정돈했다.

<br>

목적 기반 차량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박스형 차체 디자인을 가진 레이는 다양한 수요를 위한 가치 중심의 차량의 모습을 보여준다. 엔진 대신 전동화가 진전된다면 더 낮아진 무게중심과 공간 활용성으로 박스카 디자인은 시대 감각의 변화와 상관 없이 더욱 더 많은 장점을 가질 걸로 보인다. 박스카 레이야말로 전동화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차가 될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