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보다 매혹적인, 루프 S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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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보다 매혹적인, 루프 SCR
  •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 승인 2022.03.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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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만의 새로운 복합소재 모노코크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911 유사품은 구식 구성요소들의 결합을 통해 매혹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차체의 앞뒤부분이 모두 제거된 알파로메오 164 프로카(Procar)의 옆모습을 담은 유명한 사진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이 새로운 루프 자동차의 태생을 이해했을 것이다. 

1988년 알파로메오의 V10 실루엣 레이서(외관만 양산차를 닮았을 뿐, 기술적으로는 전혀 다른 경주용차)에서 껍데기를 벗겨보면, 당시 시중에 판매되던 164 패밀리 세단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음을 명백히 알 수 있었다. 루프 SCR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겉보기에는 구형 포르쉐 911의 심미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지만 실제 공유되는 부분은 적다. 얼마나 적으냐고? 예를 들면, 내부 설계부터 완전히 다르다. 주축을 이루는 맥라렌 스타일의 복합소재 터브는 루프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며, 무게가 88kg에 불과하다. 

다른 예로, 이 차의 서스펜션은 푸시로드 방식으로 작동하는 더블 위시본 구조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공식 911이 딱 하나 있긴 했다. 1988년 르망에서 포르쉐에게 우승을 안긴 911 GT1이다. 루프 SCR의 깜짝 놀랄 만큼 작고 나지막한 차체는 선정적인 엉덩이와 말쑥한 덕테일 스포일러를 포함해 모두 카본파이버로 만들어졌는데, 이 또한 주펜하우젠에서 나온 정식 포르쉐 911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즉, SCR은 마치 911처럼 보이고, 유서 있는 루프의 지난날 카탈로그에 담긴 대부분의 차들보다 상상력이 풍부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평가할 차가 아니다. 알로이스 루프 주니어는 이 차를 통해 궁극의 리어엔진 퍼포먼스 카가 어떤 존재여야 할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물론 파펜하우젠에서 만들어졌고, 현재 77만 파운드(약 12억5500만 원)에 판매 중이다. 

 

SCR은 거친 노면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어느 곳에서나 균형을 유지하는 마스터 클래스다

가격이 상당히 높지만, 이 차의 탄생과정에 투입된 공학적인 개발의 깊이 또한 보통이 아니다. 아울러 싱어의 포르쉐 964 기반 모델들에 아무렇지 않게 붙여지는 가격표의 숫자를 알고 보면, SCR의 호가 또한 이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는 관점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작업은 SCR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자, 8700rpm까지 회전하는 수평대향 6기통에 집중됐다. 이 엔진은 SCR을 완성하는 요소 중에서 진정한 포르쉐다움에 가장 근접한 부분이다. 후미에 탑재된 엔진은 루프가 자체 주조한 블록을 사용하지만, 997 GT3에 적용된 3.6L 메츠거를 기반으로 했다. 시험과 개선을 거친 끝에 정확히 4.0L의 배기량으로 출력, 캐릭터, 가성비의 최적 조합을 찾아냈다. 루프에 따르면 추가적인 배기량 확대를 위해서는 엄청나게 공격적인 캠축과 경주용 ECU가 필요하다. 당연히 가격이 더 높아지고 일상적인 사용성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4.0L 블록 위에는 상당히 오버스퀘어인 이 엔진을 위한 루프의 맞춤형 실린더헤드가 자리한다. 티타늄 로드와 단조 피스톤도 마찬가지로 루프의 맞춤 제작품이다. 다만 크랭크축은 구형 997 RSR에서 볼 수 있는 레이싱 크랭크와 동일하다. 이 모두를 통해 엔진은 510마력을 발휘한다. 
2022년 기준으론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BMW M3 컴페티션의 출력과 동일하다) 두 가지를 강조할 만하다. 

첫째, SCR은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한다. 오늘날 누구나 어디서든 안심하고, 과급기에 대한 의존 없이, 수평으로 마주보고 있는 6개의 실린더로부터 510마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다(루프의 옐로우버드 CTR을 기념한 SCR의 형제차는 트윈터보를 장착해 비교적 쉽게 710마력을 낸다). 
둘째, 유류를 채운 상태에서도 이 차의 무게는 딱 1250kg에 불과하다. 중량 대비 출력 비율에서는 M3 컴페티션 뿐만 아니라 최신 911 GT3 RS까지 물리친다. 

 

인체공학적인 시트는 몸에 잘 맞고 마감이 우수하다

엔진 뒤로 맞물려 있는 것은 ZF가 루프를 위해 맞춤 제작한 6단 수동변속기다. 엔진 토크는 기계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을 거쳐 19인치 센터록 뒷바퀴 휠로 전달된다. 뒷바퀴 타이어는 단면 305의 굿이어 이글 F1 수퍼스포트 R이다. 단순한 단조 휠은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와 함께 스프링 하중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우리의 SCR 첫 경험은 이슬에 젖어있고 농기계의 진흙 자국으로 뒤덮인 바이에른 도로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루프는 SCR에 대해 일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차라고 소개하고 있으니 이론적으로는 괜찮다. 그리고 실제로 SCR은 생각보다 쉽게 다룰 수 있다. 고동치는 수평대향 6기통은 고함치는 것과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것 사이의 걸걸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소음은 빠르게 가라앉으며, 싱글매스 플라이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발할 때의 움직임은 극적이지 않다. 

유리 부분이 정확히 993 세대 911의 비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도움이 된다. 이로 인해 실내 공간은 콤팩트하지만 답답하지 않게 느껴진다. 운전자와 스티어링 휠, 환상적으로 명료한 계기, 우리 시승차의 코냑 가죽 대시보드 너머로 펼쳐지는 시야만이 존재한다. 

운전 자세가 신형 911 GT3만큼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상대적으로 좀 더 구식이고, 똑바로 서있는 것 같다. 하지만 스테판 로서의 지시에 따라, 더 긴 보스를 적용한 새 스티어링 휠을 제작하고 있으니, 림, 버킷 시트, 티타늄 페달 사이의 기하학적 구조를 보다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페달은 티타늄으로 덮여 있다

나머지 실내는 전형적인 루프 차의 것이다. 독특한 디테일들이 있긴 하지만, 매우 높은 수준의 장인 정신으로 제작해 오리지널 911의 콘셉트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담았다고 느껴진다. 풀 롤케이지도 그런 부분이다. 구조체에 통합되어 있지만 가죽으로 마감된 장식 너머에 감춰져 있다. 

운전해보면 이 패키지로 인한 불편함은 없음이 명백해진다. 스로틀 민감성은 날카롭다. 하지만, 더 이상은 몇 년 전 우리가 운전했던 시제품에서 그랬던 것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울 정도로 거슬리지는 않는다. 루프의 엔진은 포식자 같고 치우친 듯 느껴지지만, 크랭크 속도는 부드럽게 오른다. 전기 유압식 스티어링은 놀랍도록 가볍고 섬세한데, 요즘의 포르쉐 GT들보다 낮은 기어비를 적용해 신경과민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너를 향해 가는 길에 재빨리 뒤 차축으로 무게를 옮길 수 있으며, 자신 넘치게 코너를 조각낼 만큼 여전히 빠르다. 

노면이 축축하게 젖은 환경이라 이 스티어링 랙이 얼마나 소통이 잘 되는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빠르게 꺾인 코너 출구에서 SCR이 바깥쪽 연석에 가까이 붙도록 하는 것은 긴장되지 않았다. 

트랙션과 관련해서는, 엔진이 레드 라인 부근에 있을 때 고단으로 변속하면 굿이어 타이어를 쉽게 미끄러뜨릴 수 있다. SCR의 기본적인 트랙션 컨트롤이 점화를 차단한다(참고로 ESC는 없다). 하지만, 차체를 라인으로부터 잡아당기는 무게가 너무 적기 때문에, 심지어 오늘 같은 날씨에도 코너 중간에서의 그립은 어마어마하다. 

댐퍼를 5가지 설정 중 가장 부드러운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차체 움직임은 유난히 짧은 범위 안에 머물지만, GT로서의 유연함을 위한 거동은 충분히 정교하다. 차분하고 정확하게 도로를 타진하면서 나아가며, 충분히 디딜 곳을 찾아낸다. 

 

수랭식 수평대향 6기통은 공랭식처럼 보이게 만들어졌다

가볍기 때문에 얻는 장점은 다양하다. 조향과 주행 중 가속, 댐핑, 그립, 안락함, 차의 본질. 엔진이 뒤에 실린 구조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SCR에는 분명히 맥라렌과 같은 유동성이 있다. 

하지만 F1 이후의 다른 맥라렌 차들과는 달리, SCR은 죽여줄 만큼 훌륭한 엔진도 갖고 있다. 재가속은 회전수 범위 내 어디에서나 찌를 듯 날카로운데, 낮은 영역 대부터 시작하여 레드라인에 이르기까지 세 단계가 있다. 낮게 깔린, 부글거리는, 약간의 캠 소리로 시작해, 4000rpm 이하에서는 매너가 있지만 수작업으로 만든 고성능 자연흡기 유닛답게 좀 더 빨리 출발할 수 없어 좀이 쑤시는 속사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4000rpm이 넘으면 탄소섬유 에어박스로부터 폭주하는 흡기 굉음이 들린다. 이 소리는 장엄하게 들릴뿐 아니라 엔진이 7000rpm을 넘기면서 쏟아내는 아주 완고한 거친 소리를 대비하도록 해준다. 그 후 캠이 완전히 전기적인 효과를 발휘해 최종적이고 광적인 스트레칭으로 나아간다. 이 루프 엔진은 비명소리가 끝내준다. 들어본 것 중 역대 최고로 손꼽을만하다. 50대로 한정된 희귀한 CTR 애니버서리 구매 자격을 획득한 이들 중 몇몇이 한정판이 아닌, 더불어 터보가 아닌 SCR로 주문을 변경한 것은 당연하다. 나라도 그렇게 할 것 같다.

정말이지, SCR을 트랙으로 가져가 핸들링을 제대로 탐닉해보고 싶다. 루프는 할 일을 잘 아는 자동차 회사이다. 그리고 이 SCR은 날것의 몰입감과 도로주행 시 자신감을 불어넣는 여유 사이의 멋진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멋과 상당한 섀시강성, 아울러 4.0L 6기통의 선형성과 정신은 분명히 더 큰 잠재력을 가졌다. 아마 언젠가 그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게 될 날이 올 것이다.

Ruf SCR

포르쉐 911에 보내는 이 러브레터는 엄청난 능력과 충만한 영혼을 품고 있다

가격 £770,000(약 12억5500만 원) 엔진 수평대향 6기통, 4000cc, 가솔린 
최고출력 503마력/8270rpm 최대토크 48.0kg·m/5760rpm 변속기 시퀀셜 자동 6단, RWD 
무게 1250kg 0→시속 100km 가속 3.4초(est) 최고시속 199mph(320km) 
연비 7.4km/L CO2 324g/km 라이벌 맥라렌 765LT, 포르쉐 911 GT3 투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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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2022-03-24 14:40:58
가사에는 수동미션에 사진도 수동미션기반 3패달인데..제원은 6단 시퀀셜로 표기...기사 좀 제대로 씁시다