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쌍용 토레스의 크로스오버 4×4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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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쌍용 토레스의 크로스오버 4×4 디자인
  • 구상 교수
  • 승인 2022.07.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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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재기의 염원을 담은 신형 SUV 토레스(TORRES)가 나왔다. 우리나라 SUV 전문 메이커로 불리기도 하는 쌍용이 코란도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주기 바라는 마음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이 갖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서로 다른 기업이었던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합병된 1999년 이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자동차산업의 장점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은 거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독점 기업이 되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경쟁이 사라진 곳이 되어 버렸다.

대체로 시장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차종이 존재해야 건전한 균형과 견제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국내에는 7개의 자동차 메이커가 존재했고, 서로 치열하게 겨루었다. 물론 각 기업 구성원들은 힘겨웠겠지만 소비자들은 특성이 명확히 다른 차를 고를 수 있었다.

 

이제는 7개 메이커가 경쟁하는 날이 다시 오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쌍용자동차와 같이 제품 포트폴리오가 명확한 회사가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만 해도 생태계는 활력이 생길 게 자명하다. 그리고 그런 임무를 띤 차량이 바로 토레스이다.

토레스의 디자인 공개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쌍용차 창업 이래 전무후무한 사전 계약 실적이 현재의 주류적 특징과는 다른 디자인 감성의 차량을 갈망하는 소비자 욕구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토레스의 차체 디자인은 도시 지향의 감성을 가진 것 같으면서도 전면의 인상은 사뭇 우락부락하다. 전면부는 흡사 영화 스타워즈의 스톰 트루퍼 같기도 하다. 그래서 도시지향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인상을 가진 차를 몰고 험지를 달려야 어울리는 인상이다. 전반적으로 토레스는 크로스오버 성향의 4×4 차량 디자인에 가깝다. 

2000년대 중반까지 젊은이들의 드림카로 불렸던 뉴 코란도의 감성도 이런 방향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구형 코란도의 각진 지프 이미지가 아닌, 곡면이 가미된 도심 이미지와 함께 오프로드의 감성도 공존했던, 그래서 청장년 남성들의 현실적 드림카 자리에 자리잡고 있던 감성이 바로 뉴 코란도의 디자인이었다.

오늘 우리가 만나보는 토레스는 과거 뉴 코란도가 청장년 남성들의 위시 리스트에 올라있던 그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물론 쌍용은 뉴 코란도의 계보를 이을 KR-10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오늘날의 SUV들은 하나같이 모두다 크로스오버에 도시지향이고 럭셔리 감각 일색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그걸 원하니 그에 맞추어 메이커가 개발한 결과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덩치 큰 럭셔리 SUV를 원하는 건 아니다.

토레스는 중형급이면서 그런 틈새를 잘 비집고 들어온 것 같다. 물론 감각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다. 차체 외부 디자인이 터프 감각인 데에 비해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수평 기조로 무난한 인상이다. 물론 실내는 조형성보다는 편안해야 하는 건 맞다.

과거 뉴 코란도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SUV 다운 기능성과 나름의 기능적 감각이 있었다. 그런 반면 토레스의 실내는 너무 무난하다는 게 아쉽다. 실내 공간은 충분해 보인다. 2열 좌석을 접은 상태의 공간도 넓다. 

토레스의 감성은 야성미를 보여주는 앞모습으로도 충분히 차별화 된다. 그리고 테일 게이트에 달린, 스페어 타이어 커버를 연상시키는 육각형 커버는 별도의 손잡이까지 달려 있어서 그 기능이 궁금하지만, 어쨌든 현대기아 차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또 다른 감각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 속에서 자신의 감성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토레스의 임무는 성공적이다. 현대기아 차들과는 다른 감각, 그것 하나로 충분하다. 그게 쌍용 토레스의 역할이고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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