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스포츠 감성, 토요타 GR86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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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스포츠 감성, 토요타 GR86의 디자인
  • 구 상 교수
  • 승인 2022.06.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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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모델로 공개된 토요타 GR86이 국내에 들어왔다. 이 차의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265, 1775, 1310mm이고 휠베이스는 2575mm이다. 국산 스포티 쿠페였던 1996년형 티뷰론(Tiburon)의 차체 길이 4340mm, 휠베이스 2475mm, 전폭 1730mm, 높이 1303mm 등과 비교하면 75mm 짧고 45mm 넓고 7mm 높다. 휠베이스는 100mm 길다.

차체 전체 이미지는 준중형급 쿠페라고 할 수 있지만, 엔진이 4기통 수평 대향 구조라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수평대향 엔진은 엔진의 블록이 낮고 넓은 구조이므로 전반적으로 차량의 무게중심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주행 성능에서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맥락에서 수평대향 엔진 기술을 가진 스바루와 공동 개발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차체 디자인의 변화는 오히려 1세대 모델보다 더 평범해진 인상이 들기도 한다. 가장 큰 변화는 A-필러와 앞 펜더가 만나는 부분인데, 2012년에 나온 모델에서는 캐릭터 라인이 A-필러를 지나면서 만들어진 음각 면과 페이크 공기 배출구가 일종의 포인트였다. 지금 그 부분의 면 처리는 오히려 무난하게 바뀌었고, 다만 앞 펜더에서 휠 아치와 앞 문 사이에 공기 배출구(처럼 보이는) 디테일이 만들어져 있다. 아무래도 후륜구동 방식의 차량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디자인 처리라고 할 수 있다.

실내로 오면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 센터 페시아 부분에 넓은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은 최근의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전체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형태는 약간 1990년대 풍의 클러스터 독립형 구조에 앞 콘솔이 강조된 연직형(連直形) 레이아웃, 즉 센터 페시아와 앞 콘솔이 연결된 유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연직형 배치를 만든 것은 수동변속기를 적용하는 설계 때문일 것이다. 근래에는 거의 모든 차량이 자동 변속기를 탑재하기 때문에 수동변속기는 마니아들만 몰 수 있는 차량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되돌아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수동변속기 차량이었고, 심지어 버스와 택시들은 거의 100% 수동변속기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기 동력 차량이 된다면 이런 수동이냐 자동이냐 하는 구분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모터의 토크 특성은 기본적으로 변속기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래에는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엔진 동력 차량은 정말로 고전적(?) 특성을 느끼고자 하는 마니아들을 위한 용도가 될지 모른다.

실내에서 클러스터와 공조 장치의 구동은 디지털 기술이 적용돼 있지만, 그 형태는 마치 터보 압력 게이지와 오일 압력 게이지 등 엔진 차량 시대의 멀티 게이지 감각의 디자인을 보여준다.

차량의 전동화가 2030년대를 향해 가는 중요한 경향이면서 동시에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다고 하지만, 과거에 반도체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던 아날로그의 기계식 차량 모습은 대다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말과 마차를 바라보듯이. 그리고 1990년대에 전성기였다고 평가되는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그 시기에 대한 기억이 더 강할 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토요타 GR86은 그 시기를 보여주는 차로서 등장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날 글로벌 무대에 전기 동력 차량으로 발돋움하는 우리나라 자동차와는 다른 감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다시 30년쯤 지난 뒤의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자동차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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